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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현실로”… 재능에 날개 달아준 ‘꿈 이룸 바우처’ [지방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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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05 06:00:00 수정 : 2025-12-05 09:43:11
원주=배상철 기자 b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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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 전국 첫 사업… 효과 톡톡

모든 초등학생에 月 10만원씩 지원
“교육비 줄고 예술경험” 만족도 높아
市 진로탐색 프로그램 증설 효과도

영재엔 대학 전까지 장학금 후원 추진
실력자들은 시민 앞 공연 재능기부도
#1. 지난 2월 서울에서 열린 제56회 체코 파르두비체 국제 콩쿠르 한국 본선에서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첼로를 시작한 지 1년6개월에 불과한 강원 원주시 봉대초등학교 김석우(12)군이 현악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김군은 앞선 지난해 9월 강원지역 예선에서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같은 해 6월 열린 제86회 국제영재음악콩쿠르에서는 첼로부문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김군은 내년 상반기 체코 파르두비체에서 열리는 국제 콩쿠르에서 전 세계 음악 영재들과 실력을 겨루기 위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원주 봉대초 김석우(12)군이 지난 7월 원주시청에서 첼로를 켜고 있다. 원주시 제공
‘리틀 피카소’로 불리는 원주 봉대가온학교 2학년 정은우(9)양이 그린 그림. 아동 식기류에 그림이 들어갈 예정이다. 원주시 제공
#2. 원주 봉대가온학교 2학년 정은우(9)양은 ‘리틀 피카소’로 불린다. 정양이 그린 그림들이 현대 미술 거장인 파블로 피카소를 떠올리게 해 붙은 별명이다. 알록달록 창의적인 색의 조화가 인상적인 정양의 그림은 지난해 국회의사당과 원주시청에 전시됐다. 아동 식기류 업체 등과 협업을 통해 각종 상품에도 정양의 그림이 담길 예정이다. 수익금은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설립된 모교에 장학금으로 기증된다.

 

두 학생의 공통점은 원주시가 2023년 7월 전국에서 최초로 도입한 ‘청소년 꿈 이룸 바우처’ 사업을 통해 첼로와 미술을 접했다는 사실이다. 민선 8기 원강수 원주시장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이 사업은 원주에 주민등록을 둔 모든 초등생에게 1인당 매달 10만원씩 연간 120만원 상당 바우처를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바우처는 지역 내 예체능학원, 1일 체험시설, 발달재활서비스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만족한다 97%… 문화·진로 과정 100배 증가

4일 원주시에 따르면 꿈 이룸 바우처 사업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시가 정책 시행 2년째인 지난 7월 연구용역업체에 의뢰해 지역주민 4027명을 대상으로 사업에 대한 만족도를 물어본 결과 85%(3169명)가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만족한다는 의견은 12%(449명)로, 응답자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반면 보통 2%(83명), 불만족 1%(21명), 매우 불만족 0.3%(14명)로 부정적 의견은 3.3%에 그쳤다.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 절반가량인 45%(1629명)는 자녀양육에 경제적 부담 감소를 이유로 들었다. 이어 다양한 예체능 경험 기회 제공 44%(1572명), 자녀의 특정분야 재능 발견 7%(255명), 하고 싶었던 예체능 프로그램에 등록 4%(155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바우처 사용 분야는 체육·스포츠가 57%(2160명)로 가장 많았고 음악 22%(817명), 미술 10%(366명), 독서논술 5%(209명), 무용·댄스 2%(60명)가 뒤를 이었다. 전체 응답자 99%는 꿈 이룸 바우처를 계속해서 이용하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

주목할 점은 초등생인 자녀는 물론 부모들의 삶 만족도까지 매우 높아졌다는 점이다. 삶의 질이 높아졌는지 묻는 말에 76%(2830명)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는 의견도 19%(720명)로 많았다. 보통 4%(157명), 그렇지 않다 0.3%(16명), 매우 그렇지 않다 0.3%(13명)로 조사됐다. 자녀들의 삶 만족도 질문에서는 94.3%가 ‘문화예술 활동을 즐기며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긍정 평가했다.

문화예술과 진로탐색 프로그램이 크게 늘어난 것도 효과로 꼽힌다. 제도 운영을 시작한 2023년 원주에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1개, 진로탐색은 0개에 그쳤으나 3년 만에 문화예술은 90개, 진로탐색은 103개로 100배 이상 늘었다.

호응이 상당하지만 사업이 계속되기 위해선 내년 하반기 보건복지부 평가를 통해 사업 연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회보장기본법은 지자체가 새로운 복지사업을 시작할 때 복지부와 협의를 의무로 규정한다. 이번 사업의 경우 3년간 운영 성과를 평가하고 사업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조건으로 승인된 바 있다. 일단 복지부 평가가 진행되는 내년까지 사업은 이어진다. 시는 사업 연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청소년 꿈 이룸 바우처로 춤을 배운 초등생들이 지난 4월 원주에서 열린 '꿈 이룸 한마당' 행사에서 춤을 추고 있다. 원주시 제공

◆중·고교로 연계, 꿈 이룸 커뮤니티센터 건립도

원주시는 아이들의 꿈과 재능이 고등학교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연계사업을 준비 중이다. 우선 ‘꿈을 잇다: 영(young)아티스트 장학지원’ 사업은 발굴된 예체능 영재에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년 100만원씩 지원하는 장기장학제도다. 연간 사업비는 6000만원 정도다. 국립공원공단이 매년 500만원씩 12년간 후원하기로 했다. 이후 공공기관과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예체능 분야로 진로를 희망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꿈 이룸 더하기(+)’ 사업도 추진한다. 중·고교생과 관련 분야 전문가를 일대일로 연결해 공연·전시·창작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실전 경험을 통해 청소년들이 지역을 대표하는 창작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다.

‘꿈 이룸 나누기(÷)’ 사업은 지역사회 환원 정책이다. 꿈 이룸 바우처 사업으로 성장한 청소년들이 지역에서 열리는 다양한 축제와 행사무대에 설 수 있도록 지원, 재능기부 기회를 제공한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실력을 대중에게 뽐낼 기회를 얻고 시민들은 수준 높은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이미 공연팀이 꾸려져 각종 무대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시는 꿈 이룸 바우처 사업 전진기지 역할을 할 커뮤니티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생존수영장, 돌봄지원센터, 실내체육관, 인성교육센터를 갖춘 커뮤니티센터는 국비 157억원을 포함해 총 256억원이 투입된다. 2027년 착공해 2029년 개관이 목표다. 특히 수영장과 체육시설은 청소들이 꿈 이룸 바우처를 통해 키운 재능을 실생활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김경미 시 교육청소년과장은 “원주 교육정책이 달라지면 아이들 미래가 달라지고 아이들 미래가 달라지면 원주시 미래도 달라질 것”이라며 “아이들의 꿈과 원주시 미래가 커질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참여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원강수 원주시장 “청소년 정책 모델로 성장  다른 지자체서 문의 쇄도”

 

“아이들이 가정형편과 관계없이 마음껏 꿈꾸고 배웠으면 합니다.”

원강수(사진) 강원 원주시장이 청소년 꿈 이룸 바우처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원 시장은 4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이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아직도 상당하다”며 “아이들이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정책적 토대를 만들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원 시장은 모든 아이가 반드시 재능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다양한 예체능 활동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흥미를 느끼는 무언가를 발견한다면 아이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며 “이런 경험들이야말로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스포츠 한 종목 정도는 즐길 수 있는 그리고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만큼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원 시장은 “내부검토 결과 기초생활수급자가 바우처를 받았을 때 수급자격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불이익이 없도록 관련 조례를 정비하고 보건복지부와 긴밀하게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을지를 최우선에 두고 고민했다”며 “덕분에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소년 꿈 이룸 바우처 사업은 내년 하반기 보건복지부 사업 평가를 앞두고 있다. 평가를 통과해야 사업이 연장된다. 원 시장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설문결과 사업이 계속됐으면 한다는 의견이 99.3%에 달했다”며 “속단할 수 없지만 그간 성과를 보면 긍정적”이라고 힘줘 말했다. 원 시장은 “아이들의 재능 발굴 사례가 꾸준히 축적됐고 다른 지자체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며 “선진적인 지역 청소년 정책 모델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소년 정책 방향성을 묻자 원 시장은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꺼냈다. 원 시장은 “아이를 올바르게 성장시키는 데 가정과 학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지역의 모든 자원이 집중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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