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매수인 내세워 시세 가격 2배에 토지 작업”
정보공개 요구했다가 업무방해 등으로 조합 제명되기도
단일 법 없이 주택법에 일부 규정돼 ‘구멍’
전문가 “단일 법안 도입하거나 제도 폐지해야”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실현해준다는 제도 취지와 달리 사업 성공률은 떨어지고 조합 운영 과정에서 집행부 비리 등을 이유로 분쟁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진 지역주택조합에서 횡령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은 최근 서울의 한 지역주택조합 집행부를 상대로 제기된 배임 혐의 고소장을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동작경찰서는 최근 서울 동작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조합장 A씨와 본부장 B씨, 전 이사 C씨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 배임)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고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조합 개발 부지에 있는 부동산 토지를 시세의 약 2배 가격에 사들인 혐의를 받는다. 당시 조합 이사였던 C씨는 가족을 내세워 2019년 12월 당초 조합과 계약 예정이었던 15억원에 1억원을 더해 16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9개월여가 지난 2020년 11월 조합은 29억400만원에 해당 부동산을 매입했다. 전 조합원인 고소인들은 C씨 등 조합 집행부가 이 과정에서 조합비 약 13억원의 손해를 입혔고, 결과적으로 이를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지역주택조합은 도시계획법의 적용을 받는 도시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다. 주택법의 일부에 포함돼 있어 조합 구성 요건·회의 진행 등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분쟁도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7일 서울시는 서울 지역주택조합 118곳 전수조사해 형사 고발 118건, 시정 명령 57건 등의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적발 사례 중에서 가장 많았던 것은 규정 미비·용역계약 및 회계자료 부정(331건), 정보공개 미흡·실적보고서 및 장부 미작성(89건), 총회의결 미준수·해산총회 미개최(57건) 등이었다. 중대 비리 사례가 나온 곳은 수사 의뢰했는데, 지난해 2건에서 14건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이 지역주택조합에서 전 조합원들은 투명한 조합 운영을 요구한 업무 방해 혐의로 제명되기도 했다. 2020년 2월 조합에서 제명된 전 조합원 김모씨는 “조합 운영과 관련된 정보공개를 청구했더니 ‘허위사실’이라며 나를 제명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재판장 전보성)는 2022년 6월13일 “불투명한 사업 운영 방식 등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업추진 자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조합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관한 의혹 제기”라고 판단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제명 무효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으나 조합 가입부터 지난한 분쟁 겪으면서 사실상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 김씨는 “조합은 법의 허점을 노려 조합원을 쉽게 제명시킨다”며 “가처분신청 소송으로 수백만원의 재판 비용을 쓰고도 분쟁은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황수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대학원)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라는 취지와 달리 성공 확률도 낮고 여부도 복불복”이라며 “시간도 돈도 잃고 고통을 겪고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5∼2015년까지 지역주택조합 재개발 성공률은 20%에 불과했다.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1주택 소유자가 조합을 만들어 직접 아파트를 건설하는 제도다. 민간 시행사를 통하지 않기 때문에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조합에서 자금조달과 시공 등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추진해야 해 위험이 크다. 특히 조합원은 분양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비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고, 사업이 지연되더라도 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공사비가 오르는 등의 이유로 분담금이 크게 오르는 경우에는 돈만 잃고 조합원 자격을 제명당하기도 한다. 최 교수는 “가입하는 사람들이 자산가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저렴한 돈으로 주택 마련하겠다는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법의 성긴 규정에 따른 감독 규정 미비도 지적했다. 최 교수는 “감독 규정이나 기준 자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적법 절차를 밟아서 집행부를 임명하거나 제명한 것처럼 보인다”며 “부정이 발생할 소지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합원들의 권리, 조합원 가입 조건, 분양가 산정 절차 등이 사적 자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일화된 법안을 갖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의 형태를 지역주택조합에도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 지역은 현재 조합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착공 단계를 밟고 있다. 최 교수는 “끝에 누군가가 해결을 하긴 하는데, 중간에 시간적 지연이 발생하면 빛을 못 보는 경우가 많다”며 “운 좋게 잘 들어가면 혜택을 보고 아니면 돈만 잃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제도를 폐지하거나 설립 동의율 낮추자는 대안도 제시됐다. 남진 서울시립대 교수(도시공학과)는 “서울에 적용되어선 안 되는 제도”라며 “지역주택조합의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아 조합원들이 애써 가꿔온 자산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개인적인 일탈이나 조합 비리가 가능한 제도 자체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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