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미소관서 트럼프 때와 동일 의전
예정보다 37분 늘어난 97분간 회담
李 ‘한비자’·習 ‘최치원’ 인용 건배사
李, 바둑판·나전칠기 원형쟁반 선물
習, 샤오미폰·문방사우 세트 건네
李 “통신보안 잘 되느냐” 농담하기도
“돛을 달아서 바다에 배 띄우니 긴 바람이 만 리에 나아가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재명 대통령은 1일 저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국빈 만찬 건배사에서 중국 한비자의 한 구절을 언급했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수차례 한비자의 말을 인용할 만큼 고전 사랑이 유별난데, 이 대통령이 시 주석의 이 같은 취향을 겨냥한 건배사를 준비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가까운 사이만큼이나 양국의 건배사가 닮았다. 같이 외쳐도 잘 어울릴 것 같다”며 건배를 외쳤다. 시 주석도 당나라 시기 장안에서 유학했던 신라 출신 사상가 최치원이 남긴 ‘범해’의 구절을 인용하며 “한·중 관계의 끊임없는 발전을 위해, 한·중 양국의 번창과 국민 행복을 위해, 이 대통령과 여러분의 건강을 위해 건배하자”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첫 정상회담이 열린 이날 양국 정상 간에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가장 먼저 국립경주박물관 천년미소관에서 성대한 환영식을 열고 시 주석을 맞이했다. 천년미소관은 지난달 29일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린 장소로, 이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같은 수준의 환대와 의전을 제공하며 양국 간 균형을 맞춘 것이다.
시 주석이 탄 차량은 이날 오후 3시35분 전통 취타대의 선도와 호위를 받으며 회담장에 도착했다. 천년미소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 대통령은 차량에서 내린 시 주석과 악수를 한 후 레드카펫을 함께 걸으며 회담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날 양 정상은 나란히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를 착용했다. 시 주석은 당일 오전 폐막식 때 맸던 붉은색 넥타이를 파란색으로 바꿔 맸고, 이 대통령은 금색 나비가 그려진 군청색 넥타이를 맸다.
회담장으로 들어간 두 정상은 방명록 서명, 의장대 사열을 거친 뒤 각국 대표단과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우리 측에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강훈식 비서실장, 노재헌 주중대사 등이 자리했다. 중국 측에선 차이치 공산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왕원타오 상무부장 등이 참석했다. 다소 무표정한 얼굴로 인사하던 시 주석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 대사를 마주하자 친근감을 드러내며 짧은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당초 예정됐던 1시간을 훌쩍 넘어 97분간 이어진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입을 모아 ‘협력’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 이후 사전에 준비한 선물을 주고받으며 친교를 다졌다. 이 대통령은 본비자 나무로 제작된 바둑판과 나전칠기 자개 원형쟁반을 선물했고, 시 주석은 중국 브랜드인 샤오미 스마트폰, 옥으로 만든 벼루와 붓 등 문방사우 세트를 건넸다. 중국 측 수행원이 스마트폰을 두고 “디스플레이는 한국 제품”이라 소개하자 이 대통령이 스마트폰을 두드리며 “통신 보안은 잘 되느냐”며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자 시 주석은 “백도어(악성코드의 일종)가 있는지 한번 확인해보라”고 응수했다. 이후 시 주석은 펑리위안 여사를 위해 준비된 화장품을 보며 “여성용이냐”고 묻자 이 대통령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만찬장에는 양국 모두 예로부터 즐겨 먹어온 만두 요리 가운데 김치만두와 새우 딤섬이 올랐다.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음식인 닭강정, 한국에서 부는 ‘마라 열풍’을 반영한 마라 소스 전복 요리 등도 제공됐다. 대통령실은 양국 간에 접점이 있는 음식을 통해 두 나라가 오랜 세월 음식을 통해 ‘맛의 교류’를 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중 간의 우정이 이어지길 바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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