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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에 항생제 처방해주셨죠?”…국민 72%가 모르고 있었다 [수민이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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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5 15:49:22 수정 : 2025-11-25 15:49:20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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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는 세균성 폐렴, 중이염, 요로감염 등 세균 감염으로부터 생명을 지켜낸 덕에 ‘기적의 약’으로 불린다. 하지만 만병통치약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항생제는 오직 ‘세균’에게만 작용한다. 감기나 독감처럼 바이러스 질환에는 효과가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상당수 사람들이 항생제를 감기약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 10명 중 7명은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질병관리청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3∼5월 전국 만 14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항생제 인식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국민의 72.0%가 감기 치료에 항생제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과연 항생제는 ‘감기약’이 될 수 있을까.

 

항생제.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일반 감기·코감기에 항생제 효과 없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항생제가 일반 감기에 치료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 사실로 자리 잡았다. 체계적 문헌고찰 학술지인 ‘코크란 리뷰’에 실린 논문 ‘일반 감기와 급성 화농성 비염에서의 항생제’(2013)에 따르면 항생제는 일반 감기(급성 상기도 감염)의 증상 호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부작용은 뚜렷하게 증가했다.

 

일반 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항생제와 위약(가짜약)을 무작위로 배정해 치료한 6편의 임상시험 연구논문을 분석한 결과, 항생제군과 위약군의 상대위험도(RR)가 0.95(95% 신뢰구간 0.59∼1.51)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 상대위험도는 항생제와 위약을 각각 투여한 후 1∼7일 시점에 증상이 여전히 남은 환자의 비율을 비교한 결과다. 감기에 걸렸을 때 항생제를 쓰면 더 빨리 낫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산출된 지표다. 상대위험도가 1보다 작으면 항생제군에서 감기가 ‘낫지 않은’ 환자 비율이 더 낮다는 뜻으로, 항생제 투약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부작용은 명확히 증가했다. 6편의 시험 결과를 합쳐보면, 항생제군의 부작용 발생 위험은 위약군보다 1.8배 높았다. 성인 환자만 따로 보면 그 위험은 2.6배까지 커졌다. 보고된 부작용은 대부분 설사·복통·메스꺼움 등 위, 장과 관련된 증상이었다.

 

연구진은 “일반 감기나 비염에서 항생제는 증상을 줄이는 이득은 입증되지 않았고, 오히려 부작용만 늘어난다”며 “이런 질환엔 항생제를 일상적으로 쓰는 것이 권고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항생제 만병통치약’ 아니다

 

바이러스가 원인인 감기에 항생제가 효과가 없다는 점은 의학계에서 널리 수용된 상식이다. 그런데도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지지 않은 데엔 이유가 있다. 감기 이후 중이염이나 부비동염 등 2차 세균감염을 우려해 항생제를 처방하는 관행 때문이다.

 

증상만으로는 바이러스와 세균 감염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누런 콧물’이 곧 세균 감염 신호라는 오해가 의료 현장에 널리 퍼지면서 감기와 비염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관행이 고착돼 있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기적의 약’으로 불렸던 것에서 알 수 있듯 역사적으로 항생제는 일반인들에게 ‘만병통치약’으로 받아들여졌다.

 

1990년대 후반부터 코크란 리뷰 등 체계적 문헌 고찰이 진행되고 각국에서 진료지침이 정리되면서 항생제가 감기에 효과가 없고 부작용과 내성만 늘린다는 결론이 자리를 잡게 됐다.

 

미국 감염병학회(IDSA)는 “대부분의 급성 상기도 감염(URI)은 바이러스성 원인이며, 항생제 치료는 효과가 없고, 부적절하며 잠재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면서 감기에 항생체 처방을 삼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감기는 자연치유가 가능한데, 이를 항생제 복용으로 인한 효과로 오인하는 상황도 있어 항생제가 감기에 도움이 된다는 오해를 극복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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