연말 대목을 기대하던 전국 자영업자들이 올해는 체감경기 ‘빙하기’를 호소하고 있다.
서울 주요 상권 외식업 매출은 코로나 회복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됐고, 전국적으로도 음식 서비스 업종 전체 매출이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말 특수 실종에서 시작된 소비 위축은 이제 시장 구조 자체를 흔드는 수준으로 번졌다.
◆코로나 이후 첫 ‘마이너스’…줄어드는 외식 소비
13일 외식업계 집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외식업 매출은 전년 대비 약 688억원 감소하며 뚜렷한 역성장을 기록했다.
외식업체 수도 2023년 16만1242곳에서 올해 15만7108곳으로 줄어, 40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전국적으로도 상황은 같다. 지난해 음식 서비스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 감소했다. 한식·일반 음식점 매출은 평균 3.9% 줄어들었다.
그만큼 일상 소비가 축소되고 외식 빈도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1년 새 자영업자 20만명 감소…폐업 신고 ‘역대 최대’
소상공인 폐업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최근 1년간 전국 자영업자 수는 20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소상공인은 100만명을 돌파했다.
점포당 매출은 줄고 비용은 올라 ‘적자 구조’에 빠지는 자영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인들은 이 상황을 두고 “IMF·코로나보다 더 혹독하다”고 말한다.
체감경기 악화가 일시적 분위기가 아닌 경제·사회 전반의 소비 구조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주 10원’ 이벤트까지…붕괴 신호로 보는 전문가들
극단적 경쟁은 신도시를 중심으로 더 빠르게 번진다.
한 신도시 상권에서는 최근 ‘소주 한 병 10원’이라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내걸었다.
하지만 이런 ‘초저가 마케팅’은 매출 확대보다 시장 붕괴의 신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요가 부족한 시장에서 가격만 낮추면 공멸이 시작된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왜 연말 특수까지 사라졌나…달라진 가계·기업 소비 패턴
올해 연말 회식·모임도 눈에 띄게 줄었다. 단순한 문화 변화가 아닌 기업과 가계 모두 ‘비용 절감’ 모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특히 MZ세대는 소비 패턴이 ‘자주 소비 X, 하지만 쓸 때는 비싸게’로 바뀌면서 동네 상권의 타격이 커지고 있다.
고금리·물가 부담으로 가계의 실질소득이 감소하자 외식처럼 선택 가능한 지출은 가장 먼저 축소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문제는 특정 업종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외식업·카페·주점 등 전 업종 매출 부진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이는 지역 상권의 기본 소비량 자체가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오프라인 외식업은 △배달 시장과의 경쟁 △인건비 상승 △식재료 원가 부담이라는 ‘3중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도시 상권은 유동 인구 변동에 더욱 취약하다.
◆“개별 점포 노력으로 해결 불가”…구조적 대책 요구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을 개별 점포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침체’로 진단한다.
상권 단위의 공동 마케팅, 임대료 조정, 디지털 전환 지원 등 정책적 개입 없이는 폐업 증가와 상권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식업 매출 반등은 △가계부채 조정 △금리 안정 △소비 심리 회복 등 여러 변수가 동시에 개선돼야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최악의 구간이며, 하반기부터는 구조조정을 마친 상권을 중심으로 점진적 회복이 가능하다”고도 전망한다.
◆언제까지 이어지나…“내년 상반기까진 더 어려울 수도”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연말 특수가 사라진 것이 아닌 소비 자체가 구조적으로 줄었다. 가계 실질소득 감소가 신호탄”이라며 “이번 매출 부진은 일시적 변동이 아닌 내수경기 급격한 위축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회식 감소는 단순한 문화 변화가 아닌 기업들의 비용 절감 신호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의 저가 경쟁은 생존이 아닌 공멸로 가는 길이다. 가격 인하로는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며 “고정비는 오르고 매출은 줄어드는 구조 속에서 ‘적자형 자영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주 10원’ 같은 이벤트는 정상적 시장이 아니라는 신호라는 것이다.
올해 소비자들은 지출을 광범위하게 줄인 상황이다. ‘12월 특수’ 공식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MZ세대는 소비 빈도는 줄이고 단가를 높이는 패턴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업·가계 모두 지출 최소화를 택하면서 자영업 매출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 지역·전 업종에서 매출 부진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은 상권의 ‘기본 소비량’ 자체가 줄었다는 의미다.
배달 경쟁·인건비·원가 상승 3가지 압박이 외식업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는 실정이다.
신도시 상권은 특히 소비 위축기엔 가격 파괴 경쟁이 더 빨리 나타난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개별 점포 노력만으로 해결 불가능하다. 상권 단위의 공동 전략이 필요하다”며 “단기 지원이 아닌 디지털 전환·비용 구조 개선을 돕는 중장기 정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자체가 나서지 않으면 저가 경쟁이 지역 상권 전체를 침체시킬 수 있다”며 “소비 심리 회복·금리 안정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상황이 더 어려울 수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비자발적 폐업 증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부진은 상권 전체의 절대적 수요 부족이다. 이벤트만으론 해결되지 않는다”며 “확장보다 생존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고정비 축소·회전율 개선이 핵심”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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