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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스며든 권력의 언어… 韓 정체성을 디자인하다

입력 : 2025-11-22 06:00:00 수정 : 2025-11-20 19:47:22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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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 디자인사/ 김종균/ 안그라픽스/ 4만3000원

 

책은 2008년 초판 출간 이후 2010년대 이후 시각 문화와 사회 담론을 새롭게 반영해 다시 나온 세 번째 개정증보판이다.

책은 일제강점기부터 미국 문화와 근대 디자인이 공존했던 1940∼50년대, 정부 주도의 한국적 디자인이 커지기 시작한 1960∼70년대, 세계 무대를 위해 국제화와 오리엔탈리즘이 강조된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이 대두되고 문화산업화가 진행된 1990년대, 한류와 글로벌 디자인으로 다시 눈을 돌리는 2000년대, 그리고 탈산업화와 디자인 담론에 대해 논의가 중요시되는 2010년대 이후로 시기를 나눠 각 디자인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김종균/안그라픽스/4만3000원

특히 디자인을 미학이나 양식이 아닌 ‘정치적 언어’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일제강점기와 미 군정기의 제도적 실험에서 출발해 산업화·개발독재·민주화·세계화를 거치는 과정을 따라가며 각 시대에 디자인이 어떻게 산업과 권력의 도구로 동원됐는지를 추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 근대 디자인은 서구의 자생적 모더니즘처럼 기계문명과 기술 발전에서 자연히 파생된 흐름이 아니다. 식민지 지배, 전쟁, 국가 주도의 개발 정책 속에서 단속적으로 형성되며, 디자인은 근대화의 수단이자 정체성을 만드는 장치로 기능했다.

예컨대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이 주도한 ‘한국적 정체성’은 담배 이름만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승리, 무궁화, 진달래 같은 서정적 이름이 재건, 새나라, 충성, 거북선 등으로 바뀌면서 전통의 상징들은 국가 이념을 시각화하는 정치적 도구가 됐다. 1980년대에는 서울올림픽과 서울아시안게임을 준비하던 정부에 의해 삼태극, 오방색, 하회탈, 단청 등 오리엔탈리즘적 요소를 대거 동원한 ‘한국적 이미지’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저자는 “왜 ‘한국적 디자인’이 등장했고 한국의 미가 자연미 혹은 선의 미, 백의 미로 대표되는지, 왜 국가가 디자인의 진흥을 담당했는지, 왜 선진국이 되도록 우리는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없고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이 등장하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며 “이제는 서구의 디자인사를 백번 들여다보아도 이해할 수 없는 우리 디자인 역사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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