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약 30건, 한 해 1만여 건이 넘는 화재가 가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거 화재는 전체 화재의 약 27%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사망자가 침실 등 실내 공간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은 불씨 하나가 순식간에 ‘안락한 보금자리’를 ‘생명을 위협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셈이다.
11월 9일 ‘소방의 날’을 맞아 일상 속 화재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길의 확산을 늦추는 등 화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면서 실내 화재에서 불씨를 더욱 키우는 ‘매트리스’ 역시 난연 제품으로 전환하는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박계원 한국화재보험협회 부설 방재시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수면 중에는 인지 및 대피가 늦어질 수밖에 없고, 침실은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무방비한 공간”이라며 “매트리스는 침실 내에서 가장 큰 가연물로서,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격렬하게 연소하며 화재 피해를 급격히 키운다”고 전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일반 매트리스와 달리 ‘난연 매트리스’는 화염에 노출됐을 때 불이 붙는 속도를 현저히 늦춰준다”면서 “이를 통해 재실자가 대피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부연했다.
난연 매트리스는 화재 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같다. 하지만, 난연 매트리스 보급에 대한 법제화 논의는 6년 전인 2019년 국회 토론회를 끝으로 사실상 멈춰 있다.
박 연구원은 난연 매트리스 제도화 논의가 매번 무산되는 이유로 '비용', '유해성', '사회 인식'을 꼽았다. 그는 “난연 매트리스를 만들려면 소재를 더하거나 공정을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제조 원가가 상승하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며 “가격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중소 가구 업체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 일부 난연제가 환경 및 인체 유해성 논란을 빚으면서 '난연'이라는 용어 자체에 부정적인 인식도 있다"며 “이와 더불어 매트리스 구매 시 안전성보다 가격, 디자인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제화가 늘 뒤로 밀린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법제화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해법도 제시했다. 이미 엄격한 기준을 시행 중인 미국이나 영국, 유럽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되 국내 주거 환경이나 산업계 실정에 맞춰 난연 매트리스 성능 기준과 도입 절차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적으로 병원·요양원·기숙사 등 화재 시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다중이용시설에 규정을 적용하고, 그 다음 공동주택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시장의 충격을 다소 완화할 수 있다”며 “이와 더불어 법제화는 규제인 동시에 투자인 만큼 기업의 부담을 낮춰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당근'이 병행돼야 한다”며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의 사례를 언급했다. 시몬스 침대는 지난 2018년부터 업계 최초로 가정용 매트리스 전 제품을 난연 매트리스로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1월 공익을 위해 난연 매트리스 제조 공법 관련 특허를 무상으로 공개해 누구나 시몬스의 난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박 연구원은 “이와 같이 안전 문화 확산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기업들에게 혜택을 준다면 지금보다 많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동참할 것”이라며 “여기에 더해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저비용·고효율의 난연 기술 개발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연구원은 시험, 인증에 대한 인프라 구축 및 지원도 필요하다면서 “방재시험연구원과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시험 설비를 확충하고, 중소기업의 인증 비용 부담을 낮춰주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2007년 매트리스 난연 규제를 도입한 뒤 관련 화재 사망자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며 "기업이 안전을 비용이 아닌 '필수적인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소비자들이 '안전한 제품'을 선택하며, 정부가 이를 제도와 정책으로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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