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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외교성과 덮일라”… 당정, 하루 만에 재판중지법 철회 왜?

입력 : 2025-11-03 18:19:25 수정 : 2025-11-03 21:16:08
배민영·조희연·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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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소통 끝 ‘입법 없던일로’

에이펙 폐막 직후 입법 추진 거론
대통령실 “민생·경제 집중” 요청
강훈식 비서실장 직접 입장 표명
與 “재판소원제·법 왜곡죄는 추진”
당정, 주요 현안 놓고 난맥상 노출

국힘 “與 발표 누가 믿을 수 있나
책임 있는 사람이 입장 밝혀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5개 재판을 염두에 둔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법’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 성과를 부각해 국정 동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대통령실의 입장과 당 내부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4심제’ 논란을 빚는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 마련을 위한 당 차원 논의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관계에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 사법개혁 TF 출범식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기표 의원, 정 대표, TF 단장 전현희 의원. 이재문 기자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아 달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3일 직접 현안 관련 입장 표명을 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법안이) 불필요하다”거나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대목이 담긴 것은 그동안 당정 간 이슈에서 보기 드물었던 ‘질타성’ 언급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와 이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 등 외교 성과를 부각해야 하는 시점에 재판중지법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대통령실 입장에서 부담이기 때문에 비서실장이 직접 빠른 상황 정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제 ‘외교 슈퍼 위크’를 막 지났고 다시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서 국정을 운영해나가려고 하는 단계”라며 현시점에서 이 같은 법안이 추진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현시점에서 이러한 법안이 추진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서도 “李도 원하지 않을 법안”

 

민주당은 ‘대통령실과의 조율’을 내세워 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재판중지법 처리를 위한 당 지도부 논의 및 이달 내 법안 처리 가능성을 거론한 지 하루 만이다. 여당은 형사소송법에 ‘현직 대통령이 받고 있는 재판을 임기 종료 시까지 중단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재판중지법 처리 계획은 접어두되 법왜곡죄, 재판소원제는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당초 에이펙 정상회의 기간 중 정쟁을 자제하겠다면서 국민의힘을 자극하는 행보를 삼가왔다. 그런데 정작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 성과가 집중 조명받아야 할 에이펙 폐막 직후에 재판중지법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일요일(2일)에 당의 공식 입장으로 밝힘으로써 한 주의 시작 월요일(3일) 오전까지 주요 의제로 띄운 것이다. 결과적으로 당과 대통령실의 ‘뒤늦은 소통’ 끝에 법안 처리 계획이 ‘없던 일’이 되는 난맥상만 드러났다는 평가다.

 

민주당의 한 핵심 의원은 “대통령실은 에이펙 성과를 말하려는데 재판중지법이 더 화두가 돼 버렸다. 여러 가지 방식이 다 이상하다”고 정청래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그런 법안을 전혀 원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홍근 의원은 “우리는 국정을 무한책임지는 집권 여당”이라며 “대통령실과의 불통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지도부를 공개 저격했다.

 

이 대통령이 받아야 할 조명이 여당으로 분산된 일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 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때는 민주당 정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의 갈등이 불거졌다. 3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법 개정안 처리 과정을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 직접적 계기였다. 김 원내대표는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고 언성을 높이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둘의 갈등은 고위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 만찬 회동 끝에 봉합 수순을 밟았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3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에서 열린 대구·경북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경북도청 제공

◆野 “민주당 발표 누가 믿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신뢰할 수 없다는 날 선 반응이다. 대구·경북지역 예산정책협의회를 위해 경북도청을 찾은 장동혁 대표는 “여야 협의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것이 민주당”이라며 “그런 민주당의 발표를 누가 믿을 수 있겠냐”고 했다. 그러고선 “대통령이든 정 대표든 누구든 책임 있는 사람이 이 대통령 재임 기간에 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대여 강경 기류는 민주당이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 신설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재판소원제의 목적이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헌법재판소에서 뒤집으려는 데 있다고 본다. 법왜곡죄는 이 대통령 및 진보 진영 인사에 대한 수사·재판에 관여한 판검사들에게 보복할 속셈으로 추진한다고 의심한다. 여당의 사법부 압박을 ‘삼권분립 붕괴’ 시도로 보는 국민의힘은 내년 선거를 ‘체제 전쟁’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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