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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사건’서 시작한 ‘녹음 합법화’ 논쟁…“약자 보호 받아야”vs“교사, 잠재적 범죄자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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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1 18:00:00 수정 : 2025-11-21 15:42:34
차승윤 기자 chasy9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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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장애인 등에 대해 학대가 의심될 때 제3자가 정황을 녹음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입장과 함께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개인진정에 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지난 19일 여야 의원 18명과 함 아동학대처벌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통신비밀보호법 등 4개 법률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확대가 실행 중이거나 실행됐다고 의심할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제3자의 대화 녹음을 허용하고, 녹음한 내용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며, 학대 행위를 입증하기 위해 가족 등 제3자가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명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의 핵심은 제3자의 대화 녹음 허용이다. 당사자의 학대를 의심할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가족 등 제3자가 대화를 녹음할 수 있게 허용하고, 녹음 내용의 증거 능력을 재판에서 인정하는 게 개정안의 주요 골자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예외 없이 제3자의 대화 녹음과 청취를 금지한다. 이는 1992년 14대 대선을 앞두고 정부 관계자들이 부산 초원복집에 모여 김영삼 당시 후보 지원을 논의한 ‘초원복집 사건’ 이후 ‘전화가 불순한 목적에 이용된다’며 제정됐다. 다만 이 경우 증거 수집 능력이 떨어지는 아동∙노인∙중증장애인 등 약자의 경우 자기 보호가 어렵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게 웹툰작가 주호민씨 사건이다. 주씨는 교사의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자녀에게 녹음기를 넣은 채 등교시켰고, 녹취록을 바탕으로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1심은 교사의 정서적 학대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는데, 2심은 녹음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아 교사의 무죄를 선고했다.

 

녹음 금지의 경우 해외에서 예외를 인정한 사례도 있다. 김재왕 서울대 교수는 지난 9월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제3자 녹음금지의 법적 쟁점과 학대 피해자 실질적 보호 방안 토론회를 통해 “미국 법원은 부모가 녹음한 것을 피해 아동을 대리해 녹음한 것으로 간주하고 증거능력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발의에 대해 “아동∙노인∙중증장애인처럼 스스로 학대를 인식하거나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녹음 금지) 규정은 오히려 학대 행위를 은폐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며 “지금 법체계로는 가장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을 실제로 지켜낼 수 없다. 구조적 취약성을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는 어떤 형태든 용인돼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웹툰 작가 주호민씨. 연합뉴스

다만 약자를 보호하려는 이유만으로 교사들을 상시 감시 상태로 몰아넣어선 안 된다는 반론도 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1일 성명을 통해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고민 없이 아동학대 의심만으로 제3자에 의한 몰래 녹음을 합법화하는 방식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국 모든 유∙초∙중∙고교 수업 중 제3자가 몰래 녹음한 내용으로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법적 증거로 제출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된다. 교원은 언제든 녹음될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리며 교육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교육적 목적의 언행과 교실 상황을 상당히 왜곡하거나 짜깁기할 위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법안은 아동∙장애인 학대 방지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통합교육 및 특수교육 현장을 상시 감시 공간으로 만든다. 교사를 언제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 구조를 제도화하는 위험한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지금까지 타인 간 대화 녹음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수사기관의 영장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 허용됐다”면서 “개정안은 이미 과도한 (아동학대) 신고와 수사로 고통받는 교사들을 녹음 파일 하나로 학대 가해자로 몰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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