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후배 배우들 ‘마지막 배웅’
“겸손 잃지 않는 진정한 예술가”
추도사 낭독에 현장 눈물바다
평생을 무대 위에서 살아온 ‘영원한 현역 배우’ 이순재가 유족과 후배 배우들의 배웅을 받으며 영면에 들었다.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이들이 함께했다. 고인과 함께 MBC ‘지붕 뚫고 하이킥’에 출연했던 정보석이 사회를 보고, 배우 하지원과 김영철이 각각 추도사를 낭독했다.
하지원은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생님”이라며 “선생님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일 뿐만 아니라 연기 앞에서 겸손함을 잃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던 진정한 예술가였다”고 고인을 기렸다. 그는 이어 “작품 앞에서는 정직하게, 사람 앞에서는 따뜻하게, 연기 앞에서는 끝까지 겸손함을 잃지 않는,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겠다”며 “사랑한다. 선생님의 영원한 팬클럽 회장”이라고 말했다.
김영철은 고인의 죽음에 “거짓말이었으면, 드라마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라며 “‘오케이 컷’ 소리에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 ‘다들 수고했다, 오늘 정말 좋았어’라고 해주시면 어땠을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선생님 곁에 있으면 방향을 잃지 않았다. 눈빛 하나가 후배들에게는 잘하고 있다는 응원이었다”며 “정말 많이 그리울 것이다. 선생님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사회를 맡은 정보석은 “고인은 방송 문화계 연기 역사를 개척해온 국민배우”라며 “배우라면 선생님의 우산 아래에서 덕을 입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고인을 그리워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족과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정동환, 박상원, 김나운, 이원종, 유동근, 최수종, 유태웅, 원기준, 정태우, 정일우, 정준호, 정준하 등과 고인이 석좌교수로 가르쳤던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학생들이 함께했다.
운구 행렬은 영결식 후 별도 추모 공간이 마련된 KBS를 방문하지 않고 장지인 경기 이천 에덴낙원으로 향했다.
1934년생인 고인은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와 사극 ‘허준’(1999) 등에서 카리스마 넘치고 묵직한 연기를 선보였다. 70대 들어서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 ‘지붕 뚫고 하이킥’(2009)에서 근엄한 이미지 대신 허당미 있는 할아버지 모습에 세대를 뛰어넘어 어린이 팬들까지 생겨났다. 이때 만들어진 ‘야동 순재’는 아직까지 ‘밈(meme)’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2013년에는 ‘꽃보다 할배’로 예능에도 도전해 지치지 않는 체력과 의욕 넘치는 모습으로 나이를 잊은 열정을 보여줬다. 빠른 걸음으로 ‘직진 순재’라는 별명도 얻었다. 고인은 ‘장수상회’(2016), ‘앙리할아버지와 나’(2017), ‘리어왕’(2021) 등 연극무대에서도 열연을 펼쳤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는 드라마 ‘개소리’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고인은 지난 2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최근까지 활동을 이어오던 그는 지난해 말 건강 악화로 인해 활동을 중단하고 안정을 취해왔다. 정부는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난 25일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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