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펙 폐막 직후 입법 추진 거론
대통령실 “민생·경제 집중” 요청
강훈식 비서실장 직접 입장 표명
與 “재판소원제·법 왜곡죄는 추진”
당정, 주요 현안 놓고 난맥상 노출
국힘 “與 발표 누가 믿을 수 있나
책임 있는 사람이 입장 밝혀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5개 재판을 염두에 둔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법’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 성과를 부각해 국정 동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대통령실의 입장과 당 내부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4심제’ 논란을 빚는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 마련을 위한 당 차원 논의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관계에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아 달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3일 직접 현안 관련 입장 표명을 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법안이) 불필요하다”거나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대목이 담긴 것은 그동안 당정 간 이슈에서 보기 드물었던 ‘질타성’ 언급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와 이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 등 외교 성과를 부각해야 하는 시점에 재판중지법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대통령실 입장에서 부담이기 때문에 비서실장이 직접 빠른 상황 정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제 ‘외교 슈퍼 위크’를 막 지났고 다시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서 국정을 운영해나가려고 하는 단계”라며 현시점에서 이 같은 법안이 추진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현시점에서 이러한 법안이 추진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서도 “李도 원하지 않을 법안”
민주당은 ‘대통령실과의 조율’을 내세워 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재판중지법 처리를 위한 당 지도부 논의 및 이달 내 법안 처리 가능성을 거론한 지 하루 만이다. 여당은 형사소송법에 ‘현직 대통령이 받고 있는 재판을 임기 종료 시까지 중단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재판중지법 처리 계획은 접어두되 법왜곡죄, 재판소원제는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당초 에이펙 정상회의 기간 중 정쟁을 자제하겠다면서 국민의힘을 자극하는 행보를 삼가왔다. 그런데 정작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 성과가 집중 조명받아야 할 에이펙 폐막 직후에 재판중지법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일요일(2일)에 당의 공식 입장으로 밝힘으로써 한 주의 시작 월요일(3일) 오전까지 주요 의제로 띄운 것이다. 결과적으로 당과 대통령실의 ‘뒤늦은 소통’ 끝에 법안 처리 계획이 ‘없던 일’이 되는 난맥상만 드러났다는 평가다.
민주당의 한 핵심 의원은 “대통령실은 에이펙 성과를 말하려는데 재판중지법이 더 화두가 돼 버렸다. 여러 가지 방식이 다 이상하다”고 정청래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그런 법안을 전혀 원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홍근 의원은 “우리는 국정을 무한책임지는 집권 여당”이라며 “대통령실과의 불통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지도부를 공개 저격했다.
이 대통령이 받아야 할 조명이 여당으로 분산된 일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 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때는 민주당 정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의 갈등이 불거졌다. 3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법 개정안 처리 과정을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 직접적 계기였다. 김 원내대표는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고 언성을 높이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둘의 갈등은 고위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 만찬 회동 끝에 봉합 수순을 밟았다.
◆野 “민주당 발표 누가 믿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신뢰할 수 없다는 날 선 반응이다. 대구·경북지역 예산정책협의회를 위해 경북도청을 찾은 장동혁 대표는 “여야 협의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것이 민주당”이라며 “그런 민주당의 발표를 누가 믿을 수 있겠냐”고 했다. 그러고선 “대통령이든 정 대표든 누구든 책임 있는 사람이 이 대통령 재임 기간에 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대여 강경 기류는 민주당이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 신설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재판소원제의 목적이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헌법재판소에서 뒤집으려는 데 있다고 본다. 법왜곡죄는 이 대통령 및 진보 진영 인사에 대한 수사·재판에 관여한 판검사들에게 보복할 속셈으로 추진한다고 의심한다. 여당의 사법부 압박을 ‘삼권분립 붕괴’ 시도로 보는 국민의힘은 내년 선거를 ‘체제 전쟁’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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