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보냈다면…익숙한 ‘양키시장’
‘제물포 르네상스’ 일환…완전한 재개발
인천 동구 송현자유시장. 인천에서 꽤 오랫동안 살아온 이들은 이곳을 ‘양키시장’이라고도 불렀다. 60년 가까이 인천 원도심을 지켜온 이 시장의 철거가 지난 8일 본격 시작됐다. 시장 건물들은 단계적으로 해체되며 오래된 골목도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 세대의 기억과 문화가 해체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양키시장의 시작은 한국전쟁 시기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란민들이 근처에 모여 살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미군 부대가 가까이 있어 군복·담배·커피·생필품 등이 흘러 들어왔고, 서민들은 그것을 사고팔며 생계를 꾸렸다. 1965년 12월 정식 개장한 시장은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곳’, ‘미제 물건 찾으러 가는 시장’이라는 말을 들으며 활기를 띠었다. 그때만 해도 귀하디귀했던 외국산 생활용품이 서민들의 손에 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였다고도 한다.
특히 1990~2000년대에 인천에서 초·중·고 시절을 보냈다면, 친구들과 ‘동인천 양키시장에서 옷 사고 부평으로 넘어 가자’ 등 약속을 한 번쯤은 했을 법하다. 양키시장은 ‘짝퉁 성지’라 불리기도 했는데 유명 브랜드 로고를 박은 운동화나 가방 모조 제품이 눈에 많이 띄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던 그 시절 학생들에게 양키시장은 우회적으로 새로운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곳이었다.
시간은 시장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인천항 주변 개발과 송도·청라 같은 신도시의 성장, 대형마트와 쇼핑몰 등장으로 사람들은 동인천역을 중심으로 하는 원도심을 떠났다. 빈 점포가 늘었고 시장은 점차 활력을 잃어갔다. 무엇보다 건물 노후화가 심각했다. 지난 8월 안전진단에서 시장 건물 대부분이 사실상 사용을 중단해야 할 수준의 판정을 받으면서 철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동인천역 일원은 2007년부터 다양한 개발 시도가 있었지만 오랜 기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유 시장은 취임 이후 이러한 숙원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동인천역 주변 지역의 전면 개발을 과감하게 결정하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왔다.
철거 착공식에는 유정복 인천시장, 김정헌 중구청장, 김찬진 동구청장 그리고 지역 의원 등 13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철거는 인천시의 민선 8기 1호 공약인 ‘동인천역 복합개발’, 더 크게는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 일환이다.
시는 총예산 45억원을 들여 주민 이주가 모두 끝난 1-1단계 구간(1075㎡)부터 철거하고, 나머지 1-2단계 구간(8470㎡)은 보상·이주 절차를 마친 뒤 철거할 계획이다. 노후화가 심각한 시장 철거가 끝나면 신시가지에 밀려 상권이 급격히 쇠퇴한 동인천역 일대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시는 4351억원을 들여 동인천역 일대 9만3900㎡를 2029년까지 주거 ·업무·상업·행정 기능이 결합한 입체복합도시로 개발할 방침이다.
유 시장은 “과거에는 화려했지만 지금은 쇠퇴한 이곳이 새로운 관광, 문화, 경제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완전히 재개발 돼야 한다”며 “경인전철 지하화와 맞물려 이 일대 모두 철거되고 새로운 혁신적인 미래형 신도시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은 단위 개발이 아니라 복합적인 산업, 문화, 경제 중심지로 이해하면 된다”며 “일부는 복합주거단지, 공공청사 부지로 조성하는 등 새로운 도심 개발을 수립 중이지만 구체적인 사안은 사업을 진행하며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온도와 표정이 배어 있던 공간이었던 만큼 관련 기사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추억을 떠올리는 글이 눈에 띈다. 한 누리꾼은 “기억으로 남은 장소가 없어지니 아쉽다”며 말했고, 다른 누리꾼은 “또 하나의 추억의 장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반응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브랜드는 입고 싶고 돈은 없던 시절 갔던 곳”이라며 “리바이스 제품을 샀는데 지퍼가 ‘게스’였던 게 생각난다”는 추억담을 꺼내기도 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연예계 살풍경](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09/128/20251209517773.jpg
)
![[데스크의 눈] “내 동료가 돼라”고 한다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09/128/20251209517737.jpg
)
![[오늘의 시선] 비핵화 실종 시대, 남북대화 해법 찾자](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09/128/20251209517710.jpg
)
![[안보윤의어느날] 이토록 친밀한 악인](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25/128/20251125518406.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