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언어 자동인식해 코드변환
스마트폰만으로 프린트 가능해
사각장애인들 약 복용법에 도움
병원에선 환자정보 제공도 가능
美·日 제품도 해결 못한 신기술
정용수 대표 “단순 제품수출 넘어
솔루션 통합 플랫폼 전략 승부수”
“지금 2025년이잖아요. 그런데 시각장애인분들은 아직도 우유나 주스가 상했는지 알려면 한 번 살짝 먹어봐야 해요.”
지난 17일 경기 성남 망고슬래브 본사에서 만난 정용수 망고슬래브 대표는 인공지능(AI) 점자 라벨 프린터 ‘네모닉 닷’을 개발한 계기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초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내년을 ‘AI 백년 시대 원년’이라고 할 만큼 첨단 기술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기술 발전의 혜택에서 소외된 사각지대가 여전히 넓다는 것이다.
네모닉 닷은 글로벌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의 경연장인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6’에서 대상 격인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2017년 점자 메모 프린터 ‘네모닉’ 이후 두 번째 최고혁신상으로, 업계에선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임에도 전 세계를 상대로 기술력을 거듭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모닉 닷을 사용하면 점자를 모르는 비장애인도 점자 라벨을 출력할 수 있다. 약사가 ‘하루 3번 식후 복용’이라고 말하면 AI가 100개 이상의 언어를 자동으로 인식해 정확한 점자 코드로 변환해준다. 정 대표는 “서울맹학교 학생·교사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4명 중 1명이 조제약 관련 점자 표기가 없어 의약품을 잘못 사용한 경험이 있었다”며 “점자 같은 보조 기술도 AI와 결합하면 혁신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네모닉 닷은) 한국 기술로 글로벌 점자 접근성 시장을 선도할 절호의 기회”라고도 했다. 연간 3조4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점자 인쇄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휴대용 점자 라벨 프린터는 미국과 일본 제품인데, 네모닉 닷은 기존 제품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정 대표는 “기존 제품은 사용자가 점자를 숙지하고 키보드를 사용해야 하거나, 컴퓨터 연결이 필수적이었다”며 “네모닉 닷은 점자 지식 없이도 AI와 스마트폰을 활용해 즉시 출력할 수 있고, 금속 라벨 인쇄까지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네모닉 닷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용처는 약국, 병원, 공공기관”이라고 말했다. 조제약 라벨의 복용법,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과 연동된 환자 정보 등을 점자로 제공해 보다 정확한 복약 지시와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공공기관에선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만한 물건이나 공간에 점자 표기를 추가해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정 대표는 “네모닉 닷은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등을 개방해 기존 리테일 포스(POS·판매관리시스템 단말기)와 키오스크 등 다양한 분야로 쉽게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번 CES 최고혁신상이 글로벌 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스타트업에겐 해외에서의 홍보 창구가 전무한 수준인데, 전 세계가 주목하는 CES 행사에서 성과를 낸 것만으로도 크나큰 홍보 기회가 생긴 것”이라며 이번 수상을 반겼다. 정 대표는 “단순 제품 수출을 넘어 각국의 사회 인프라에 점자 솔루션을 통합하는 ‘플랫폼 전략’을 펼칠 것”이라며 “(CES 최고혁신상이) 저희 제품의 기술력을 인정해준 것을 넘어, (세계적으로) 장애인 접근성 기술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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