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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억 줘도 못 버티나?”…이제 젊은 직원부터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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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4 05:00:00 수정 : 2025-11-24 05:37:43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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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 연령 ‘40세’로 낮춘 은행권…구조조정 본격화

연봉 1억원 시대를 연 은행권에서 잇따라 ‘희망퇴직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업계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연말이 되자마자 대규모 인력 감축이 다시금 시작됐다.

 

은행권의 희망퇴직 확대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게티이미지

은행은 여전히 청년층에게 ‘취업의 꽃’이지만, 조직 안에서는 이전과 전혀 다른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인력 구조까지 재편시키는 ‘세대교체의 순간’이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상 최대 실적…왜 구조조정인가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1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전년 동기 대비 2조3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예대마진 확대, 대출 증가, 기업금융 수요 등이 실적을 견인했다.

 

하지만 실적의 화려함 뒤에서는 영업점 축소·업무 자동화·AI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희망퇴직, 더 빨라지고 더 젊어졌다

 

가장 먼저 연말 조직 정리에 나선 곳은 NH농협은행. 지난 21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 연령이 40~56세로 크게 낮아졌다.

 

과거에는 ‘50대 중후반 직원들의 선택지’였던 희망퇴직이, 이제는 만 40세 직원, 경력 10년 차 중간 관리자급에게까지 내려온 것이다.

 

퇴직 조건도 만만치 않다. 56세 직원은 28개월치 임금을, 일반 직원에게 20개월치를 지급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 번 퇴직을 허용하기 시작하면 매년 실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털어놓는다.

 

◆왜 ‘젊어진’ 희망퇴직인가…인력 구조 리셋의 시대

 

은행권 인력 조정의 핵심은 ‘디지털 전환(DX)’ 이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은행 영업점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AI 챗봇, 음성봇, 자동 심사 시스템, 로보어드바이저, 자동 대출 시스템이 각종 단순·반복 업무를 흡수하면서 전통적 지점 기반 업무는 급속도로 사라지는 중이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계층형 관료 조직보다 ‘의사결정 속도’가 중요해지면서, 비교적 연봉이 높은 40대 중년 관리자층이 비용 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사상 최대 실적 속에서도 희망퇴직이 확대되는 건 비용 절감이 아닌 은행 인력구조 재편의 신호탄”이라며 “디지털 전환이 인력 수요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희망퇴직 연령이 40세까지 내려온 것은 중간 관리자층 축소 전략”이라며 “연공 중심 조직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봉 1억원대 직종에서도 조기퇴직이 늘었다는 건, 한국 노동시장의 안정성이 구조적 약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AI와 자동화가 단순·반복 업무를 대체하면서, 은행들은 더 이상 기존 인력 규모를 유지할 수 없다.

 

호실적은 과거 성과일 뿐, 금리 정상화 이후 수익성 둔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몸집을 줄이는 전략이다.

 

다만 40대 조기 퇴직 증가는 가계의 중장기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소비심리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 “경력 15~20년차=비용 대비 효율 낮은 중간층”

 

인사관리 전문가는 “경력 15~20년차를 ‘비용 대비 효율이 낮은 중간층’으로 보는 글로벌 흐름이 국내 금융권에도 반영되고 있다”며 “희망퇴직은 단기 비용 절감에는 효과적이지만, 경험 공백이 생길 수 있어 구조 설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업점 축소는 지방·고령층의 금융 접근성 문제로 이어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실적이 좋을 때 구조조정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다. 위기를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다.

 

‘평생직장’으로 보는 은행 취업 관점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디지털 기반 직무 역량 중심 채용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3~5년 사이 더 큰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게티이미지

은행들은 전체 인력 축소가 아닌 구조 재편을 하고 있다. 젊은 디지털 인재를 늘리고, 비용이 높은 중견 인력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조직 충성보다 ‘커리어 이동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중심 모델이 정착되면서 기존 점포 중심 구조는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평생직장’의 종말…금융권 인력 지형이 뒤집힌다

 

금융권 인력 재편은 단기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다. 정부 차원의 재교육·전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은행권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금융 산업 체제가 완전히 자리 잡는 과정이다.

 

업무는 AI가 대체하고, 영업점은 사라지고, 조직은 수평 구조로 재편된다.

 

이 변화 속에서 은행원의 경력 경로, 청년층의 취업 전략, 금융소비자 서비스, 국가 차원의 노동시장 대응까지 모두 재정비가 필요해지고 있다.

 

은행권의 희망퇴직 확대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3~5년 사이 더 큰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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