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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에도 ‘아아’ 당기는 당신?…몸이 보내는 침묵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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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14 14:21:15 수정 : 2025-12-14 14:21:14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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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가 몰아쳐도 거리 곳곳에는 늘 얼음이 가득 든 아이스 아메리카노 컵이 보인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라는 뜻의 이른바 ‘얼죽아’족은 겨울에도 차가운 음료를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다.

 

추운 겨울날 얼음이 가득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이동하는 시민의 모습. 뉴스1 자료사진

14일 스타벅스코리아가 밝힌 최근 판매 분석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11월 23일까지 국내 매장에서 판매된 음료 가운데 아이스 음료 비중은 77%에 달했다. 겨울 음료를 판매하는 2022년 1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4개월만 따로 보면 아이스 비중이 61%, 특히 한파가 절정이던 2023년 1월 57%, 2월 64%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폴 바셋은 겨울 시즌 아이스 음료 비중이 62%, 할리스는 2023년 1월 기준 아이스 아메리카노 비중이 55%로 나타났다. 가장 추운 계절에도 따뜻한 음료보다 차가운 음료가 더 많이 선택되는 양상이 여러 브랜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문제는 이런 습관을 단순한 ‘취향’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겨울철에는 외부 기온이 낮아 체온이 쉽게 떨어지는데, 이때 차가운 커피가 몸속으로 들어오면 체온을 유지하려는 생리적 반응이 즉각적으로 작동하며 혈관과 위장, 자율신경계에 동시에 자극이 가해질 수 있다.

 

얼음이 가득 담긴 아이스 커피 한 잔. 게티이미지뱅크

먼저 혈관과 혈압의 변화다. 기온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체열 손실을 막기 위해 말초 혈관부터 수축시키는데, 손발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상태에서 얼음이 가득 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면 국소 혈관이 더 강하게 수축하며 일시적으로 혈압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특히 겨울철 아침에는 혈관 수축이 활발해져 혈압이 오를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찬 음료를 마시면 고혈압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커피의 카페인이 더해지면 자극은 더 커진다. 카페인은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고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일시적인 각성 효과를 내는데, 겨울처럼 몸이 긴장하기 쉬운 계절에는 이런 반응이 혈압과 심장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혈관이 한 번 더 조여지면 손발이 쉽게 차가워지고, 두통·어지러움·가슴 두근거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화 기능도 예외가 아니다. 위장은 따뜻할수록 소화 효소가 원활하게 분비되고 음식 분해 속도도 빨라지는데, 차가운 음료가 들어오면 위장관 운동이 일시적으로 둔해지면서 소화가 더디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역류성 식도염이나 만성 위장염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찬 음료와 카페인이 위 점막을 자극해 복통·설사·속 쓰림 같은 증상을 반복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어 겨울철 주의가 필요하다.

 

찬 커피가 면역력과 피로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체온이 떨어지면 백혈구 등 면역 세포 활동이 둔해지고 바이러스·세균에 대한 방어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은 여러 연구와 임상 경험을 통해 알려져 있다. 일본 종양내과 전문의 사이토 마사시는 저서 ‘체온 1도가 내 몸을 살린다’에서 체온이 약 1도 내려가면 면역력이 30%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일상에서 체온을 지키는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추운 날씨에 손이 시려워 핫팩을 꼭 쥐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겨울철에는 기초 체온이 평소보다 낮아지기 쉽다. 이런 상태에서 하루에도 몇 잔씩 아이스 음료를 마시면 몸은 체온을 올리려는 반응과 차가운 자극에 대응하는 반응을 반복하게 된다. 피로가 잘 풀리지 않고 감기에 자주 걸린다면 이러한 생활 습관이 컨디션 저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한 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얼죽아’ 습관이 숨은 질환의 신호일 가능성도 있다. 국내외 연구에서는 철결핍성 빈혈 환자에게서 얼음을 반복적으로 씹어 먹는 ‘빙식증’이 흔히 나타난다고 보고한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연구팀은 철결핍성 빈혈 환자 38명을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23명에게서 얼음 중독 양상이 관찰됐고 철분을 보충하자 대부분 얼음 섭취 행동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몸에 열이 많지 않은데도 사계절 내내 얼음이나 찬 음료를 찾는다면,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철분 부족이나 빈혈 여부를 한 번쯤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건강한 성인이라면 추운 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두 잔 마신다고 해서 곧바로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손발이 항상 차갑거나 △소화 기능이 약해 자주 체하거나 △겨울마다 감기나 기관지염이 잦거나 △고혈압·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겨울철만큼은 차가운 커피보다 따뜻한 음료를 선택하는 편이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더 유리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역시 겨울철에는 고혈압·심혈관 질환자의 혈압 관리를 위해 찬 음료를 피하고 체온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눈이 내리는 겨울날 따뜻한 커피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겨울은 몸을 따뜻하게 유지할수록 면역력과 혈액순환, 소화 기능이 고르게 좋아지는 계절이다. 손에 들고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단순한 기분 전환용 한 잔인지, 아니면 몸이 보내는 작은 경고 신호인지는 생활 습관과 현재 컨디션을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한다. 지금까지 ‘얼어 죽어도 아이스’를 고집해 왔더라도, 올겨울만큼은 몸을 위해 한 번쯤 따뜻한 음료를 선택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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