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2월 12일 밤 대한민국 군 내부에서 발생한 군사반란은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크게 바꿔 놓았다. 12.12 군사반란은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받는다’는 대법원의 판결과 함께 군의 정치 개입이 민주주의에 초래하는 결과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로 평가된다. 46년이 지난 지금, 반란에 가담한 핵심 인사들과 대비되는 피해자들의 삶은 우리 현대사의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된 이후 대한민국은 권력의 공백 상태에 놓였다. 최규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과도 정부를 이끌었지만 실제 권력은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에 쏠려 있었다.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은 전두환 보안사령관이었다.
그의 배후에는 군 내부의 사조직 ‘하나회’가 있었다. 육군사관학교 11기생을 주축으로 한 엘리트 장교들로 구성된 이들은 군의 주요 요직을 독점하며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었다. 전두환을 정점으로 한 신군부 세력은 자신들을 견제하려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당시 계엄사령관)을 제거하고 군권을 장악하기 위한 구체적인 모의에 들어갔다.
12월 12일 저녁, ‘생일집 잔치’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작전이 시작됐다. 전두환 측은 정승화 총장 강제 연행을 시도하며 총격전을 벌였고, 최규하 대통령을 압박하며 동시에 최전방 제9보병사단(사단장 노태우) 병력을 서울로 불법 진격시켰다.
반란군인 제3공수특전여단 병력이 직속상관인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체포하기 위해 사령부로 들이닥쳤다. 모두가 도망치거나 배신하던 그때, 사령관실을 끝까지 지킨 인물은 비서실장 김오랑 소령이었다.
김 소령은 반란군 10여 명에 맞서 대항하다 현장에서 전사했다. “사령관님을 홀로 둘 수 없다”는 군인정신을 보여준 그는 부대 뒷산에 암매장됐다가 훗날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그의 아내는 남편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실명하고 실족사하는 비극을 겪었다.
장태완 수경사령관 등의 진압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고 13일 새벽, 반란군은 국방부와 육군본부를 점령했다. 군권을 손에 쥔 신군부는 1980년 ‘서울의 봄’ 민주화 요구를 묵살하고 5.17 비상계엄 확대로 정권을 탈취했다.
성공한 쿠데타처럼 보였던 12.12는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하극상에 의한 군사반란’으로 규정됐다. 1995년 ‘역사 바로 세우기’ 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이 법정에 섰다.
하나회 수장이자 12.12를 이끌었던 전두환은 이듬해 유신헌법에 의한 통일주체국민회의의 체육관 간접선거로 1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후 헌법을 개정해 7년 단임의 제5공화국을 1981년 출범하며 12대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1997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이 확정됐으나 같은 해 12월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의 건의로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됐다. 이후 그는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는 말을 남기는 등 추징금 납부를 거부하고, 회고록을 통해 5.18을 왜곡하는 등 반성 없는 삶을 살다 2021년 사과 한마디 없이 사망했다.
하나회 2인자로 12.12 당시 9사단 병력을 서울로 출동시켰던 노태우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치러진 같은 해 직선제 선거에서 당선돼 13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7년과 추징금 2628억원을 확정 받았으나 역시 사면됐다. 그는 추징금을 완납하고, 자녀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과오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900여억원의 비자금 의혹이 재점화되기도 했다.
박희도, 최세창, 장세동 등 반란에 가담했던 핵심 장성들 역시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사면됐다. 이들 대부분은 신군부 정권 하에서 장관, 국회의원, 공기업 사장 등 요직을 거쳤다.
반면 반란을 막으려던 장태완 전 수경사령관은 강제 예편 후 부친의 사망과 외아들의 의문사라는 비극적인 가족사를 겪어야 했다. 정병주 전 특전사령관 또한 강제 예편 후 12.12의 부당성을 알리다 1989년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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