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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연승 질주 견인’ 복덩이 신인 …“코트서 경기할 때 가장 편해요”

입력 : 2025-12-02 19:19:37 수정 : 2025-12-02 21:50:54
김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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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배구 선두’ 도로공사 이지윤

압도적 기량에 드래프트 전체 1순위
베테랑 배유나 공백 메우며 맹활약
서브 범실 거의 없고 2단 연결도 척척
10전 10승… “이기는 경기만 하고파”

코로나 때 개인 레슨 덕에 기본기 탄탄
부상 등 없을 땐 ‘영플레이어상’도 기대

지난 9월 열린 프로배구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는 ‘이지윤 드래프트’라 불렸다. 서울 중앙여고 출신의 미들 블로커 이지윤(18)의 기량이 또래들보다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188㎝의 좋은 신장에 기본기가 좋다는 평가로 7개 구단 모두 “1순위 지명권이 나온다면 무조건 이지윤”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추첨 결과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따낸 건 도로공사였다. 2023년, 2024년에도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거머쥐며 미들 블로커 김세빈, 세터 김다은을 지명했던 도로공사는 3년 연속 1순위 지명권 당첨의 행운을 누렸고, 김종민 감독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당연히 이지윤이었다.

여자 프로배구 도로공사 이지윤이 지난달 27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페퍼저축은행과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이지윤의 이름 석 자는 결코 헛된 명성이 아니었다. 아직 고교 졸업장도 받지 않았지만 프로 10년 차 같은 침착함을 보여주며 곧바로 프로 무대에 적응한 모습이다. 벌써 영플레이어상 수상자 명단에 ‘이지유’까지 작성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부상 등의 변수만 없다면 ‘ㄴ’까지 무난하게 써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빼어난 신인이라도 데뷔 후 곧장 코트 위에서 서려면 운도 따라야 하는데, 이지윤에겐 운까지 따르는 모습이다. 도로공사 베테랑 미들 블로커 배유나가 시즌 개막전이던 10월21일 열린 페퍼저축은행전에서 어깨 탈구 부상으로 이탈했다. 배유나가 빠진 자리는 자연스럽게 이지윤에게 주어졌다.

 

덜컥 주어진 주전 자리에 중압감이 어깨를 짓누를 법도 한데 이지윤은 태연하다. 기본기가 워낙 좋아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다. 서브 범실도 거의 없다. 프로 10경기를 뛰는 동안 181개의 서브를 때려 범실은 단 10개에 불과하다. 2단 연결도 척척 해낸다. 김 감독도 “우리 팀에서 2단 연결을 제일 잘하는 건 이지윤”이라고 극찬할 정도다. 본연의 임무인 블로킹에서는 리딩 능력 등을 더 키워야 하지만, 경험치가 필요한 덕목이라 시간이 자연스레 해결해줄 것이다.

 

지난달 27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전에서도 이지윤은 블로킹 3개, 서브 득점 2개 포함 10점(공격 성공률 50%)을 올리며 도로공사의 세트 스코어 3-0 완승에 힘을 보탰다. 도로공사는 이지윤이 주전으로 뛴 이후 10연승을 달리며 일찌감치 독주 채비를 마쳤다. 배유나의 부상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준 이지윤은 올 시즌 도로공사 선두 질주의 숨은 공신이다. 이지윤은 아직 프로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무패의 이지윤’이다. 이지윤은 “팀에 들어온 지 한 달 됐는데, 지는 경기를 안 해봤어요. 뿌듯하고 행복해요. 앞으로도 이기는 경기만 하고 싶어요”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제 갓 프로 무대에 데뷔했는데도 전혀 떨지 않는 비결을 묻자 이지윤은 “프로 무대를 밖에서 지켜봤을 땐 ‘저기에 서면 얼마나 긴장될까’ 생각했어요. 근데 막상 코트에 들어가서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 괜찮더라고요. 무대 체질까진 아니지만, 코트 위가 제일 편해요”라고 설명했다.

 

이날 관중석에는 ‘이지윤 응원부대’ 200여명이 그의 이름을 열광적으로 연호했다. 경남 창녕에 있는 한국과학기술고등학교의 교장인 이지윤의 아버지가 본인의 학교 학생 200명을 단체로 데리고 와 도로공사와 이지윤을 응원했다. 이지윤은 “아빠가 ‘버스 4대 정도 갈 거야’라고 해서 깜짝 놀라고 당황했어요. 그래도 그 응원의 힘을 제대로 받은 것 같아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지윤이 신인답지 않게 기본기가 탄탄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키워드는 ‘코로나19 그리고 일대일 레슨’이었다. 이지윤은 “중학교 때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려서 휴교령이 내려졌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본가가 있는 밀양으로 내려갔죠. 아빠 학교의 체육관에서 과거 미도파에서 선수로 뛰었던 이정숙 선생님에게 개인 지도를 받았어요. 일대일로 기본기와 자세 등을 자세히 배웠는데, 그때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재활 중이던 배유나는 최근 선수단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그 말은 곧 이지윤에게도 주전 경쟁의 험난함이 찾아온다는 얘기다. 이지윤은 “저는 유나 언니가 돌아올 때까지 제 자리에서 제 몫을 하며 버티는 게 목표였어요. 언니가 돌아와도 팀 분위기가 밝아질 수 있게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그래도 주전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냐’ 묻자 이지윤은 “아주 조금은, 지키고 싶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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