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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환구음초 외

입력 : 2025-11-22 06:00:00 수정 : 2025-11-20 19: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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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음초(김득련, 황재문 역해, 아카넷, 3만3000원)=1896년 역관 김득련(1852∼1930)이 세계 일주를 하며 남긴 기행 시집이다. 러시아의 새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떠난 그는 약 7개월간 중국, 일본, 미국, 영국, 네덜란드, 러시아 등 8개국을 여행했다. 약 2만7000㎞, 조선 역사상 유례없는 길고 먼 여정이었다. 낯선 문물을 접하는 지식인의 감상, 급변하는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 등이 오롯이 녹아 있다. “구태여 네 필 말 부려가며 수레 몰 것 있나. 빠르게도 느리게도 내 맘대로 갈 수 있으니”(자전거를 본 뒤 그 효율성을 설명한 부분) 100여수의 시에 담긴 감상이 흥미롭다.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하미나, 물결점, 2만원)=프랑스의 지구과학자 커플인 크라프트 부부는 일생을 화산에 매달려 살았다. 이들은 목숨을 걸고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을 인근에서 찍었다. 그렇게 위험천만한 행동을 계속해 나간 건 화산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화산을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과학저술가인 저자는 이렇게 추정한다. “그건 아마도, 지구가 매 순간 숨 쉬며 살아 있음을 피부 화상을 입으며 실감한다는 것, 내 의지와 상관없이 화산이 보여주는 만큼 보고 허락하는 만큼만 다가갈 수 있다는 것, 지각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지질학적 규모의 시간에 비하면 인간 생애가 얼마나 짧고 보잘것없는 시간인지를 감내한다는 것일 테다.” 저자가 2021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쓴 글을 수록한 에세이다. 장르로는 논픽션, 에세이, 시, 희곡, 강연록, 대화록, 회고록을 넘나들고 있다.

하버드 문과생의 과학 수업(어윈 샤피로, 조은영 옮김, 초사흘달, 2만5000원)=하버드대에서 ‘인문·사회’ 전공 학부생들을 위해 마련한 과학 강의를 책에 담았다. 하버드대 교수이자 천체물리학 분야 세계적인 석학인 저자는 우주, 지구, 생명이라는 3가지 주제를 토대로 고대부터 지금까지 인간이 자연세계를 탐구해온 과정을 폭넓게 살핀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뉴턴의 중력 법칙 등 과학사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발견뿐 아니라 이미 틀렸다고 증명된 케케묵은 이론이나 가설도 소개한다. 이 같은 이야기를 통해 과학이 진리의 백과사전이 아니라 끝없이 질문하고 가정하고 증명하면서 발전해 가는 과정임을 설명하고 있다.

어느 날, 한 나무를 만났다(최선길 글·그림, 남해의봄날, 2만5000원)=최선길 화가의 40여년 작품세계를 담은 책이다. 긴 세월 동안 자연의 풍경 속에서 인간의 삶을 성찰해 온 저자가 1318년을 산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를 만나면서 느낀 소회와 감정을 담았다. “그 나무는 내가 지난 30여년 동안 그린 나무 그림들의 결정체를 보는 듯했다.” 저자는 매일 한자리에서 은행나무의 사계절을 화폭에 담는 작업을 약 5년간 진행했고, 책은 그 과정을 여과 없이 소개하고 있다.

이민의 진화(송지영, 푸른숲, 2만2000원)=호주 로위연구소에서 이민정책실장을 거친 후 현재 재호한인을 연구 중인 호주국립대 교수인 저자가 이민 1세대부터 현재 워킹 홀리데이 중인 젊은 청년까지를 연구한 결과를 담은 학술서다. 저자는 19세기 말인 조선 후기부터 오늘날까지 근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난, 독재, 차별을 피해 고국을 떠나 호주에 정착한 이들의 이야기를 시대순으로 엮어 소개한다.

저편에서 이리가(윤강은, 민음사, 1만5000원)=제48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윤강은의 장편소설이다. 인류 멸망이 임박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이 가진 강인한 생명력을 조명하고 그 생명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기후위기로 수많은 생물 종이 사라지고 여기에 정치 갈등까지 더해져 인류 종말이 임박한 미래, 한반도는 자원이 고갈되고 기술이 도태한 채 세 곳의 작은 구역으로 쪼개진다. 식량과 물자를 생산하는 남해안 근처의 온실 마을, 군수 물자가 되는 철을 가공하는 중부 지역의 한강 구역, 군인을 양성하는 압록강 기지. 이 세 구역은 서로 긴밀히 협력하며 아슬아슬하게 삶을 영위하지만, 이들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자 한반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세 구역에 속한 청년들이 암울한 상황에서도 서로 애틋한 마음을 키우는 모습은 인간의 내면에 미래를 낙관하게 할 만한 긍정적인 힘이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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