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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 도시 옛말”… 랜드마크로 일군 관광대국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입력 : 2025-11-22 12:00:00 수정 : 2025-11-20 19:49:12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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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관광명소 ‘마리나 베이 샌즈’

카지노·호텔·공연장 품은 복합리조트 건설
2024년 1650만명 다녀가… 관광 수입 두 배
日·UAE도 벤치마킹… 대대적 투자 나서

韓은 카지노 규제 발목에 투자·개발 한계
“고부가가치 인식 전환… 특별법 등 검토를”

인공 섬에 세운 랜드마크 하나가 ‘노잼 도시’ 싱가포르를 세계인의 관광국가로 탈바꿈시켰다. 유적지도 아닌 싱가포르가 관광대국이 된 데는 카지노를 중심으로 호텔, 공연문화시설 등을 결합한 국가 차원의 종합관광단지 ‘복합리조트(IR)’ 전략이 있다. 2010년 개장해 싱가포르 국내총생산의 1~2%를 창출하는 마리나 베이 샌즈 복합리조트는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한 IR의 대표적인 사례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지난 7월 취임사처럼 우리나라가 ‘외래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목표로 한다면 유심히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관광으로 재정의한 IR…도시 가치도 향상

2004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태로 극심한 경제 위축을 겪은 싱가포르는 관광을 타개책으로 삼았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5년까지 연간 관광객 1700만명을 유치한다는 ‘관광 2015’ 프로젝트를 2005년 발표했다.

 

싱가포르 관광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가진 복합리조트 ‘마리나 베이 샌즈’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싱가포르 정부는 프로젝트에서 40년간 이어진 카지노 금지라는 빗장을 과감히 풀되 사행성 사업이 아닌 ‘융합 관광산업’이라는 새로운 틀로 사업을 재정의하며 IR 용어를 공식화했다. 비(非)카지노 분야 대규모 투자 의무화에 마리나 베이 샌즈와 리조트 월드 센토사는 호텔과 엔터테인먼트 등을 아우르는 도시형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싱가포르도 ‘재미없는 곳’ 꼬리표를 떼고 아시아 비즈니스·관광 허브로 도약했다.

싱가포르 통계청 등에 따르면 IR 도입 전 평균 3.96일이었던 싱가포르 내 관광객 체류기간은 마리나 베이 샌즈 개장 후 4.81일로 늘어났다. 2009년 970만명 규모였던 관광객 수는 지난해 1650만명으로 증가했고, 관광 수입도 같은 기간 124억 싱가포르달러(약 13조8800억원)에서 298억 싱가포르달러(약 33조3700억원)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단일 랜드마크가 도시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린 셈이다.

싱가포르에서 IR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다른 나라들도 여기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일본은 2030년 가을 개장을 목표로 올해 4월 오사카 인공섬 유메시마에서 리조트 공사의 첫 삽을 떴다. 15조원가량을 들여 약 49만㎡ 부지에 총 2500실 규모의 특급호텔과 대형 게임시설, 컨벤션, 공연장, 쇼핑몰, 테마파크를 세운다. 일본은 연간 2000만여명 이용객과 5조원 수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개장 시점 한국의 관광·카지노 수요가 비행기 1시간반 거리인 오사카로 흘러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랍에미리트(UAE)도 라스알카이마에 2027년 1월 개장을 목표로 윈 알 마르잔 아일랜드(Wynn Al Marjan Island) 리조트를 건설 중이다. 태국도 방콕·치앙마이·푸껫 등 주요 거점에 게이밍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단지를 세운다고 밝힌 터다.

◆한국의 제자리걸음에 ‘특별법’ 필요성도 제기

경쟁적으로 IR에 뛰어들고 있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IR을 ‘사행시설’ 틀에 가둔 채 제자리걸음이다. 인천 영종도와 제주도에 복합리조트가 있지만 각종 규제로 잠재력이 제약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업계는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 제한으로 시장 규모와 투자 회수 가능성이 제한된 점과 ‘관광 인프라’가 아닌 사행산업의 하위 개념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 등 탓에 대규모 민간투자가 어려운 점 등을 지목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글로벌 IR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해당 영역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정의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싱가포르가 독립 규제기관과 사회 환원 시스템을 갖춘 후 민간투자에 명확한 인센티브를 제시했듯 한국도 IR을 별도 산업군으로 규정하는 관련 특별법 논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싱가포르 오키드호텔에서 열린 ‘국가 관광전략으로서 IR, 경제지도를 바꾸다’ 대담에서 이관옥 싱가포르국립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복합리조트 육성은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과 고부가가치 창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복합리조트 활성화가 향후 50년 관광산업 성패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한국관광학회장)는 “우리가 현재 환경에서 IR 분야 선진국인 마카오, 싱가포르와 경쟁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때”라며 “관련 규제를 좀 더 완화해 지속적으로 영업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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