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는 특정 인물이나 단체가 정치적 구도 속에서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규정되는 일이 적지 않다. 어느 정당을 지지했는지, 특정 사안이 누구에게 유·불리를 가져왔는지에 따라 인물이 한가지 시각으로만 소비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복잡한 역사적 맥락과 축적된 행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다층적 현실을 단일한 프레임으로 단순화하는 오류를 낳는다. 최근 한학자 총재를 둘러싼 여러 논의도 이러한 경향 속에서 다뤄지고 있다.
과거의 기록을 차분히 보면, 한 총재와 세계일보의 행보는 특정 정당이나 진영에 일방적으로 기울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이 2014년 말 한국 사회를 뒤흔든 ‘정윤회 문건’ 보도이다. 세계일보는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내부 문건을 단독 입수해 대통령 주변 비선 조직 의혹과 권력 운영 방식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이는 현직 정부의 최고 권력층을 향한 폭로성 보도였고, 자연스럽게 당시 집권 보수 진영의 민감한 신경을 건드릴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국가 권력의 내부를 겨냥한 사안의 무게를 드러낸 보도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사례는 최근 일부에서 제기되는 “한 총재가 특정 정권을 일방적으로 지원해 왔다”는 단순한 주장과는 결이 다르다. 당시 집권세력의 가장 민감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보도 방향을 한 총재가 막거나 회피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의 판단 기준이 정권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보다 넓은 공공성과 원칙에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오늘날 제기되는 여러 의혹이나 인식들이 반드시 역사적 행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다시 말해, 한 지도자의 행보를 단기적 정치 상황 속에서 해석하기보다 보다 장기적이고 일관된 가치 기준 속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상기시키는 장면이다.
세계일보는 가정연합 산하 언론사다. 만약 한 총재와 가정연합이 특정 정치세력과 긴밀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었다면, 정권의 핵심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언론이 움직였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실제로 당시 상황을 다룬 ‘신동아’ 기사에 따르면, 한 총재는 “언론은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도 방침을 지지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는 정치적 득실보다 언론의 책무와 공공성을 우선한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한 사건만으로 한 총재의 전체적인 정치적 태도를 규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사례는 그가 특정 진영의 이익을 기준으로 언론사를 운영해 왔다는 고정된 인식과 반드시 부합하지 않는 분명한 장면이며, 그의 행보를 진영 논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 총재의 보다 긴 호흡의 활동을 살펴보면, 그의 동력은 정치적 목적이라기보다 종교적·윤리적 가치, 그리고 국제 평화에 대한 비전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했다. 가정연합은 창설 초기부터 남북관계 개선, 종교 간 대화, 국제 평화 프로젝트 등 공익적 활동을 꾸준히 지속해 왔다. 한 총재 역시 국내외 연설과 행사에서 사회적 화합과 공공성의 가치를 강조해 왔으며, 이는 단체의 활동 방향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여전히 깊은 정치적 분열과 진영 갈등 속에 놓여 있다. 이럴수록 특정 인물의 행보를 단순한 정치적 잣대로만 판단하기보다, 실제 활동과 가치 기준을 균형 있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한 인물의 과거를 특정 색채로만 규정할 때, 우리는 더 넓은 맥락과 공적 의미를 놓칠 위험이 있다.
현재 한 총재에게 제기된 혐의는 사법 절차를 통해 규명될 것이다. 사법적 판단은 법정에서 다투어질 문제이며, 이를 미리 단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지도자의 공적 활동을 단순히 법적 쟁점에만 한정해 평가하는 것은 한국 사회가 쌓아온 민주주의 발전의 흐름과도 온전히 부합하지 않는다. 수십 년간 국제 평화, 종교 간 화해, 남북 협력이라는 공익적 목표를 중심에 두고 진행되어 온 활동이 있다면, 이는 단기적 정치 상황을 넘어 다른 관점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정치 지형은 변화하고, 정권은 교체되며, 진영은 재편된다. 이러한 유동적 환경 속에서 한 총재의 행보는 특정 권력과의 이해관계에 기대려 했다는 시각보다는 원칙과 공공성, 평화를 중시해 온 흐름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2014년 세계일보의 보도는 그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가운데 하나다. 기록과 사실을 차분히 검토할 때, 그의 행보는 정당이 아니라 ‘역사’의 편에 서려했다는 점에서 새롭게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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