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공간에서의 이른바 ‘가짜뉴스’ 유포를 추방하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근절법)이 그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의 뜻으로 과방위 회의실에서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가 이뤄졌다. 앞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경우 여야의 극한 대치와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더라도 과반 다수당인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면 지금의 법안이 그대로 가결될 것이 확실하니 참으로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이 법안은 허위조작 정보를 고의로 유통했을 때 추정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법안에 따르면 허위조작 정보란 구체적으로 폭력 선동, 증오심 조장, 타인의 인격권·재산권 침해, 공익 훼손 등을 가리킨다고 한다. “허위조작 정보의 개념 및 판단 기준이 부정확하다”는 지적에 따라 몇 가지 사례를 적시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애매모호한 것은 마찬가지다. 여당이 “법률을 왜곡해 적용한 판검사들에게 형사 책임을 묻겠다”며 신설을 추진 중인 ‘법왜곡죄’만큼이나 뜬구름 잡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부·여당에 불리한 보도를 임의로 가짜뉴스, 곧 허위조작 정보라고 단정한 뒤 해당 언론사나 기자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다. 대통령실이나 국가정보원, 경찰, 국세청 등 권력 기관들이 이런 소송을 남발하는 경우 그 폐해는 가늠조차 하기 힘들 만큼 클 것이다. 당장 언론 등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엊그제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의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방해) 발언을 국회의장이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것과 비슷한 일들이 비일비재하지 않겠는가.
국민의힘에서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통제를 정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 “대한민국의 입이 틀어막혀졌다” 등 비판이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오죽하면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 및 언론단체조차 공동 성명에서 “해당 법안의 졸속 처리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겠는가. 12·3 비상계엄 사태로 무너질 뻔했던 대한민국 민주주의 재건을 공약으로 내세워 정권을 잡은 민주당이 이렇게 해선 안 된다. 민주당은 “언론에 대한 충분한 보호 장치 없이 국가 중심의 규제·처벌만 도입하려는 것이 근본적 문제”라는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지적을 경청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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