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한반도에서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6·25 전쟁이 터졌을 때 아일랜드는 아직 유엔 회원국도 아니었다. 한국과 외교 관계 또한 없었다. 다만 국내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아일랜드인 가톨릭 신부와 수녀 등 8명이 전쟁 발발 초기 피난을 포기하고 신자들 곁에 남았다가 북한군에 의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벌어졌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경내에는 이들 8명의 헌신을 기리는 추모비가 세워져 한국을 찾는 아일랜드 국민, 특히 가톨릭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6·25 전쟁 중 희생된 아일랜드 선교사들을 기리는 예술 작품이 주한 아일랜드 대사관을 통해 곧 전쟁기념관에 기증된다. 기념관 운영 주체인 전쟁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당시 희생자의 친척과 미쉘 윈트롭 주한 아일랜드 대사가 5일 기념관을 찾아 직물 공예로 만들어진 해당 작품을 소개하고 제작 경위도 상세히 설명했다.
이 작품을 국내로 가져온 이는 재클린 도위다. 그는 6·25 전쟁 중 순교한 아일랜드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소속 선교사 프랭크 캐너번의 친척이다. 캐너번 선교사는 1949년 한국에 도착해 강원 춘천에서 사목 활동을 했다. 이듬해 6·25 전쟁이 터진 뒤에도 피신하지 않고 성당을 지키다가 북한군에 체포됐다. 군인 신분도 아니었지만 캐너번은 북한군이 붙잡은 미군 포로들과 함께 수용소에서 가혹한 수형 생활을 견디다가 1950년 12월 숨을 거뒀다.
도위는 캐너번의 삶과 신앙, 그리고 희생을 기리고자 6·25 전쟁 중 순교한 아일랜드 선교사들을 형상화한 태피스트리(유럽식 직물 공예품) 제작을 의뢰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을 전쟁기념관에 기증하기로 한 것이다.
전쟁기념사업회 백승주 회장은 “낯선 땅에서 선교사의 소명을 다한 이들의 희생을 한국 국민은 오래 기억할 것”이라며 “작품을 소중히 전시해 선교사들의 정신과 헌신이 널리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업회는 오는 2026년 중 공식 기증식을 거쳐 이 태피스트리 작품을 대중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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