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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된 ‘소스만 따로 파세요’…이제 양념 단독의 시대로

입력 : 2025-11-14 10:23:29 수정 : 2025-11-14 10:23:28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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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비빔장에서 삼양 붉닭소스까지
진라면도 스프 스틱 제품 출시
BBQ는 치킨 시즈닝만 따로 판매
유튜브 채널 ‘불닭 오피셜(Buldak Official)’ 채널 영상 캡처

 

“그 소스만 따로 팔면 안 되나요?”

 

농담처럼 흘린 소비자 반응이 식품시장 구조를 바꿔놓고 있다. 라면·외식·간편식 전반에서 ‘양념만 사겠다’는 수요가 늘자 기업들은 이제 ‘본체’보다 소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과거 메뉴의 일부였던 양념이 이제는 완전한 독립 상품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첫 번째 신호는 2017년이었다. 팔도는 ‘팔도비빔면’의 액상스프를 분리한 비빔장을 출시했다. 비빔면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을 별도로 즐기고 싶다는 소비자 요구를 공식적으로 사업화한 첫 사례였다. 같은 해 비빔장이 들어간 비빔면 제품 1000만개가 40일 만에 완판되며 가능성을 증명했고, 결국 제품은 출시 6년 만인 2023년 1월 누적 판매량 2000만개를 돌파했다. ‘비빔장’ 자체가 하나의 요리 장르로 확장된 셈이다.

 

삼양식품도 움직였다. 2017년 자사몰에서 ‘불닭볶음면’ 액상소스를 한정 판매한 뒤, 이듬해 정식 제품인 ‘불닭소스’를 출시했다. 라면의 일부였던 매운맛이 하나의 정체성을 갖고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라면을 넘어 볶음밥·피자·샌드위치·타코 등 다양한 요리에 불닭소스를 활용하며 유튜브 등 여러 채널에서 레시피를 퍼뜨렸고, 제품은 ‘K-소스’ 시장을 개척한 대표적 성공 사례가 됐다. 심지어 붉닭소스로 게장을 담그는 등의 영상도 유튜브에서 보인다.

 

오뚜기의 ‘톡톡톡 진라면 스틱’. 오뚜기 제공

 

라면 맛의 핵심 경쟁력인 스프가 아예 상품으로 등장했다. 오뚜기가 내놓은 ‘톡톡톡 진라면 스틱(순한맛·매운맛)’은 라면 없이도 진라면의 맛을 재현할 수 있는 스틱형 조미분 제품이다. 캠핑·야외활동·편의 조리 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데, 출시 직후 ‘엑스(X·옛 트위터)’ 등 SNS에서는 “급식 맛없을 때 몰래 들고 다니던 게 생각난다”, “볶음밥에 뿌리면 최강 후리카케” 등 열띤 반응이 이어졌다.

 

외식업계도 양념 단독화 흐름에 합류했다. 제너시스BBQ 그룹은 지난 9월 출시한 ‘뿜치킹’의 핵심인 치즈 시즈닝을 20g 소포장 단품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뿜치킹은 고다치즈, 체다치즈, 블루치즈, 파마산 치즈를 조합한 시즈닝에 요거트·유크림 분말을 더한 풍미로 출시 한 달 만에 40만마리를 판매하는 데 힘을 보탰다. 회사는 ‘시즈닝만 구매하고 싶다’는 요청이 꾸준히 쏟아졌다면서 같은 시즈닝으로 만든 사이드메뉴까지 확대할 계획을 내놨다.

 

BBQ가 ‘뿜치킹’의 시즈닝을 별도로 구매할 수 있는 ‘뿜치킹 시즈닝’을 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BBQ 제공

 

이처럼 업계가 양념 단독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첫째는 취향의 극단화·세분화다. 완제품의 맛을 온전히 따르기보다 브랜드 고유의 핵심 풍미를 원하는 방식으로 적용해 먹고 싶다는 수요다. 볶음밥·떡볶이·토스트 등 어떤 요리에도 ‘내가 원하는 맛’을 입히는 방식의 확산이다.

 

두 번째는 생활 환경 변화다. 1인 가구 증가와 자취·혼밥 문화 정착, 고물가로 인한 외식 지출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간편하면서도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소스·시즈닝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밥 위에 그냥 뿌리면 되는 제품은 조리 스트레스를 줄이고 집밥의 만족도를 높이는 수단이 됐다.

 

마지막으로 기업 입장에서도 양념은 수익성과 확장성이 높은 전략 자산이 됐다. 반복 구매가 가능하고 라면이나 치킨처럼 본체 제품의 판매와 무관하게 시장을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다. 삼양식품이 최근 국내 소스 전문 기업인 지앤에프를 인수한 것도 같은 판단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소스를 ‘부가 매출’이 아닌 신성장 동력으로 보겠다는 의미다.

 

다만, 과제도 있다. 본체 없이 독립된 제품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밥·면·튀김류·스낵 등 다양한 식재료와 조합했을 때 안정적인 맛 밸런스를 유지해야 한다. 소포장·보관성·사용 편의성 등 제품력 전반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럼에도 업계는 공통적으로 경쟁의 중심이 완제품이 아니라 맛 그 자체로 이동한다고 본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양념이 제품이 되는 시대가 왔다”며 “앞으로 브랜드 경쟁력은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 ‘어떤 맛을 제공할 것인가’에서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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