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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프로야구 만원 관중석 외딴섬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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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06 22:59:21 수정 : 2025-11-06 22:59:20
송용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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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프로야구 2025시즌이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정규리그에 역대 최다인 1200만 관중을 동원했을 뿐 아니라 포스트시즌 전 경기가 매진될 만큼 프로야구의 열기는 뜨거웠다. 야구팬들의 응원 역시 해외까지 소문이 날 만큼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한국 야구장의 응원석은 하나의 축제의 장이자 따뜻한 소음이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한쪽은 홈팀의 유니폼 색으로, 다른 쪽은 원정팀 유니폼 색으로 물든다. 그런데 가끔 응원석에서 튀는 색이 눈에 띄곤 한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LG 유광점퍼 물결 속에 홀로 한화 주황색 유니폼을 입고 꿋꿋하게 홀로 응원하는 사람이 있어 미묘한 시선을 받는다. 일종의 ‘외딴섬’ 응원이다. 예전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과장해서 ‘목숨을 건 행위’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기자가 어렸을 때 야구장에서 홈팀 응원석에서 나 홀로 원정팀을 용감하게 응원하던 사람이 뒤에서 날아온 캔에 머리를 맞고는 자리를 떠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실제 일본에서는 이런 행동이 ‘매너 위반’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응원석은 각 팀 팬의 구역이므로, 상대 팀 유니폼을 입고 그 자리에 앉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프로야구 구장에는 ‘지정 응원석’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 특정 팀 응원석에서는 다른 팀 유니폼이나 응원 도구 사용이 금지되어 있으며, 이를 어기면 퇴장을 당하기도 한다. ‘질서’와 ‘예의’의 이름 아래, 일본에서는 응원도 ‘규율’의 일부다.

반면 한국은 다르다. 경기장 어디에 앉든, 어떤 옷을 입든 크게 제재하지 않는다. 물론 홈팀 응원석 한가운데서 상대 팀의 승리를 외친다면 눈총을 받을 수 있겠지만, 대체로 “그럴 수도 있지”라는 분위기다. 간혹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카메라에 잡히면, 관중석에서는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이 차이의 이면에는 일본과 한국의 사회적 정서의 차이가 숨어 있는 듯하다. 일본의 응원석 문화가 ‘규칙을 지키는 공동체’를 지향한다면, 한국의 응원석은 ‘다름을 용인하는 공동체’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는 이 ‘포용의 문화’를 잃어가고 있다. 온라인 댓글창, 정치 토론, 학교나 직장 곳곳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향한 냉소와 공격이 일상화됐다. 편 가르기가 일상화되고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줄어들었다. 이런 사회에서 야구장 응원석의 ‘다른 유니폼’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관용의 상징처럼 보인다.

다른 유니폼을 입은 한 사람은 우리 사회가 아직 얼마나 ‘함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그 한 사람을 향한 시선이 따뜻하다면, 이 사회는 아직 건강하다. 하지만 그를 향해 “여긴 네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관용의 근육을 잃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바라는 포용과 관용은 거창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바로 그 응원석의 작은 장면 속에서 시작된다. 다음 시즌 야구장에 가게 된다면, 혹시 내 옆자리에 ‘다른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앉아 ‘외딴섬’ 응원을 펼치면 그를 향해 따뜻한 미소 한 번 지어보자. 그 작은 미소 하나가, 냉소와 분열의 시대를 녹일 첫걸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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