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결정 ‘김여정 하명법’ 이름만 바꿔
표현의 자유까지 제한하는 과잉 입법
휴전선 인근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의 항공안전법 개정안이 6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에 따르면 휴전선 인근 등 비행 금지 구역에서는 무게와 관계없이 모든 무인기구를 띄울 수 없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처벌 조항도 뒀다. 문제는 이 법안이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3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단을 받았던 대북전단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과 사실상 유사하다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대북전단 금지법은 태생부터 문제투성이였다.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북한의 통치 체제를 비판하는 대북전단 50만장을 북한 상공으로 살포하자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명의로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며 겁박했다.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들먹이자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과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입법을 강행해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조롱까지 받았다. 물론 개정된 법 조항에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대북전단을 풍선에 넣어 전파하는 방식은 ‘불법’이다. 헌재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법안을 ‘택 갈이’한 것 자체가 헌법 정신을 해치고 헌재의 권위를 무시하는 행태다.
정부 논리도 해괴하기 짝이 없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위헌 판정받은 부분은 살포하는 표현물의 내용에 적용하는 것이고, (이번 개정안은) 항공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하에 공간상의 문제로 한 것”이라고 했다. 대북전단과 항공 안전이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남북 관계는 일방적 짝사랑이 아닌 상호 비례적 대응으로 풀어가는 게 옳다. 그런데도 이재명정부는 출범 이후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국가정보원 대북방송 중단 등 연이은 대북 유화 조치를 취했다. 북한은 이를 비웃듯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며 러시아와 손잡고 핵·재래식 무기 고도화와 미사일도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북전단에 민감한 북한이 풍선을 조준 사격하거나 남쪽으로 오물풍선을 날리는 등 보복 가능성을 높이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까지 제한하겠다는 정부가 정작 북한의 접경지역 도발엔 변변한 항의조차 하지 않은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북전단이 북한 주민에게 외부의 실상을 알리는 순기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고 사법기관의 판단까지 무시한 채 ‘꼼수’ 우회입법으로 국민을 처벌하려는 건 과잉 입법이자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릴 당시에도 전단 살포는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으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고 했다. 막무가내로 막기보다는 현행법 내에서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북한 주민에게 진실을 알릴 전략적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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