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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디지털 경쟁력 확보 못하면 韓 금융변방 밀려날 것” [2025 세계금융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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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7 17:57:53 수정 : 2025-11-27 17:57:52
구윤모·이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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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1 - 스테이블코인 금융 정책

美, 달러 지배력 코인 통해 디지털 확장
韓만 규제 땐 혁신기업 ‘엑소더스’ 우려
AI 생태계서 일종의 결제수단 될 수 있어
제도화 않으면 ‘달러코인’ 국내 침공 우려

코인런·자금세탁 등 리스크 다 관리 가능
준비자산·1대1 상환 등 안전장치 갖춰야
원화 코인, 달러 코인 대체재 될 수 있어
국익 걸린 싸움, 해보지 않고 포기 안돼

“원화의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국은 글로벌 금융 변방으로 밀려날 수 있습니다.”

이해붕 두나무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은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2025 세계금융포럼’ 기조강연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성과 규제 완화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기조강연 ‘2025 세계금융포럼’에서 이해붕 두나무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 겸 이상거래심의위원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그는 이날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금융정책’을 주제로 한 첫번째 세션에서 ‘이노베이션 온쇼어링(Innovation Onshoring)’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은 최근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을 통해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제도권 은행 업무로 포섭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미카(MiCA) 법안을 통해 명확한 규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요 선진국들이 앞다퉈 규제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이유는 혁신적인 핀테크 기업과 자본을 자국 내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라며 “우리만 규제의 장벽을 높게 쌓는다면 국내 유망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디지털 엑소더스’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언급하며 미국의 디지털 자산 패권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행정명령과 재무부 보고서 등을 종합해보면 미국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의 지배력을 디지털 세계로 확장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우리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이어 발표를 맡은 강형구 한양대 교수(파이낸스경영학)는 “고질라가 우리나라를 쳐들어오면 건담을 만들어 막아야 하는데, 건담이 위험하다고 만들지 말자는 것”이라며 “더 황당한 건 고질라가 쳐들어오니 ‘고질라 금지법’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현재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침공,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둘러싼 우리나라의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지적한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잠재 불안 요소로 △디페깅(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연동 자산의 가치와 괴리되는 현상) 위험 △코인런(코인 투자자의 대규모 현금상환 요구) 등 금융안정 위협 △소비자 보호 공백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 훼손 △외환·자본 규제 우회 위험 △통화정책 효과 약화 △금융중개 기능 약화 등 이른바 ‘7대 리스크(위험)’를 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강 교수는 “다 관리가 가능하고 해결책이 있다”고 확언했다.

특히 강 교수는 우리나라가 인공지능(AI)에 국운을 걸고 있는 만큼 스테이블코인의 중요성은 더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가 많은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소액 결제를 해야 하는데, 유일한 수단이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공들여 AI 생태계를 만들어놓고 막상 돈을 못 버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밑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일본의 스테이블코인이 쓰이면서 남 좋은 일만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끝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적할 수 있는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두 스테이블코인의 대결은 원화 대 달러가 아니라 회사·플랫폼들 간의 대결”이라며 “국익이 걸린 싸움이고, 네이버와 카카오 등 우리가 이겨본 경험도 있는데 해보지 않고 포기하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성과 이를 위한 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최재원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스테이블코인 도입·확대를 서두르는 미국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미국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편익으로 △블록체인 생태계 시너지 창출 △해외송금 및 결제 수수료 절감 △채권 수요 증가 등을 들었다. 반면 비용으로는 △역외 자금 흐름 추적 불가 △금융안정성 훼손 우려 △은행의 신용창출 기능 위축 △정부의 주조차익(시뇨리지) 세수 감소를 언급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이미 테더라는 거대한 역외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존재한다”며 “엘살바도르 법인인 테더는 우리 밖에서 뛰어놀고 있는 야생공룡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법을 만들어 발행자 요건과 준비자산 규정 등을 명확히 해 테더 등 역외 발행자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게 미국 입장에선 이익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국내 사정이 미국과 다르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미국 모델만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미국처럼 공공비허가 블록체인인 이더리움과 트론을 사용해 모든 사람에게 지갑을 열어줄 경우, 자금 추적 관리가 전혀 안 되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공공비허가 블록체인보다는 신원이 확인됐을 때 지갑을 개설해주는 ‘화이트리스트’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금융법연구센터장은 스테이블코인 제도 도입을 둘러싼 오해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자금이 유입되지 않았는데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될 경우 통화량이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김 센터장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법정통화의 발권과 달리 대가성이 전제”라며 “발행해도 유통을 시킬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디지털 자산 시장 건전한 육성”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2025 세계금융포럼’에서 내빈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 김병칠 금융감독원 부원장, 이기식 세계일보 사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이찬우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최재원 서울대학교 교수, 윤민섭 빗썸 전략법무실 이사,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금융법연구센터장, 이천종 세계일보 편집국장, 박정훈 세계일보 경영총괄부사장, 이해붕 두나무(주)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 박희준 세계일보 편집인, 김동현 중앙대 교수, 이관영 중앙대 교수. 남정탁 기자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에 따른 시뇨리지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김 센터장은 “발행인이 누리는 주조차익이 없다”고 단언했다. 미국의 경우 1달러를 발권하면, 불과 몇 센트의 제조·발행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시뇨리지는 중앙은행과 정부로 귀속된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준비자산 요건이 있어 시뇨리지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무엇보다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해선 이용자보호 조항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준비자산 유지·검증, 1대 1 상환 등에 관한 의무 조항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 외국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개념과 성격을 명확히 하고, 사전 등록 및 거래 내역 보고 의무화, 정보 공유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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