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양희은이 암 수술 이후 불임 판정을 받았던 사실을 털어놓으며 담담한 인생철학을 전했다. 아이를 갖지 못했다는 현실을 슬픔이 아닌 ‘홀가분함’으로 받아들이며, 그는 “그 인연이 나와는 아니더라”고 말했다. 긴 세월 어머니를 돌보며 살아온 양희은은, 모친이 남긴 기도를 떠올렸다. “내 눈 가져가고 딸을 살려달라”고 빌었던 어머니의 사랑을 회상하며, 그는 ‘가짐’보다 ‘내려놓음’을 배운 삶의 이야기를 전했다.
12일 유튜브 채널 ‘순풍 선우용여’에는 배우 선우용여가 절친 양희은이 충남 부여에 새로 문을 연 카페를 찾는 영상이 올라와 있다. ‘공중 화장실에서 씻던 양희은이 국민가수가 된 비결’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10월 29일 첫 공개된 이후 현재 64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상 속 두 사람은 오랜 세월을 함께한 친구로서 인생을 돌아보며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양희은은 최근 충남 부여에 카페 겸 갤러리 ‘이만총총31’을 열었다. 이곳은 어머니의 그림과 유품을 전시한 공간이다. 그는 “엄마를 위한 갤러리다. 엄마 장식장에 있던 거 다 꺼내서 꾸몄다. 엄마 거 아닌 게 없다”고 소개하며 “엄마가 못 보고 간 게 한이다”라고 털어놨다. 그의 목소리에는 그리움과 자부심이 동시에 배어 있었다.
그는 첫딸로서 어머니에게 느꼈던 애증과 연민을 솔직히 고백했다. “1962년에 ‘이혼’이라는 단어가 대한민국에 없었다. 아빠랑 싸우고 엄마가 화딱지가 나고 자존심 상해서 친정에 간다고 나왔는데, 그 밤에 아버지가 새 여자를 데리고 들어오더라”라고 당시의 충격적인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렇게 이혼이 돼버렸다. 그래서 한이 있다. 엄마는 ‘내가 참을걸’이러면서 한이 됐더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잡고 다니는 걸 하염없이 보면서 후회하더라”라며 외롭고 안쓰러웠던 어머니의 삶을 떠올렸다.
양희은은 “나는 첫딸이라 다르다. 장녀하고 엄마는 애증이 있다. 연민으로 화를 내다가도 돌아서면 딱하고 그런 거다. 그게 첫딸이다”라며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엄마를 평생 모시고 살았다. 엄마 방은 공주방이었다”며 “엄마가 돌아가신 지 2년이 채 안 됐는데, 이제서야 비로소 독립된 인간이 된 것 같다. 늘 엄마가 뼈하고 모든 것에 박혀 있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양희은은 “30살 때 암 수술을 하고 아이를 못 갖게 되면서 한편으로는 되게 자유로웠다. 애 없어, 나 그 인연 싫다. 거기서 벗어났다”고 털어놨다. 이에 선우용여가 “양자가 하나 있으면 어때?”라고 묻자, 양희은은 “난 싫어”라며 단호하게 답했다. 그러자 선우용여는 “하기는 나도 자식이 있어도 옆에 없으니까 편안하긴 하다”고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양희은은 “엄마의 목소리를 물려받아서 원치 않았지만 55년을 가수로 살고 있다. 쌈짓돈으로 엄마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는데, 사람들도 나처럼 엄마를 추억했으면 좋겠다”며 “대한민국의 힘은 결국 어머니와 할머니의 힘, 여자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양희은의 인생 서사는 언제나 어머니와 함께 흘러왔다. 2023년 1월 23일 방송된 MBN ‘당신 참 좋다’에서 양희은은 치매 판정을 받은 어머니 고(故) 윤순모 여사와 함께 출연해 오랜 세월 서로를 지탱해온 모녀의 진심을 전했다.
이날 양희은은 “희경이(동생)랑 어디 다녀오고 ‘엄마 먼저 올라가서 문 좀 열어’ 그랬더니 대문 앞에서 계속 웃고 서있더라고 하더라. 그래서 희경이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언니 아무래도 엄마가 이상해’ 그래서 모시고 갔다”며 어머니의 이상 징후를 처음 알아차린 순간을 회상했다.
어머니는 “희은이가 가장이었다. 마음이 뭐 좋겠냐. 늘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양희은은 “그런 한 번도 얘기 안 했다. 왜 안 하냐”며 서운한 마음을 내비쳤다.
어머니는 “너는 나한테 태어나서 아주 고맙기도 하지만 정말 미안하기도 하다”며 “내 친구들은 나한테 희은이가 있어서 좋겠다고 한다. 한번은 어떤 친구가 ‘희은이가 너를 키우다시피 하는데 네가 자식이고 희은이가 엄마 노릇을 하잖아’ 이러더라”라고 했다.
큰딸에게 가장 미안했던 점을 묻자 어머니는 “직장 생황을 하니까 애들이랑 같이 놀러 가고, 외식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게 제일 미안하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살면서 양희은 때문에 속상했던 적 있느냐’는 질문에 어머니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양희은은 “있다. 나 수술했을 때”라며 난소암 투병 시절을 언급했다.
어머니는 “아플 때는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 그때 생각은 지금도 할 수가 없다”고 떠올렸다. 이에 양희은은 “엄마가 기도했다고 했다. 엄마가 좋아하고 누리는 것들, 시력으로부터 오니까 자기 눈을 가져가라고. 그 대신 딸을 살려달라고 했다더라”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양희은의 삶은 ‘가질 수 없음’을 슬픔이 아닌 수용으로 바꾼 여정이었다. 그는 이제 어머니의 흔적이 남은 공간에서, 그리움을 삶의 일부로 안고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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