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경쟁 시대 지원사격 나서
첨단산업 지주사, 금융리스업 허용
초기 투자부담 경감 위해 규제 완화
SK하이닉스 자회사 설립 자금 감소
장투 위해 한국형 국부펀드도 설립
“전문가 참여로 자본 효율성 향상”
정부가 첨단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은 국가 간 대항전의 성격이 짙어진 기술경쟁 시장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한 선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큰 틀에서 금산분리 원칙에 손대지 않았지만 사실상 예외를 두고 증손회사를 통한 금융리스업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길을 터줬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업무보고에서 첨단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지주회사 지분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리스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는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의 3단계까지만 허용하고, 4단계의 증손회사는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기업집단의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걸 막기 위한 장치다.
정부는 이 규제를 완화하면서 지방투자와의 연계를 조건부로 걸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기본적으로 지방투자를 우선하도록 했다”며 “만약 수도권에 관련 생태계를 조성하는 경우 지방에 투자하는 조건을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와 승인도 거치도록 했다.
지주회사의 지분 규제 완화와 함께 금융리스업을 할 수 있는 제도 완화도 함께 추진한다. 사실상 금산분리 완화로 읽히는 대목이다. 공정거래법은 금융지주회사가 금융업이나 보험업을 하지 않는 국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것과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업 혹은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금하는 금산분리 원칙을 두고 있다.
기재부는 전략 산업이 민간·정책자금을 설비 확대 등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장기임대로 초기 투자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보고했다. 첨단산업 분야 지주회사가 금융리스업을 할 수 있도록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허용해 초기 투자부담을 경감시키기로 했다. 구 부총리는 “금산분리에 손대지 않았다”고 강조했으나, 특정 기업의 민원성 규제 완화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발표대로 규제가 완화되면 SK하이닉스는 투자금 확보에 활로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른 대규모 투자 필요성을 제기하며 규제 완화를 요청해 왔다. SK는 지주회사 SK→SK스퀘어→SK하이닉스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정부의 방안이 실현되면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자회사(SK의 증손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요건이 완화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기재부는 국가전략 분야에 장기 투자하기 위해 ‘한국형 국부펀드’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정부는 내년도 상반기 한국형 국부펀드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해외 국부펀드인 싱가포르의 테마섹(Temasek), 호주의 퓨처펀드(Future Fund) 등을 벤치마킹할 계획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는 대규모 투·융자가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는 많이 지체돼 있는 상황이다.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자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금산분리는 경제력 집중이나 계열사 부당 지원을 막기 위한 취지인데 국민성장 펀드 등을 통해 출자를 받는 것은 사실 사금고화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 우려되는 부분은 이미 공정거래법 등을 통해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잘못했을 때 강하게 제재하면 되지 막연한 우려로 막는 것은 글로벌 규제 정합성과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산업 자본으로 은행 자본금 확충이 가능해 안정성을 높일 수 있어 꼭 필요하다”며 “펀드의 경우도 금융권 사람들뿐 아니라 업태를 잘 아는 산업분야 전문가들이 뛰어들 수 있어 자본 효율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또 “금산분리의 핵심은 기업이 은행을 소유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은행예금 이용 등을 막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그런데 이미 특수관계인이나 특정 기업에 은행이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을 대출할 수 없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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