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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셰프 되면 한식·양식 접목 요리 하고파”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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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4 06:00:00 수정 : 2025-11-23 21:39:09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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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탤런트 에스코피에’ 결선 진출 임우빈

獨 IKA 리저널팀 부문 챔프 등
열아홉 나이에 국제무대 두각
“밤 지새우며 훈련해 좋은 결과”

“2026년 4월 파리 세계대회 앞두고
스승과 선배들 조언 구해 준비”
미슐랭 3스타 꿈 실현 도전장

필리핀 국제요리대회 금메달, 말레이시아 페낭 국제요리대회 금메달, 세계요리올림픽 독일 IKA 한국 셰프 최초 리저널팀 금메달 등 유명 국제요리대회 메달 10개. 이쯤 되면 아마 나이 지긋한 중견 셰프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메달을 모두 따낸 주인공은 이제 막 대학교에 진학해 요리를 공부 중인 2006년생 열아홉 살 청년 임우빈 영셰프다. 그가 얼마 전 또 하나의 기록을 추가했다. 지난달 20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영 탤런트 에스코피에’ 요리대회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이 대회 성적으로 내년 4월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대회 결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데 벌써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니 정식 셰프가 되면 과연 어떤 요리로 식객을 홀릴지 궁금해진다. 심사위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손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대회 중간에 쉬는 틈이 없을 정도로 빠르면서도 깔끔하게 조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었어요. 맛도 좋았던 것 같아요. 메인 요리 과제는 오리 발로틴인데 심사위원들이 간의 밸런스가 아주 뛰어나다고 평가했답니다. 스승인 청주 세계쿠킹베이커리 임상희 원장과 한 달 반 동안 밤을 지새우며 훈련한 끝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습니다.” 대회 과제는 오리 뼈를 제거하고 그 안에 속재료를 넣어 돌돌 말아 익히는 오리 발로틴, 작게 깎아 모양 낸 순무 8개, 가을 풍미와 색감을 강조한 두 가지 색의 프랑스식 푸딩 플란 4개, 으깬 감자와 슈 반죽을 섞어 튀기는 작은 감자 퍼프인 폼므 도핀 등이 출제됐다.

임우빈 셰프가 ‘영 탤런트 에스코피에’ 요리대회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 내년 세계대회 결선 티켓을 거머쥔 뒤 트로피와 상장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임우빈 셰프 제공

오귀스트 에스코피에(1846∼1935)는 현대 프렌치 요리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요리의 황제’로 불린다. 그를 기리는 셰프들이 1954년 ‘에스코피에 제자회 국제협회’를 설립했으며 현재 전 세계 45개 지부 1만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1960년부터 전문 셰프를 대상으로 에스코피에 국제요리 그랑프리 대회를 열고 있고, 2003년부터 시작한 영 탤런트 에스코피에 대회는 만 25세 이하만 출전한다. 이 대회는 단순한 조리 실력을 겨루는 경연이 아니라, 차세대 셰프들이 국제적인 기준 속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성장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회는 국가별 예선과 대륙별 준결선을 거쳐 세계대회 결선으로 이어지는데 임 셰프는 한국 예선전 ‘에스코피에 주니어 요리대회’에서 우승해 아시아·태평양 대회에 출전했다.

 

운도 따랐다. 아시아·태평양 준결선 대상과 1위 등 2명이 세계대회 결선 출전하는데, 챔피언 격인 대상을 받은 인도네시아 셰프의 실제 나이가 만 26살로 확인돼 결선 출전 자격을 잃었다. 임 셰프가 사실상 챔피언 자격으로 2위 중국 셰프와 세계대회에 나가게 된 셈이다.

 

그는 이미 실력이 검증된 차세대 유망주다. 고3 때이던 지난해 독일 조리사협회 주최로 4년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리는 ‘세계요리올림픽’ IKA(Internationale Kochkunst Ausstellung) 2024 리저널팀 부문에 출전해 35개 팀 중 난다 긴다 하는 성인팀을 모두 제치고 한국팀 최초로 챔피언을 차지했을 정도다. IKA는 국가팀 부문과 리저널팀 부문으로 나뉜다. 국가팀 부문은 한 국가를 대표하는 팀이 출전하고, 리저널팀은 지역에서 자유롭게 팀을 구성해 출전할 수 있다.

 

“같은 요리 학원에서 고3 2명, 20살 2명, 22살 1명으로 ‘세계쿠킹베이커리 팀 코리아’를 만들어 출전했어요. 농어, 연어, 돼지안심 등으로 5코스 요리를 만들었는데 디저트에서 창의성을 인정받아 95점을 받은 덕분에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답니다.”

 

올해 충청대학교 호텔조리파티쉐과 1학년인 임 셰프는 우연한 기회에 요리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중2 때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만 지내다 보니 너무 답답해서 재미 삼아 요리를 해봤어요. 식빵 꼬다리를 버터에 구워서 설탕에 버무린 러스크였는데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더군요. 어머니를 위해서 수제비도 만들었는데 너무 맛있다며 요리학원을 다녀보라고 권했습니다. 고1 때 세계쿠킹베이커리에 등록했는데 선배들이 뚝딱뚝딱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너무 멋있더군요. 그래서 그해 부산마리나세프챌린지를 시작으로 요리대회를 30개 정도 꾸준하게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았답니다.”

 

그는 외식업체 매장에서 햄버거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내년 세계대회 결선을 준비 중이다. “아시아·태평양 대회 때 디저트가 좀 아쉬웠어요. 럼 시럽에 흠뻑 적신 케이크 ‘바바 오 럼’이 과제였는데 프랑스 디저트 느낌이 별로 안 난다는 평가를 받았답니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요리였기에 맛을 구현하기 쉽지 않더군요. 이에 내년 세계대회 전까지 많은 프랑스 요리들을 먹어볼 예정입니다. 고기 손질하는 방법 등 기초 훈련도 더 필요해요. 전에 세계대회에 나간 선배들의 조언도 구할 계획입니다.”

 

그는 미슐랭 가이드 3스타 셰프가 꿈이다. 이를 위해 대학 졸업 후 해외로 요리 유학을 떠나 다양한 요리의 세계를 맛볼 작정이다. “정식 셰프가 되면 양식과 한식을 접목한 요리를 선보이고 싶어요. 양식이 베이스지만 고추장, 된장 등 한식의 향이 들어가는 다양한 요리를 개발하고 이를 디저트에도 구현해 보려 합니다. 이제 시작이니 많이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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