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남정훈 기자] 고구마 10개를 물 없이 먹은 듯한 답답한 경기력이긴 했지만, 어쨋든 목표로 했던 승리를 따냈다.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역시 답답했던 경기력에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승리 자체에 만족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의 11월 A매치 친선경기에서 후반 18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왼발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한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의 결승골을 앞세워 1-0 신승을 거뒀다. 지난달 14일 파라과이전 2-0 승리, 지난 14일 볼리비아전 2-0 승리에 이어 이날 승리까지, 홍명보호는 올 시즌 A매치 마지막 3경기를 3연승으로 마무리했다. 어쨋든 기분좋게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2026년을 맞게 됐다.
홍 감독은 볼리비아전과 비교해 베스트 11 중 8명을 바꿔 3-4-3 전형을 들고 나왔다. 한국 축구의 핵심 3인방인 ‘캡틴’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과 ‘골든보이’ 이강인, ‘철기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만 2연속 선발 출장했다. 볼리비아전을 마치고 홍 감독이 예고한대로 오현규(헹크)가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격했고, 손흥민은 전성기 시절 포지션인 왼쪽 윙포워드로 이동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좌우날개, 중원엔 ‘혼혈 태극전사’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와 권혁규(낭트)가 나섰다. 카스트로프는 태극마크를 단 뒤 두 번째 선발 출장, 권혁규는 A매치 데뷔전이었다. 양쪽 윙백에는 이태석과 설영우(즈베즈다)가 나섰다. 포백을 구사했던 볼리비아전과 달리 이날은 김민재와 박진섭(전북), 조유민(샤르자)가 스리백을 형성해 상대 공격을 막았다. 골키퍼 장갑은 송범근(전북)이 3년 4개월 만에 꼈다.
관중석의 절반도 차지 않을 만큼 흥행에는 실패했던 이날. 얼어붙은 팬심을 녹일 만한 화끈한 경기력이 필요했지만, 답답한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특히 전반엔 빌드업 자체가 투박하면서 공수에서 거의 소득이 없었다. 후반 들어 중원을 김진규(전북)-서민우(강원)으로 바꾸면서 다소 경기력이 나아진 모습을 보였고, 이태석의 한 방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수비진도 흔들리는 모습은 여러 차례 노출했지만, 3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로 끝냈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 들어선 홍명보 감독은 “11월 A매치 2경기에서 목표로 삼았던 승리를 해냈다”면서 “전반은 원활하게 되지 않았다. 미드필드 플레이가 잘 안됐다. 후반에 수정하고 멤버 교체를 통해 좋은 플레이를 했다. 후반에 나온 플레이가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 내년 3월 평가전을 치르고 이후에 바로 월드컵 본선을 치른다. 선수들은 이제 소속팀으로 돌아가 터프한 시즌을 보내야 한다. 큰 부상 없이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길 바란다. 코칭스태프들도 더 세밀하게 관찰하고 관리하겠다”라고 내년의 청사진을 밝혔다.
볼리비아전에 이어 이날도 전반엔 지루하고 답답한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홍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두 경기 다 전반전은 썩 좋지 않았다”면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실점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다. 이때 실점하면 큰 타격이 될 수 있는데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한 것은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점은 발견해서 월드컵 본선까지 잘 준비해야 한다. 미드필드에서 공수의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A매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른 선수들이 들어오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홍명보호 중원의 사령관 역할을 하는 황인범(페예노르트)을 비롯해 백승호(버밍엄시티)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번 대표팀에 소집되지 못하면서 2경기 연속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중원에 새로운 조합을 시험했다. 볼리비아전에서는 김진규(전북)와 원두재(코르파칸)를 선발로 내세웠고, 이날 가나전에서는 권혁규-카스트로프 조합을 선발로 내세웠으나 공수에 걸쳐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러자 후반전 시작부터 김진규-서민우로 교체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카스트로프와 권혁규가 처음 호흡을 맞췄다. 김진규, 서민우도 처음이었는데 나쁘지 않았다”면서 “미드필더들의 경기 운영 스타일이 있다. 우리 팀에서어떤 것을 원하고 어떻게 장점 살리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골문은 오랜만에 NO.3 골키퍼인 송범근(전북)이 지켰다. 송범근의 A매치 출전은 지난해 9월 출범한 홍명보호에서는 처음이다. 전북의 우승 주역인 송범근을 향해 홍 감독은 “송범근의 오늘 경기는 굉장히 좋았다. 소속팀에서 보여준 모습이 그대로 나왔다”고 칭찬했다.
홍 감독은 내년의 대표팀 운영계획도 공개했다. 1,2월에 동계 훈련을 할 기회가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표한 홍 감독이다. 그는 “100% 결정한 건 아니지만, 월드컵이 열리는 해 동계 훈련은 예전에도 해봤지만 실효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면서 새해 초 소집훈련은 부정적으로 봤다. 이어 “K리그 선수들의 시즌이 늦게 끝나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가 일찍 시작해서 휴식 시간이 줄어든다. 동계 훈련 기간 주축 선수들을 빼고 하는 것은 감독 입장에서 어렵다"면서 "소속팀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시즌을 준비하고, 컨디션을 보고 선수를 선발하는 게 더 낫다. 유럽에 있는 선수들도 관찰할 예정이다. 23세 이하 아시안컵도 있다. K리그도 배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지역의사제, 성분명 처방](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18/128/20251118518028.jpg
)
![[데스크의 눈] 검찰 흑역사에 추가된 ‘항소 포기’](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18/128/20251118518002.jpg
)
![[오늘의 시선] 최고의 환율 진정제는 경제 체질 개선](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18/128/20251118517963.jpg
)
![[김상미의감성엽서] 에밀리 디킨슨을 읽다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18/128/20251118517985.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