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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사육곰,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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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0 23:01:43 수정 : 2025-11-20 23: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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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담 채취, 불법 도살·번식 등 많은 문제를 낳았던 사육곰 산업이 마침내 막을 내린다. 2024년 1월 개정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26년 1월부터는 곰 사육과 웅담 채취가 전면 금지된다. 그러나 지금 농장에 갇혀 있는 곰 240여마리의 남은 생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 지난 2년 동안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최근 전남 구례에서 첫 사육곰 보호시설이 문을 열었고 충남 서천에도 보호시설이 지어지고 있지만, 두 곳을 합쳐도 수용할 수 있는 곰은 120마리 남짓이다. 곰들 중 절반은 여전히 갈 곳이 없다. 농가로부터 곰을 매입하고 보호할 예산안도 마련되지 않았다. 40년 동안 웅담 산업을 사실상 조장한 국가가 정작 산업을 끝내는 비용에 있어서는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그사이 남아 있는 곰들은 더 방치되고 상태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반면 베트남의 경우 곰 산업을 종식하는 과정에서 ‘이후’를 분명히 설계했다. 베트남 정부는 2017년 국제단체 애니멀스 아시아와 합의해 모든 사육곰들을 2026년까지 생추어리(보호시설)로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국립공원 내 부지를 제공하며 정부가 구조·이송을 지원하고 단체가 전문성을 가지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최근 박마 생추어리는 12헥타르(약 3만6000평) 규모로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며, 자연보전·교육센터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법적으로 산업을 종식함에 나아가 실제 사육곰들을 ‘마지막 한 마리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예산을 확보해 남은 모든 사육곰의 매입·이송·치료·여생 보호를 설계해야 한다. 추가 생추어리 조성, 국공립 동물원·야생동물센터와의 연계, 국공유지 임대 등을 활용하여 생추어리의 수용 능력을 240여마리에 맞게 확보할 구체적인 대책을 지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사육곰 산업의 진정한 종식이자 책임 있는 마무리일 것이다.

박주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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