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북한 외교에서 중책을 맡았던 원로인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3일 사망했다. 정부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명의로 조의를 표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우리 당과 국가의 강화발전사에 특출한 공적을 남긴 노세대 혁명가인 김영남 동지가 97살을 일기로 고귀한 생을 마쳤다”고 부고를 전했다. 사인은 암성중독에 의한 다장기부전으로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일 새벽 1시 주요 간부들과 함께 김영남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을 찾아 조문했다. 장례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 결정에 따라 국장으로 치러진다.
통신은 김영남이 1928년 일제 강점기 항일애국자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소개했다. 김일성종합대학 재직 중 모스크바 유학길에 올랐다가 1952년 귀국해 중앙당학교(김일성고급당학교) 교수를 거쳐 노동당 국제부에서 본격적으로 당 및 외교 관료로 정치에 입문했다.
20대 때부터 노동당 국제부와 외무성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잔뼈가 굵은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서 북한의 3대 권력 체제 변화 속에서 고위 간부라면 한 번씩 경험하는 좌천과 ‘혁명화’를 한 번도 거치지 않은 인물로 꼽힌다. 1983년부터 정무원 부총리 겸 외교부장(현 외무상)을 맡았고, 1998년 김정일 정권 공식 출범 이후 21년간 대외적으로 국가수반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지켰다.
대외활동을 기피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대신해 사실상 정상외교를 도맡으면서 북한의 대표로 국제사회에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김정은 정권 들어서도 방북한 정상급 인사를 영접하는 등 정상외교의 한 축으로 활약하다가 2019년 91세를 끝으로 60년 넘게 이어온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정부는 김영남이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실을 상기하며 애도했다. 정 장관은 이날 통일부 대변인이 발표한 조의문에서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부고를 접하고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영남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한 점도 평가했다. 평창 올림픽 당시 김영남은 김여정 부부장과 함께 남한으로 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면담했다. 2005년 6월, 2018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평양에서 그를 만난 기억을 떠올린 정 장관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정부는 과거 북측 고위인사의 사망에 조의를 표하는 전통문을 세 차례 발송한 적이 있으나 이번에는 남북 간 통신선 단절로 통일부 대변인이 장관의 조의문을 발표하는 방식을 취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의문 발표 배경에 관해 김영남이 평창동계올림픽 때 방남한 점 등을 고려했으며, 관계 부처 조율을 거쳤다고 말했다.
정부가 북한 인사의 사망에 조전을 보낸 첫 사례는 2005년 10월 연형묵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사망 때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 명의로 북측 장관급회담 수석대표 앞으로 조의를 표하는 전통문을 발송한 것이었다. 이듬해 8월 림동옥 노동당 비서 사망 때 홍용표 통일부 장관 명의로 전통문을 보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숨졌을 때는 류우익 통일부 장관 명의로 담화문을 발표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으나 직접 조의를 표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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