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가까운 대형 소송 무산 위기…‘벽’에 부딪혀
신상진 시장 “공익적 가치가 핵심…사회 정의 실현”
5공화국 표어 ‘정의 사회 구현’…돌다리도 두드려 가야
국내 범죄피해 몰수·추징 ‘산 넘어 산’…요건 까다로워
1000억대 다단계 사기에도 법원 “확인 어려워 불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에 연루된 민간업자들로부터 4800여억원대 개발이익 환수를 추진 중인 경기 성남시가 벽에 가로막혔습니다. 검찰이 김만배, 남욱 등 이른바 ‘대장동 세력’에게 추징 보전한 재산들이 조만간 해제될 것으로 보이지만 가압류 신청 등을 도울 대형 로펌이 없기 때문입니다.
성남시는 ‘사회 정의 실현’을 외칩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의욕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어디까지 과도한 이익이고 또 적정한 이익인지를 가늠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범죄피해재산 몰수·추징 과정의 까다로운 요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돕니다.
◆ “사회 정의 실현” vs “법적 실익 없어”
28일 성남시에 따르면 시는 대장동 일당이 부당하게 취득했다고 판단한 수천억원 규모의 수익을 돌려받기 위해 민사 소송과 가압류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검찰로부터 동결된 대장동 일당의 재산 목록을 확보해 분석을 시작했습니다. 은닉된 부동산·채권 등 복잡하게 얽힌 개별 재산마다 일일이 소유관계를 입증하는 등 가압류 및 소송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실무적으로 무척 어려운 과정입니다.
그런데 국내 주요 대형로펌들이 수임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대장동 사건 피고인들의 형사 변호를 맡은 태평양(김만배), 광장(남욱), 화우(정영학), YK(유동규) 등의 대형로펌을 제외한 다른 대형로펌 여러 곳에 소송 대리를 타진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대장동 사업의 이해당사자인 성남도시개발공사 자문 로펌마저 수임을 거절한 상태입니다.
시는 곤혹스러운 표정입니다. 꼼꼼한 검증과 개별 대응이 필요한 방대한 작업인 만큼 전문 인력과 시스템을 갖춘 대형 로펌의 조력이 필요하다는 게 시의 판단이죠.
앞서 시는 지난 7일 검찰의 항소 포기로 형사 재판을 통한 추징 가능 금액이 473억원으로 제한되자 즉시 민사 대응에 착수했습니다. 시의 목표는 우선 가압류 신청입니다. 피고인들이 형 확정 전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가압류 등 보전 처분을 신속히 진행하자는 겁니다.
현재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진행 중인 4054억원 규모의 ‘이익배당금 무효확인’ 소송을 비롯해 소송가액을 5000억원 가까이 잡고 있습니다.
신상진 시장은 아예 ‘범죄수익 환수’라는 표현을 쓰고 있죠. 신 시장은 “범죄수익 환수는 단순한 소송이 아니라 ‘사회 정의 실현’이라는 공익적 가치가 핵심”이라며 “국내 굴지의 로펌들이 이를 외면한 것은 법조인의 사회적 책무를 저버린 처사”라고 말했습니다.
◆ 내년 지방선거 앞둔 ‘정치 바람’ 경계
법조계에선 범죄피해재산 몰수·추징을 둘러싼 까다로운 요건이 회자됩니다. 한 도내 법조인은 “수천억원대 다단계 사기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 대한 추징에서도 법원은 무척 보수적 입장을 취한다”고 전했습니다.
범인이 재산을 숨기거나 버티면 집행이 어려운 경우를 막으려 특별법인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부패재산몰수법)까지 마련했지만 아주 ‘예외적’으로 몰수·추징을 인정하는 수준입니다. 사기 피해 사건의 85% 이상이 피해 금액을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는 현실이 이를 방증합니다.
2019년 1000억원대 다단계 사기로 해당 법령의 첫 적용대상이 될 것으로 보였던 ‘MBG그룹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법원은 “(그룹 회장인) 피고인에게 돈이 최종적으로 얼마나 귀속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추징을 명할 수 없다”며 기각했죠.
조금 다른 얘기일 수 있지만, 성남시가 추진하는 민사 소송의 길도 험난해 보입니다. 이미 사기나 횡령으로 재산을 잃은 수많은 피해자가 가해자들의 재산 동결이나 몰수를 외쳐왔지만 법은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어쩌면 대형 로펌들의 수임 거부는 법적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성남시가 소송보다 법 개정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죠.
대형 개발사업에서 어느 정도까지 개발업자들의 이익을 인정해야 하느냐는 원론적 문제도 풀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라 얼마나 ‘리스크’를 감내했는지, 경기침체 혹은 활황 국면이었는지에 따라 추정 이익이 달라질 겁니다.
무엇보다 성남시의 대장동 개발이익 환수 움직임이 신 시장의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과 보조를 맞춰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로펌들이 섣불리 수임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 보입니다.
내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대장동은 다시 정치 이슈로 떠오를 것입니다. 이런 정치 기류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회피’로 이해됩니다.
역사 이래 최초로 정의사회를 구현하겠다고 나선 대한민국 정부는 아이러니하게도 군부세력이었습니다. 5공화국의 표어는 ‘정의 사회 구현’이었습니다. 성남시가 ‘사회 정의 실현’에 조심스러운 행보를 띠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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