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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화된 ‘팬덤정치’ 계엄 후 절정… 협치 길로 나아가야 [심층기획-12·3 비상계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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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03 06:00:00 수정 : 2025-12-02 21:33:50
박유빈·이지안·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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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날이 남긴 상처

강성 지지층 업고 당권 거머쥔 양당 대표
대화·타협보다는 극한 대립으로 치달아
정청래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 발언도

국힘 “계엄 단절해야 돌파구”… 요구 분출
내란 프레임 벗어나 의회정치 복원 절실

“딴지일보가 민심의 바로미터다.”(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11월6일 민주당 초선의원 워크숍 강연 중)

 

“보수 유튜버들이 왜 장동혁이 돼야 하는지 한 목소리로 지지했다.”(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8월26일 취임 기자회견 중)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91.6%를 차지하는 거대 양당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표들의 입이 극단으로 향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이후 각 진영 내 강경세력을 등에 업고 당권을 잡은 두 대표는 취임 이후에도 강경 태도를 유지했고, 이는 자연스레 국회 내 극한 대립으로 이어졌다. 팬덤이 정치를 밀어올리는 시대. ‘팬덤정치’가 12·3 비상계엄 이후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정치인의 발언과 그의 정치 활동을 지지하는 팬덤은 김대중·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등 유력 정치인 대부분이 공고했고 이재명 대통령 또한 그렇다. 전통적인 팬덤과 차이라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로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을 활용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과 직접 소통한다는 점이고 양당 대표들도 요구를 적극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는 정 대표와 장 대표 모두 지지층 주장을 외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팬심’이 만든 당대표

 

대통령제인 우리나라는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당의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25년 국회가 대화와 타협보다는 대치와 대립으로 얼룩졌던 것도 양당 지도부 선출 구조와 무관치 않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당원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가 새 얼굴이 됐고 국민의힘 역시 계엄 후 강성 지지층만 남은 ‘짠물’ 전당대회에서 뚜렷한 당내 기반이 없던 ‘1.5선’ 장 대표가 당권을 잡았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이후로 정 대표는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거나 “대법원장이 뭐라고” 같은 강경 발언을 했다. 국민의힘이 위헌정당 해산청구 대상이라거나 내란전담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는 정 대표가 ‘민심의 척도’라고 말한 딴지일보 게시판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다.

 

원내 영향력이 줄어든 국민의힘은 장외투쟁을 반복했고 장 대표는 “우리가 황교안” 같은 발언처럼 수위를 높여갔다. 계엄 1주기를 맞아 당내 사과 요구도 분출했지만 사과에 반대하는 강성 지지층 목소리를 거스르는 것은 장 대표에게 녹록지 않은 선택이다.

 

선거로 선출되는 정치인이 지지층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고, 결국 강경 지지층의 주장을 대변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대중은 감정적으로 판단하기 쉽고 정치 팬덤은 원하는 이야기를 하는 정치인만 좋아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공천 과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유튜브 방송 하나로 후원금을 다 채우는, 표와 돈을 쥔 팬덤은 그 어느 집단보다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野, 계엄 사과부터. 與는 절제를’

 

‘정치의 본령’이 지지층 주장을 추종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야당엔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성찰과 지난 1년 평가 문제, 여당엔 ‘태도가 리더십’이란 관점에서 상대를 대하는 문제를 반추해 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계엄의 강을 건너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년째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당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계엄과 단절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때 친윤석열(친윤)계 핵심으로 분류된 중진 의원은 “계엄이 잘못됐다는 국민의힘 입장은 변한 적이 없다”며 “이를 명확히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구(舊) 주류에 속하는 또 다른 영남권 중진도 “계엄이라는 ‘가두리 양식장’을 벗어나지 못하면 모든 게 무의미하다”며 “당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까지 설득해서 미래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석수로 독주하는 민주당이 이제는 집권여당이 된 만큼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이 여당일 때는 그 책임이 더 컸지만, 이제는 민주당이 거대한 권력을 잡았기 때문에 협치에 대한 책임도 민주당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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