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불신 해소 없이는 악순환 반복" 책임 있는 자세 촉구
"첫째 아들을 군대에서 잃었는데 둘째, 셋째 아들을 어떻게 마음 놓고 군대에 보내겠습니까? 순직자의 형제 중 1명만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이 적절한지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강원 홍천군 아미산에서 훈련 중 순직한 고(故) 김도현(사망 당시 20) 상병의 1주기가 막 지난 26일 유족은 군 복무 중 순직한 군인의 형제에 대한 병역 감면 혜택 규정을 폭넓게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병역법은 부모·배우자 또는 형제자매 중 전사자·순직자가 있거나 전상(戰傷)이나 공상(公傷)으로 인한 장애인이 있는 경우 현역병 입영 대상자 1명에 대해 보충역으로 병역을 감면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 법규에 따라 '순직' 인정을 받은 김 상병의 형제 역시 병역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군대에서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김 상병의 부모로서는 둘째 아들(20)과 셋째 아들(16) 중 1명만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현실이 가혹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만큼 '수혜자의 수'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생들 역시 형의 죽음으로 인해 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만큼 군 복무에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김 상병의 사망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다면 가족들이 겪어야 할 고통의 크기는 단기간에 그치지 않는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유족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위로를 다 하기 위해 법 개정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 가구에 대한 혜택을 주는 차원에서 접근하더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병역 감면 혜택 수혜자의 인원수를 조정하자는 의견은 지금껏 없었지만, 의무복무 중 사고를 당한 군인 형제에 대한 병역 감면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은 2018년 한 차례 제기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당시 병역 감면 혜택 범위를 국가유공자법상의 순직군인과 공상 군인으로만 한정하고 있어, 군 복무와 명백히 무관한 경우가 아닌 한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 전체'로 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국가유공자법상 순직군인 등으로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국가가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 등의 가족에 대해서 병역 감면의 기회를 부여하는 게 그 가족에 대한 예우이자 형평성에 맞는 대우라고 판단했다.
유가족이 충분한 애도 시간을 갖거나 위로를 받기도 전에 다시 다른 형제에게 동일한 의무를 다할 것을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은 그 가족의 정신적 외상을 악화시키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또 매년 자살이나 총기사고 등으로 사망하는 군인의 수가 80∼90명인 점을 고려하면 그 범위를 확대하더라도 병역자원 부족을 우려할 만한 수준도 아니므로, 유가족에게 충분한 보상과 배려를 다 하는 게 국가의 책임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당시 국회에 발의돼있던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의 경우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과 무관함이 입증되지 않는 한 전원 순직자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군인사법 개정안과 '병역 감면 대상자의 범위뿐만 아니라 병역 감면의 정도를 모두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병역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 병역 감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국회에 관련 법 개정 논의를 촉구했지만, 두 법안 모두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처럼 병역 감면 혜택과 관련된 논의가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유가족이 감면 혜택 확대를 주장하는 기저에 깔린 '군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근본적인 문제는 신뢰받지 못하는 군대를 만든 군 당국의 책임"이라며 "부모들이 '자식들을 군대에 못 보내겠다'고 하는 불신하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결국은 군대가 안전한 공간이어야 하고, 장병들이 시민들과 같은 권리를 누리고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제복 입은 시민' 개념이 한국 군대에 투영되지 않는 한 이런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임 소장은 "군이 무기는 아까운 줄 알면서 병력자원은 아까운 줄 모른다. 탱크 1대, 전투기 1대보다 병사 1명의 목숨이 훨씬 더 귀하게 여겨야 한다"며 "사고에 대처하는 태도와 문제 해결을 위해 진상규명 등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때 조금씩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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