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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캑” 숨소리로 위기 직감… 36초의 기적

입력 : 2025-11-03 21:00:00 수정 : 2025-11-03 19:41:12
군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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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소방본부 김세민 소방교
119 신고 전화받고 신속 판단
구급·펌프차·警 공동 대응 요청
GPS 추적… 20대 男 생명 구해

전화기 너머로 들린 건 “캑… 캑…” 하는 숨소리뿐이었다. 말 한마디 들리지 않았지만, 즉시 위급한 상황임을 직감한 한 119 상황요원의 발 빠른 판단과 신속한 대처가 20대 청년의 생명을 구했다.

3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119로 신고 전화가 걸려온 것은 지난달 30일 오전 11시39분. 119종합상황실에서 당직근무 중이던 김세민(34·사진) 소방교는 119 벨소리에 전화를 받아들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건 거친 숨소리뿐이었다.

그는 “여보세요? 신고자분, 들리시나요?”라고 반복해 외쳤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몇 초가 길게 늘어진 순간 그는 단순한 장난 전화가 아니라고 직감하고 즉시 시스템을 확인했다. 신고 위치는 군산시 소룡동 인근으로 포착됐다. 지체할 틈이 없었다. 그는 신고 접수 36초 만에 구급차와 펌프차, 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고, 극단적 선택 시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알렸다.

하지만 현장에 출동한 대원들은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고,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기도 어려웠다. 김 소방교는 곧바로 신고자의 휴대전화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 좌표를 실시간 추적해 “건물 뒤편 공영주차장 쪽을 수색하라”고 지시했다. 곧바로 현장 대원들의 무전이 들려왔다. “신고자 발견! 주차장 인근 컨테이너 옆입니다!”

현장에는 목을 맨 채 의식을 잃은 20대 남성 A씨가 있었다. 대원들은 즉시 그를 구조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얼마 후, 약한 숨소리가 돌아왔고,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의식과 호흡을 되찾았다. 현재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전문 상담을 받으며 회복 중이다.

이번 사건은 ‘말 없는 신고자 구조’의 이례적인 사례로 주목받는다. 119 상황요원의 직감과 빠른 판단력, 그리고 GPS 기술 활용이 빚어낸 생명의 기적이었다. 김 소방교는 “숨소리만으로도 위험하다는 게 느껴졌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당시 위급 상황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말했다.

그는 지난해 1월 항공관제 특채로 임용됐으며, 그해 ‘상황관리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당시 교통이 불편한 섬 지역의 경운기 사고 환자를 신속히 헬기로 이송해 구조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오숙 전북소방본부장은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 119의 역할은 순간의 판단에서 시작된다”며 “상황요원의 판단력과 첨단 기술을 결합한 대응체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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