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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라도 더 상냥하게 받아줄 걸”… 70대 누나의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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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12 12:44:01 수정 : 2025-11-21 09:58:06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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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일주일째
“통화할 때 말 한 마디 더 상냥하게 받아줄 걸….이리 갈 줄이야.”

 

12일 오전 8시 찾은 울산 남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앞. 70대 여성이 손수건으로 볼 위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찍어내며 한탄했다. 그는 “그날 사고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보고 괜히 마음이 울렁거려 동생에게 전화를 했는데 안 받더라”며 “평소 일을 가면 통화가 잘 안 되길래 그런 줄만 알았다”고 흐느꼈다.

 

그의 동생은 전날인 11일 오후 10시쯤 수습된 김모(63)씨다. 김씨는 붕괴된 5호기 잔해물 중 6호기 방향 입구에서 3∼4m 지점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절단기로 철판을 잘라가며 공간을 확보했고, 두꺼운 철판을 중장비로 들어올린 뒤에야 김씨를 수습했다. 김씨의 가족은 “어릴 때 그림도 잘 그리고 손재주가 좋았다. 굴곡진 인생이지만 그래도 성실한 아이였다. 일을 마치고 술 한 잔 기울이는게 낙이었는데...”고 슬픔을 표했다.

 

12일 오전 찾은 울산 한 병원 장례식장. 이보람 기자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일주일째 잔해 속에 남은 2명을 찾기 위한 수색·구조 활동이 막바지 속도를 내고 있다. 400t 크롤러 크레인, 굴착기 등 중장비부터 무인기(드론), 구조견, 영상탐지기 등 모든 장비가 투입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오전 현장 브리핑에서 “붕괴한 보일러 타워 5호기 잔해 중 4호기와 가까운 구역에 매몰돼 있는 1명에 대해 구조를 우선 진행할 것”이라며 “아직 실종 상태인 나머지 1명을 찾기 위해 가용한 모든수단을 동원해 수색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12일 낮 12시 현재 5호기 붕괴 사고로 5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위치가 확인된 1명, 실종자 1명은 무너진 타워 구조물 잔해 속에 남아 있다. 김정식 울산 남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은 “추가로 구조물이 무너지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정성을 확보한 후 진입해 구조를 추진할 것”이라며 “2차 붕괴 우려와 많은 잔해물로 작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구조 대상자들이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조·수색에는 구조대원 70여명과 민간 해체 전문가 40명이 교대조를 편성해 투입되고 있다.

 

구조 활동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이번 사고의 원인과 책임 규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HJ중공업 울산기력 4, 5, 6호기 안전관리계획서를 들여다보면서, 시공 과정 문제 등을 살피고 있다. 특히 발파 전 하부 철골에 손상을 가하는 ‘취약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고,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이 붕괴 사고를 만들었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 역시 같은 문건으로 계획서대로 작업을 했는지,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등을 검찰과 내용을 공유하면서 들여다보고 있다.

 

안타까운 산업재해라는 의견 속에 공사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과 원청사 HJ중공업은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났지만 사과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향후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해 구체적인 사고 발생 경위와 책임 관계 등을 신속·엄정하게 수사하고, 유족 등 피해자 지원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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