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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우리’를 둘러싼 오해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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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03 23:15:53 수정 : 2025-12-03 23: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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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의 한 분야로 화용론이라는 게 있다. 이 분야는 말의 의미를 문맥 속에서 이해하려는 분야이다. 따라서 화용론은 말하는 사람인 ‘나’, 듣는 사람인 ‘너’, 그리고 말에서 언급되는 사람인 ‘그/그녀’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 ‘나’가 ‘너’를 포함하거나, ‘나’와 같은 부류에 속하는 사람을 포함하면 ‘우리’가 된다. 이 1인칭 복수 대명사는 거의 모든 언어에 존재한다. 하지만 그 사용은 민족과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중국어의 1인칭 대명사로는 ‘워’와 ‘워먼’이 있다. ‘워(我)’는 ‘나’라는 1인칭 단수 대명사이고, ‘워먼(我?)’은 ‘우리’라는 1인칭 복수 대명사이다. 그런데 중국인은 자기 엄마를 가리킬 때 ‘워마마(w? m?ma)’, 즉 ‘나의 엄마’라고 하지, ‘워먼마마(w?men m?ma)’, 즉 ‘우리 엄마’라고 하지 않는다. 반면에, 자기 학교를 가리킬 때는 ‘워먼 쉬에샤오(w?men xuexiao)’, 즉 ‘우리 학교’라고 한다.

잘 알다시피, 한국어의 1인칭 대명사로는 ‘나’와 ‘우리’가 있다. 그런데 한국인은 ‘우리’라는 대명사를 참으로 많이 쓴다. ‘우리나라’, ‘우리말’, ‘우리 집’, ‘우리 학교’, ‘우리 남편’, ‘우리 아내’, ‘우리 딸’, ‘우리 사위’ 등등 말이다. 이런 ‘우리’의 과도한 사용은 한국인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래서 아무도 이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에게는 그렇지 않다. 다음 이야기에서 보듯이, 중국 유학생은 이런 사용을 의아하게 여기기도 하고 심하면 불쾌하게 여기기도 한다.

“한국 친구들은 말할 때 ‘우리’라는 말을 자주 써요. 그 말은 정말 듣기 싫고 불편해요. 저는 한국 친구들을 친구로 생각하는데 게네들은 늘 저를 이방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무리 친해도 한국 친구들은 자기네들이 설정한 ‘우리’에 끼워 주지 않는 것 같아서 소외감이 들어요. 제가 한국어로 한국인과 대화하면 친구들은 “우리말을 진짜 잘하네요”라고 하고요. 또 한국의 연예인이나 정치인에 대해 말하면 “우리 한국 사람보다 더 많이 아네요”라고 말해요. 실제로 저는 한국의 역사, 문화에 대해서 관심이 많거든요. 책도 좀 읽었고요. 한국 친구들이 이런저런 주제로 토론할 때 저는 하나도 낯설지 않아요. 그런데도 친구들이 ‘우리’, ‘우리나라’라고 하면 저는 굉장히 불편해요.”(김삼화·김창대, 2009)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이런 상황이 되면 이 중국인에게 우리의 ‘우리’에 대해 뭔가는 말해주어야 할 것 같다. 이때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대개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한국 사회 특유의 공동체적 또는 집단주의적 정서 때문에 ‘우리’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둘째, ‘나’를 내세우지 않으려는 예의 관습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많이들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이 두 가지 설명은 학문적으로 좀 더 심도 있게 논의해 보아야 할 것들이다.

분명한 것은 한국인은 ‘우리’라는 단어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이것이 중국인에게는 불쾌하게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는 양자가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국인은 한국인의 ‘우리’라는 단어 사용이 오랜 언어습관임을 이해하고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인은 중국인과 이야기할 때는 ‘우리’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표현을 조금 삼가면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 대신에 ‘한국’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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