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사결정방식 스스로 첫 위반
법안 당·부당 떠나 국민의 신뢰 훼손”
野의원 6명 ‘죄책 가볍지 않다’ 강조
쟁점법안 부당성 공론화 명분은 참작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장찬)는 20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관계자 26명에 대해 형을 선고하면서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을 이같이 규정했다. 결국 당시 사건을 유발한 책임이 한국당에만 있는 건 아니란 취지다.
나 의원 등 당시 한국당 관계자의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패스트트랙을 추진한 여야 4당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사보임 행태 등의 부당성을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도 인정했다. 재판부가 검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의원직 상실형에 미치지 않는 형을 선고한 건 이런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 의사결정방식을 의원 스스로 위반”
재판부는 이 사건이 ‘국회선진화법 위반 1호 사건’이란 성격을 거론하며 “국회가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마련한 국회의 의사결정방식을 그 구성원인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라고 질타했다. “분쟁 발단이 된 쟁점법안의 당·부당을 떠나 국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훼손한 사건”이라고도 했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등에서 폭력행위를 하거나 그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을 방해하는 사람을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한 국회법 조항을 가리킨다. 이는 2012년 여야 합의로 제정됐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이 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첫 사례다.
재판부는 “특히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할 의원 신분인 피고인들이 합법적인 수단이 아닌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동료 의원의 입법 활동을 저지하거나 국회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한 것이므로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동기’로 범행에 나아간 것”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법 위반 행위로 나아간 동기에 대해 일부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피고인은 쟁점법안과 이 사건 개선행위(기존 위원을 다른 위원으로 바꾸는 행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부당성을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로 이 사건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평하면서다.
사건 당시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4당은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진했고 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당시 사개특위 위원이던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강제로 사보임해 논란이 됐다. 오 의원은 공개적으로 패스트트랙 추진을 반대한 인사였다.
재판부는 한국당 측이 중대한 쟁점법안을 불과 3∼4개월 만에 충분한 논의 없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게 부당하다고 본 데다 오 의원 등 사보임이 위헌·위법이라고 판단해 범행까지 나아갔다고 봤다. 관련 권한쟁의심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 논의 내용을 근거로 이런 인식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헌재는 오 의원 사보임 조치에 대해 다수의견으로 합헌 판단했지만 헌법재판관 9인 중 4인은 위헌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여기에 더해 피고인 양형에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다소 지연되긴 했지만 여야 4당이 애초 의도한대로 쟁점법안을 입법한 점, 당시 피고인들이 행사한 유형력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고 대체로 상대방 출입 등을 막아서는 등 간접적 형태로 진행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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