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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 땐 대기업만 혜택… 퇴직 후 ‘재고용’ 장려해야”

입력 : 2025-11-12 06:00:00 수정 : 2025-11-11 19:44:48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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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세대 간 불평등 심화 분석
고령자 비중 20년 새 2.9%→9.3%
청년층은 13.7%서 7.3%로 감소
현 호봉제 놔둔 채 65세 연장 땐
기업 인건비 상승… 신규채용 줄어
“임금체계 개편… 유연성 보여야”

“2033년까지 만 65세로 정년을 연장하겠다는 여당 안이 관철되면 강한 노조가 있는 일부 대기업 정규직과 공공기관에 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부족해 어떻게든 숙련자를 더 오래 쓰려고 하는 중소·영세기업은 애초에 이 논의와 무관하고, 결국 대기업에서 세대 간 불평등이 심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겁니다. 기업의 부담이 커질수록 신규 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근부회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법정 정년 연장이 현실화될 경우 청년 고용 감소와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조금 더 유연한 형태의 고령자 재고용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국은 2013년 ‘고령자고용촉진법’에 정년 60세를 명시하기 전까진 각 사업장의 단체 협약에 따라 개별적으로 정년을 규정해왔다. 대체로 55세 전후였다. 경총은 만 60세 정년이 법제화된 이후 정규직 고용에서 세대 간 불평등 심화 흐름이 뚜렷해졌다고 지적한다.

경총이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정규직 중 고령자(55~59세) 비중은 2004년 2.9%에서 2024년 9.3%로 늘어난 반면, 청년(23~27세) 비중은 같은 기간 13.7%에서 7.3%로 감소했다. 경총은 “이 같은 흐름은 정년 60세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한 2010년대 들어 가속화됐다”며 “특히 근속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형 임금체계(호봉제)가 강하고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청년 고용 감소가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금 (슈퍼 사이클을 탄) 반도체업 호황으로 착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철강과 유통, 에너지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곳들의 상황은 심각하다”며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 기업 부담이 커질수록 노동 시장 내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화돼 나눠먹을 파이가 늘지 않고 있는 만큼 대기업 정규직에게 더 많이 배분될수록 하청업체가 열악해지고, 고령자가 오래 버틸수록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제로섬’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경총은 “정년 60세 의무화의 실질적 혜택은 약 20% 남짓의 일부 근로자에게만 집중됐고, 그마저도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만 사실상 혜택을 향유했다”고 꼬집었다.

경총은 일괄적·강제적인 나이 연장이 아니라 ‘퇴직 후 재고용’ 등 고령자에 대한 자발적 채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정년을 노동법에 명시한 나라는 한국, 일본(60세), 싱가포르(63세)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법정 정년은 연장하지 않고 근로자가 사실상 65세까지 일하도록 하는 ‘고용확보조치’를 2006년에 도입했다.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중 한 가지를 기업이 선택하도록 한 뒤 25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시행했다.

경영계는 정년 연장을 하려면 임금 체계 개편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래 근무할수록 더 많은 임금을 받는 현재의 호봉제를 그대로 두고 정년을 연장할 경우 막대한 인건비 부담과 인사 적체, 중장년 ‘프리라이더’(조직의 성과에 기여하지 않으면서 임금·혜택만 누리는 무임승차자) 확산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영계는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정년 연장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보면 고령자뿐 아니라 청년 세대에서도 찬성률이 80% 정도로 높게 나타난다”며 “사회적으로 조직화된 중장년과 달리 청년들은 흩어져 있다 보니 세대를 대표하는 목소리가 작아 해당 세대의 이익을 잘 대변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정년 문제의 경우 청년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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