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지형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중–일 외교’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일본행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그 수요가 통째로 러시아와 동남아로 이동하는 ‘목적지 대전환’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대체지 중에서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새로운 겨울 인기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취소→러시아 예약 ‘폭증’…“두 달 만에 2배”
29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최근 2주 동안 12월 러시아 호텔 예약이 전년 대비 50% 넘게 증가했다.
일본 홋카이도 대신 기후가 비슷한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로 여행지를 갈아타는 중국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알리바바 계열 여행 플랫폼 ‘플리기’도 비슷한 흐름을 확인했다. 최근 두 달간 러시아행 항공권 예약은 작년 같은 기간의 약 두 배로 증가했다.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실제 지출로 이어지며 시장 지형을 바꾸는 수준이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러시아행 항공권 예약이 두 달 만에 두 배가 됐다는 건 일시적 검색이나 소비자의 호기심 단계를 넘어섰다는 의미”라며 “항공사 노선 조정과 운임 변화까지 유발할 수 있을 정도의 수요 전환”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대체지 1순위’가 된 이유
일본 홋카이도의 겨울 대체지로 러시아가 부상한 가장 큰 요인은 ‘계절 경험의 대체 가능성’이다.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무르만스크 등은 비슷한 추위·설경·액티비티를 제공하면서도, 더 이국적이고 신선한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무르만스크는 북유럽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오로라 관측이 가능해 중국 여행객들의 SNS에서 ‘가성비 오로라 성지’로 불리고 있다.
홋카이도를 가려던 수요가 기후·경험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러시아로 이동한 것은 목적지 선택의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바이칼 호수의 ‘푸른 얼음’, 알타이·카렐리아의 자연경관, 유럽풍 도시의 야경 등 러시아의 여행 콘텐츠는 SNS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한 여행 콘텐츠 분석가는 “중국 SNS에서 러시아 겨울 사진과 영상이 연달아 바이럴되면서 ‘오로라+빙호 체험’이 겨울 버킷리스트로 자리 잡았다”며 “온라인 트렌드가 실제 예약으로 직결된 전형적인 유형”이라고 분석했다.
엔저에도 불구하고 일본보다 러시아가 선택되는 이유는 단순 가격이 아닌 ‘종합적인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호텔·식사·액티비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고급 체험의 접근성도 높다.
러시아는 ‘합리적 비용 + 이색성’이라는 조합이 강하다. 중산층 여행객에게 즉각적인 매력 요소다.
외교 갈등이 격화된 일본과 달리, 러시아는 중국과 전략적 관계가 긴밀하다. 심리적 거리감이 낮아 여행심리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중국 관광객은 정서적 안정감, 환대 이미지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화되면서 러시아에 대한 상대적 선호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외교 갈등, 관광 수요 재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목적지 전환’을 단순한 여행 트렌드 변화가 아닌 외교의 파급 효과로 분석한다.
중국인의 일본 이탈은 외교적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러시아는 외교적으로 긴밀해 ‘심리적 진입장벽’이 매우 낮고, 중국 정부의 거부감도 적다.
전문가들은 일본 수요의 공백이 러시아뿐 아니라 한국·태국·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의 반사 이익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한다.
관광정책 전문가는 “중국인 관광은 외교·안보 이슈에 매우 민감하고 탄력적”이라며 “수요가 한쪽에서 빠지면 즉각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적극적 유치 전략도 ‘한몫’
러시아 정부와 관광 업계는 최근 몇 년간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해 왔다.
비자 완화, 중국어 안내 인프라 확충, 관광 패키지 개발 등 구조적 변화가 이 시기를 기점으로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이미 중국 시장에 특화된 관광정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었다. 이번 일본 이슈가 그 전략을 가속한 셈이다.
또한 중국–러시아 직항 노선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접근성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관광산업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까?…“겨울 여행 패턴, 재편 신호”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이 단순한 반사이익을 넘어 중국인의 겨울 여행 패턴이 재편되는 신호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단기 트렌드가 아닌 구조적 수요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비(非)일본·친(親)러시아·다변화’라는 흐름이 2025년 겨울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겨울은 전환의 시작일 뿐이다. 수요가 안정되면 러시아는 일본·한국·동남아와 함께 중국인의 겨울철 주요 선택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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