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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핵심 놓인 대두, 중국 식량안보 전략의 ‘리트머스 시험지’ 됐다 [차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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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3 06:40:50 수정 : 2025-11-23 06:40:48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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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를 통해 중국의 식량전략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대두는 이제 단순한 작물이 아니라 중국 식량안보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았고 미·중 무역전쟁에서도 상징적 존재가 됐다.

 

대두는 사료와 식용유를 동시에 책임지는 전략 작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1기 때 촉발된 관세전쟁에서부터 지금까지 미·중 갈등의 흐름마다 대두는 예민한 갈등 지대를 형성해왔다.

사진=AFP연합뉴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은 중국이 불과 30년 만에 대두 수출국에서 세계 최대 수입국으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연간 약 1억t의 대두를 수입한다. 이는 전 세계 거래량의 60%를 차지하는 규모로 국제 곡물시장과 각국 농가의 생계 구조를 재편했다. 최근 공개된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안에서도 “농산물 수입 다변화와 국내 생산의 정합성 강화”가 제시되며 대두 수입 구조가 여전히 국가 전략의 중요한 축임을 확인했다.

 

중국 농업을 20년 넘게 연구해 온 정펑톈 인민대 교수는 “지정학적 위험을 고려하면 자급이 필요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제한된 경작지 탓에 대두를 전량 자급하면 쌀과 밀 같은 주곡 재배 면적을 잠식해 더 큰 식량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베이징의 한 식당가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신화연합뉴스

◆수출국이던 중국, 어쩌다 최대 수입국 됐나

 

중국의 대두 구조 변화는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은 연간 100만t 이상을 주변국에 수출하는 대두 순수출국이었다. 흑토가 비옥한 헤이룽장성 등을 중심으로 생산량은 1994년 1600만t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2000년 수입량이 1000만t을 넘어서며 무역구조가 완전히 뒤집혔다. 도시화와 중산층 확대에 따른 내수 폭증,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통한 국제시장 편입이 맞물린 결과였다. 정 교수는 “미국은 글로벌 식량시장을 사실상 통제하는 국가로,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이후 대두 수출 확대의 핵심 공급자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WTO 가입 직전 미국의 대중 대두 수출은 연간 100만t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1999년 농업협력협정과 WTO 양자협상에서 중국이 대두 관세를 3%로 낮추고 쿼터와 허가제를 철폐하면서 미국의 공급이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이런 흐름을 타고 2016년 미국산 대두는 3200만t까지 증가해 중국 수입량의 38%를 차지했다. 유전자변형생물(GMO) 품종과 중국의 두 배 가까운 단위 생산성, 안정된 물류체계는 중국의 대두 착유·가공 산업과 맞물려 대량 수입 구조를 고착화했다. 정 교수는 “중국은 주곡 자급을 원칙으로 삼아왔고, 당시 수확량이 낮은 대두는 개방해도 된다는 판단을 했다”며 “2018년까지는 대두 수입이 더 이익이라는 논리가 중국 내에서 우세했다”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무역전쟁 이후 전략 수정

 

2018년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은 중국 내에 경고음으로 작용했다. 정 교수는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대두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며 “지금은 중국도 협상에서 대두를 대응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 ‘중앙 1호 문건’의 핵심 항목으로 대두 재배 확대를 포함했고, 2019년부터 ‘대두 진흥 계획’을 추진하며 고성능 품종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대두 국내 생산량은 2018년 1600만t에서 지난해 2065만t으로 29% 증가했다. 다만 이렇게 증가했음에도 중국 내 생산량은 전체 수요의 20% 수준에 그친다.

 

미국 대비 단위 생산량은 여전히 60% 이하지만, 중국은 최근 고유지·고수확 품종 시험재배에서 성과를 냈다. 지난 9월 중국 농민일보는 “유지함량 22% 이상, 기존보다 8% 높은 수확량을 기록한 신품종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대두유 생산량 증가와 식용유 산업 업그레이드, 수입 의존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또 중국은 공급선을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으로 넓히고, 항만·물류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이에 9월 브라질산 대두는 미·중 무역전쟁과 맞물려 전년 대비 30% 증가하며 중국 수입의 85.5%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미국 메릴랜드 주의 한 농장의 수확을 기다리는 대두 모습. AFP연합뉴스

◆다음 단계는 ‘대체’와 ‘감축’

 

중국 농업부 산하 전문가위원회가 올해 발표한 ‘중국 농업전망보고서 2025~2034’는 대두 수입량이 2034년 7900만t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올해 중앙 1호 문건 역시 “대두 확대 성과를 공고히 한다”고 명시해 단순한 생산량 증가에서 ‘안정화’ 중심으로 기조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위 중국농업과학원 연구원은 SCMP에 “중국이 국제시장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대체 단백질 확대와 소비 감축을 통해 수입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식용유 소비도 영양구조 개선과 함께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식량안보를 ‘전방위적 접근’으로 규정하고 기존 농작물 외에도 산림 기반 식품, 초지 가축, 심해 양식 등을 포함한 다원적 식량체계를 2027년까지 구축하라는 국무원 지침을 내렸다.

 

이처럼 국제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한 중국의 대두 전략은 앞으로도 식량 안보와 중국 통상정책의 핵심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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