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뇌 축 기반 ‘식습관 정신의학’ 가능성 열어
우울장애 환자의 장내 미생물 환경이 커피와 카페인 섭취에 의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면서, 식습관을 활용한 새로운 정신건강 관리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쇼와의대 사나다 켄지 교수 연구팀은 우울장애로 진단된 성인 환자 32명과 건강한 대조군 34명을 대상으로 커피(카페인) 섭취량과 장내 미생물 구성 변화를 비교 분석했다고 20일 밝혔다.
커피가 항산화 성분과 생리활성 물질을 다량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지만, ‘커피→장내 미생물→뇌(정서)’로 이어지는 장-뇌 축(gut-brain axis) 경로를 통해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우울장애 환자, 장내 미생물 다양성 전반적 저하…커피 섭취 시 특정 미생물↑
연구진에 따르면 우울장애 환자군은 대조군에 비해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전반적으로 낮은 상태였다.
커피나 카페인을 꾸준히 섭취하는 경우 장내에서 ‘폴리페놀·아이소플라본 대사 관련 미생물(Coriobacteriales Incertae Sedis)’의 점유율이 유의하게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 미생물은 식물성 영양소를 분해해 항염·항산화 효과가 있는 대사산물을 생성하는 핵심 그룹이다.
연구팀은 “이 미생물의 활성 증가는 장-뇌 축을 경유해 염증 완화, 스트레스 반응 조절 등 우울 증상과 연관된 생리적 변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을 “장내 환경의 취약성을 지닌 우울장애 환자에게서 커피가 예상 밖의 조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 전문가는 “폴리페놀·아이소플라본 대사 미생물이 증가했다는 점은 뇌와 장이 상호작용하는 경로를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결과”라며 “정서 조절과 장내 미생물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커피, 장내 미생물 ‘증식 스위치’ 역할?…“개인차 존재해 일반화는 신중해야”
커피 속 폴리페놀·카페인 등 생리활성 물질은 미생물 성장에 직접 작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영양의학 전문가들은 “식이 성분이 뇌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근거가 다시 강화된 것”이라며 연구의 의의를 설명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커피 속 성분이 특정 유익 미생물군을 촉진한다는 점은 장 건강을 통해 정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표본 규모가 크지 않고 ‘관찰 연구’라는 한계가 있다.
카페인이 실제 우울 증상을 개선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신중한 입장의 한 전문가는 “개인별 대사 특성과 유전, 수면, 스트레스 등 수많은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치료 조언으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향후 개입 연구(intervention study)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데이터 과학자들은 혼재변수(confounding factor)를 제거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연구방법론 전문가는 “우울장애군과 대조군을 비교한 설계는 유의미하지만, 생활습관·약물 복용·식단 패턴 등을 완전히 통제하기 어렵다”며 “대규모 장기 코호트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뇌 축 연구의 확장…“커피, 정신건강 정책에도 시사점 줄 수 있어”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을 매개로 한 생활습관 기반 정신건강 관리 전략을 논의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도 있다.
카페인이 장내 미생물 대사 경로를 바꿔 신경전달물질과 스트레스 호르몬 조절에 간접 영향을 준다는 가능성은 장-뇌 축 연구의 큰 진전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약물 치료 중심의 우울증 관리에서 벗어나 식습관·환경·장내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다.
기능의학 분야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가 기존 이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장내 미생물 균형이 정신 건강과 연결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개인 맞춤형 식이 전략에 커피를 일부 활용할 여지도 생겼다.
◆전문가들 “커피, 단순한 음료 아닌 ‘장내-뇌 연결자’ 될 수도”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아직은 초기 연구 단계지만, 결과 자체는 충분히 의미 있다”고 말한다.
카페인이 장내 대사 과정을 통해 정신건강까지 영향을 준다는 가능성은 새로운 약리학적 경로를 시사한다.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장내 미생물과 뇌 건강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특히 우울장애 환자에게서 유익 미생물 증가와 연관된 점은 중요한 발견이다.
이번 연구로 커피가 우울증 완화를 직접 이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장내 미생물이라는 새로운 매개체를 중심으로 식습관·영양·정신과학이 만나는 접점이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생활 변화가 우울장애를 비롯한 정신질환 관리의 중요한 축이 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더 정교한 연구를 촉구하고 있다.
향후 커피뿐 아니라 차(茶), 발효식품, 식물성 식단 등 다양한 식이 요소가 장-뇌 축을 통해 정서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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