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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억→40억”…강남에서 벌어진 ‘미스터리’ 거래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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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2 05:00:00 수정 : 2025-11-22 05:12:44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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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 ‘수십억 급락’ 거래의 진실
실거래 하락인가, 증여의 그림자인가?

최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중심으로 실거래가가 수억~수십억원씩 ‘급락한 것처럼’ 보이는 거래가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실거래 가격 자체의 신뢰도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증여성 거래에 대한 적정 규제는 어디까지인가. 게티이미지

단 며칠 차이의 거래에서 10억원 넘는 가격 차이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지만, 업계는 이를 실제 시세 하락이 아닌 증여·세테크 목적의 ‘특수 거래’로 진단하고 있다.

 

◆수십억씩 떨어진 거래…강남 핵심 단지에서 ‘반복 포착’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 아파트(전용 105㎡)는 이달 4일 40억500만원에 신고됐다. 불과 지난 9월 55억원에 거래된 동일 면적 대비 15억원 가까이 낮은 가격이다.

 

잠실우성1·2·3차(전용 80㎡)에서도 이달 1일 17억5000만원 거래가 신고됐다. 직전인 10월 27일 29억원에 신고가가 경신되어 하루·이틀 사이 무려 11억5000만원 하락한 셈이다.

 

정상적 수요·공급 흐름에서는 보기 어려운 변동폭이다. 현장 중개업계는 “증여성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 “시장 가격이 떨어진 게 아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10억원 이상 급락한 거래는 시장 가격 변동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최근 강남 3구는 ‘증여 목적의 내부 거래’가 늘어난 영향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저가 신고가 반복되면 강남 3구의 시장 신뢰도가 흔들린다”며 “실제 시세가 왜곡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24년 이후 증여세·취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가 매매 + 증여’ 조합이 늘고 있다”며 “감정가보다 낮게 매매 신고 후 차액을 증여 처리하는 방식인데, 이는 과세당국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단지에서 며칠 간격으로 수억~수십억 원 차이가 난다면 이는 ‘시장 가격’이 아니다. 특수 관계자 거래에 가깝고, 시세 판단 자료로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강남 3구 실거래 데이터를 보면 최근 ‘시세 외 왜곡 거래’ 비중이 급증했다. 표면적으로는 하락처럼 보이지만 실제 시장이 약세라는 신호와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족 간 자산 이동 수요가 급증했다. 증여성 거래 증가가 시장 하락은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현장 공인중개사들은 “10억원 이상 떨어진 거래 2∼3건이 며칠 간격으로 나오는 건 실수요 시장 흐름과 완전히 다르다”며 “대부분 ‘증여 거래니까 가능한 가격’이라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이어 “고가 아파트는 대출이 거의 안 나오기 때문에 가족 간 현금 거래가 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시장보다 과도하게 낮은 가격을 만들어 내는 패턴이 종종 등장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런 거래가 반복되면 세금·대출·LTV 산정 기준이 왜곡될 수 있어 당국의 비정상 거래 모니터링이 더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왜 ‘증여성 거래’가 늘어나나…2024년 이후 세제 변화가 영향

 

강남 3구는 전국 집값의 ‘가격 신호’ 역할을 한다. 왜곡된 저가 거래가 늘면 실제 수요자들이 시장 판단을 하기 어려워져 혼란이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거래가 2024년 이후 증가한 배경으로 다음 요인을 꼽는다.

 

우선 증여세 절세 전략의 변화다.

 

증여 대상 자산 가치가 높을수록 절세 전략을 세우는 수요 증가했다. 일부는 거래 가격을 낮추고 나머지를 ‘증여’로 분리하는 방식 활용했다.

 

고가주택 취득세 중과 부담 회피도 한 요인이다. 매매가를 낮추면 취득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대출 규제로 인한 가족 간 현금 이동도 증가했다. 고가 아파트는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 현금 보유 가족 간 거래로 ‘시장 외 가격’ 형성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저가 신고, 시장 왜곡”…세제·대출·정책 혼란 우려

 

특수 거래는 단발성에 그칠 수 있지만, 강남 3구처럼 상징성이 큰 지역에서 반복되면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준다.

 

실거래가 기반 대출·세금 산정이 왜곡돼 은행 LTV·DSR 산정의 기준이 흔들릴 수 있다.

 

주변 아파트 시세 판단 오류로 실수요자·매도자 모두 잘못된 가격 신호를 받게 된다.

 

정책 판단 지표의 신뢰도 저하로 인해 국토부·한국부동산원이 실제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강남 3구 고가 아파트 시장은 지금, 가격이 아니라 데이터 신뢰성의 문제가 더 큰 화두가 되고 있다. 게티이미지

겉으로는 급락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시장 약세 신호가 아니고, 증여·자산 이전 목적 거래 증가가 원인이며, 실제 시세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거래 가격 자체의 신뢰도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증여성 거래에 대한 적정 규제는 어디까지인가.

 

강남 3구 고가 아파트 시장은 지금, 가격이 아니라 데이터 신뢰성의 문제가 더 큰 화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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