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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가 된 자립준비청년…보육시설 떠나 희망찬 첫걸음 [자치구 돋보기]

입력 : 2025-11-18 06:00:00 수정 : 2025-11-17 22:57:15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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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 에피소드 카페’ 문 열어

새 단장한 구파발천 수변공간에
청년들이 ‘착한가격’ 커피 판매
수익금 청년 자립 지원금 활용

2022년 전국 첫 자립준비청년청 개설, 2023년 전국 첫 자립준비주택 운영….

관내 자립 준비 청년들의 홀로서기를 지원해 온 서울 은평구의 노력이 또 다른 결실을 맺었다. 17일 구 통일로 1152 일대에 구 직영의 ‘은평 에피소드 카페’가 문을 연 것. 자립준비청년이란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 가정에서 지내다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된 청년을 말한다.

17일 서울 은평구 구파발천에 문을 연 구 직영 ‘은평 에피소드 카페’에서 김미경 구청장(앞줄 가운데)과 바리스타인 자립 준비 청년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은평구 제공

지난 13일 도심의 빌딩 숲을 벗어나 카페에 다다르자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루프탑(옥상)으로 올라가니 구파발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북한산도 보였다. 아늑한 소파와 테이블이 배치돼 자연 경치를 감상하며 차 한 잔의 여유를 갖기에 충분했다.

은평 에피소드 카페만의 시그니처 커피인 ‘구파발 브루’는 고소하고 부드러웠다.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가격대도 저렴한 편이다. 아메리카노는 레귤러 사이즈 기준 2000원. 차를 타고 지나가는 길에 주문해 가져갈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도 운영된다.

구는 시비 4억5000만원, 구비 1억2900만원을 들여 아무것도 없던 곳에 지상 1층, 연면적 285.98㎡ 규모로 이 카페를 만들었다. 유수지인 구파발천의 수질 개선을 위해 인근의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지하 약 650m의 지하수를 끌어와 구파발천에 흐르게 했다. 또 서울시의 ‘구파발천 수변활력거점’ 사업을 통해 구파발천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산책로, 인공 섬 등도 조성돼 자연이 어우러진 구의 새로운 명소가 될 전망이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10여분 거리라 대중교통 접근성도 갖췄다.

카페 개소 준비엔 관내 자립준비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에피소드라는 카페 이름은 한 청년이 지은 것이다. ‘자립준비청년들이 보호시설이란 울타리를 벗어나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는 청년들과 모든 구민의 이야기를 쌓아 가는 공간’의 의미가 담겨 있다.

카페 매니저 1명을 제외한 바리스타 4명도 자립준비청년들이다. 구는 올해 2월 국내 커피 브랜드 ‘텐퍼센트커피’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바리스타 교육, 메뉴 개발 등 지원을 받았다.

카페는 18일부터 매일 오전 8시∼오후 9시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구는 카페 수익금을 자립준비청년 지원금으로 쓸 예정이다.

구는 자립준비청년청을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에 위탁해 운영하며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청은 재무 교육과 취업 지원, 사회적 관계 형성 및 생활 교육, 건강검진, 예방접종 등을 통해 자립준비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돕는다.

구가 이처럼 자립준비청년에 관심을 쏟는 건 관내 아동복지시설이 8개로, 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아서다. 이 시설들에선 2020년부터 이달까지 5년여간 188명이 퇴소했는데, 이 중 과반인 123명이 구에 살고 있다.

구의 전폭적인 지원에 자립준비청년들은 ‘은플루언서 봉사회’를 결성해 나눔을 실천하는 등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 청년은 13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미경 은평구청장을 ‘엄마’로 부르며 “엄마 때문에 은평구를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은평 에피소드 카페 개소는 지역사회가 함께 자립준비청년을 응원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자립준비청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게 전방위 지원을 이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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