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군이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 대상지 7곳에 포함된 이후 인구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감소로 쇠락하던 농촌 지역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 효과가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위장전입 관리와 지방 재정 부담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11일 순창군에 따르면 1만여명의 순창읍에 최근 전입 문의가 급증하면서 지난 10월 한 달간 전입자가 200명에 육박했다. 순창군 전체로는 480명이 순창으로 옮겨와 전출을 제외하면 인구가 300명 넘게 순증했다. 이는 순창군 전체 인구(2만7000명)의 1% 정도이며, 올해 월평균 9명씩 줄어들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반등이다.
순창읍사무소 관계자는 “기본소득 발표 이후 실거주나 전입 문의가 부쩍 늘었는데, 이전에는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전했다. 신규 전입자의 60% 이상이 전북 외 지역, 특히 전남 등 타 시도 출신으로 집계돼 단순한 관내 이동 이상의 변화로 풀이된다.
기본소득이 청년층이나 귀농·귀촌 희망자 등 외부 인구를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지역 사회의 기대도 크다. 순창군 관계자는 “소득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기에 주거·일자리와 연계될 때 정착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근 지역의 인구 유출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순창군이 속한 전북 지역은 대부분 ‘인구 감소 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특정 지역에 인구가 몰릴 경우 임실·정읍·남원 등 주변 지역 인구 감소세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 직속 농어촌기본소득특위 관계자는 “시범 사업을 전국 농어촌으로 서둘러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지자체 간 형평성 논란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장전입 문제도 현실적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주민등록상 전입 30일 이상 거주자를 지급 대상으로 규정했지만,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소지만 옮기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면서 행정 검증 강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시범 사업을 전국 7개 군(경기 연천·강원 정선·충남 청양·전북 순창·전남 신안·경북 영양·경남 남해)에서 내년 1월부터 2년간 시행한다. 각 지역 주민은 나이와 관계없이 월 15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받는다.
문제는 재정이다. 전체 예산 1703억 원 가운데 40%만 국비로 지원되고 나머지 60%는 지방비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순창군만 해도 재정자립도가 15%에 그치며 전남 신안군은 8.2%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대부분 시범 사업 지역 재정 여건이 20% 미만으로 열악하다.
이에 순창군은 농민수당을 비롯해 아동수당, 청년 종자 통장 등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구 소멸 방지를 위한 예산을 삭감해 대체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정선군은 강원랜드에서 받은 배당금을, 전남 신안군은 햇빛·바람 연금, 경북 영양군은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에서 나오는 풍력발전 기금을 재원으로 쓸 예정이다.
국회와 지자체에서는 국비 비중을 최소 50%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 내외의 자립도 지역이 지방비 부담으로 시범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국비·지방비 비율을 최소 5대 5로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역시 “재정 여건이 취약한 지역이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부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비 지원 비율을 10%포인트 올리면 예산은 25% 증가한다. 시범 사업 지원 대상은 현재 총 23만명으로 전체 농어촌 인구 감소 지역 인구(272만명)의 8.4% 수준이다. 이를 69개 인구 감소 지역 전체로 확대할 경우 연간 4조9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며, 이 중 정부 부담만 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농식품부 연간 예산의 10%가량을 차지하는 규모다. 게다가 제도를 전체 농어촌 인구(964만명)로 확대할 경우 투입되는 정부 재정은 6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순창군 사례를 “농어촌 기본소득의 상징적 실험대”로 평가하면서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단기적 인구 유입보다 실제 정착률과 지역 내 경제 순환 구조가 중요하다”며 “지속 가능한 농촌 유지 정책으로 발전하려면 예산·제도·검증 시스템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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