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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 4만원 돌파”…韓 ‘뜻밖의 대박’ 터졌다고?

입력 : 2025-11-17 20:00:00 수정 : 2025-11-17 10:59:48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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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쌀값 ‘사상 최고’…구조적 수급 붕괴가 만든 식량 위기 신호
전문가들 “한국 농가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 개척 절호의 기회”

일본 쌀값이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우며 급등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생산량 감소와 소비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정부 정책 실패와 기후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전체가 불안정해졌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일본의 쌀값 급등은 단순한 농산물 가격 변동이 아닌 ‘구조적 리스크’가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다. 게티이미지

한국산 쌀의 대일(對日) 수출까지 폭발적으로 늘며 파급효과가 한반도에까지 미치고 있다.

 

◆쌀 5kg 평균 4316엔…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

 

17일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전국 1000여개 마트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 기준(3~9일) 쌀 평균 판매가격이 4316엔(약 4만650원)으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1.9% 상승한 것으로, 이 통계가 시작된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값이다.

 

지난 5월 중순 기존 최고가(4285엔)를 넘어섰고, 정부가 비축미를 대량 방출했던 시점보다도 더 오른 수준이다.

 

◆생산·소비 역전…“쌀 시장은 이미 구조적 공급 부족”

 

일본의 쌀값 상승은 최근 1~2년의 단기 현상이 아니다.

 

2021년부터 생산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기록적 폭염과 가뭄이 작황을 크게 떨어뜨렸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수십 년간 유지해온 ‘생산 억제 정책’까지 시장의 회복력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시바 정권 이후 추진되던 증산 정책이 사실상 흐지부지되면서 공급 기반이 더욱 취약해졌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단기간에 생산량을 회복하기 어려운 농업 특성상, 잘못된 정책 신호는 곧바로 시장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산 쌀 ‘역수입’ 급증…日 관광객 ‘쌀 쇼핑’ 현상 확산

 

쌀값 급등 여파는 일본 국내를 넘어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을 찾은 방문객들이 한국산 쌀을 대량 구매해 돌아가는 사례가 늘었고, 실제 수출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1~9월 일본으로 수출된 한국산 멥쌀은 550t을 넘겼다.

 

지난해 수출량이 ‘0’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시장 창출’ 수준의 변화다.

 

일본 입국객이 한국산 쌀을 가져가기 위해 발급받는 검역증명서도 10월 중순까지 전년 대비 45배 이상 늘었다.

 

이번 가격 급등은 단순한 공급 부족이 아닌 수십 년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의 폭발이다.

 

생산 억제 정책과 기후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시장의 완충 장치가 사라진 것이다.

 

일본은 인구가 줄어도 소비 패턴 변화로 쌀 수요가 줄지 않는 반면, 생산은 계속 감소하는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고가 정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 정부가 어떤 속도로, 어떤 방향으로 공급 안정 정책을 재정비할지가 향후 시장 회복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게티이미지

한 농업 정책 전문가는 “생산 억제 정책은 과거에는 과잉 문제를 해결했지만 지금은 공급 불안을 만드는 주범이다. 정책 전환 속도 자체가 시장 변화에 뒤처졌다”며 “이시바 정권 이후 증산 정책이 멈춘 것은 결정적 실책이다. 농업은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분야라 정책의 일관성이 생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폭염과 가뭄은 평년 대비 현저히 낮은 작황으로 이어졌다. 기후 변화가 식량 공급의 최대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보여준다”며 “동아시아 전체가 기상이변에 취약해지고 있다. 쌀은 특히 기후 민감도가 높아 품종 개선과 스마트 농업을 서두르지 않으면 생산 안정성 확보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구조적 식량 시스템 ‘붕괴’ 신호”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쌀값이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서면서 일본 가계 부담은 이미 체감되는 수준이다. PB 상품이나 해외산 쌀로 소비가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속적인 가격 상승은 중저가 제품 품귀를 불러올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 사재기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도 이런 흐름의 초기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산 쌀의 일본 내 수요는 일시적 쇼핑이 아닌 가격 격차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수요”라며 “수출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로’였던 수출이 단기간에 수백톤으로 급증했다는 것은 일본 소비자의 대체재 수요가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는지를 보여준다”며 “한국 농가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 기회”라고 전망했다.

 

이번 사태는 선진국도 식량안보에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주요 곡식의 불안은 전체 물가와 사회적 심리에 동시에 영향을 준다.

 

비축미는 시장 안정과 위기 대비라는 두 기능을 갖는다. 일본은 방출 시점·물량 조절에서 균형을 잃었고, 향후 관련 정책이 대폭 재정비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쌀값 급등은 단순한 농산물 가격 변동이 아닌 ‘구조적 리스크’가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다.

 

기후, 정책, 생산기반, 소비 패턴 변화까지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그 파급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일본 정부가 어떤 속도로, 어떤 방향으로 공급 안정 정책을 재정비할지가 향후 시장 회복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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