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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대치 속 ‘경주선언’ 도출… 다자무역 가치 재확인 성과 [2025 경주 에이펙 폐막-李 ‘양자·다자외교’ 결실]

입력 : 2025-11-02 19:00:00 수정 : 2025-11-02 22:40:45
이강진 기자, 경주=박영준·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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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관세 합의… 中·日과 우호 공감대
취임 5개월 만에 다자무대 리더십 입증
문화창조산업 협력 필요성 첫 명문화
AI 전환·혜택 공유 이니셔티브도 채택

G2 갈등 격화·日 역사문제 변수 여전
국익 실현 위한 ‘심화 단계’ 숙제 남아

첨예한 미국과 중국의 대치 상황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최종 결과물인 ‘경주선언’이 막판 치열한 협상 끝에 도출됐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 간 양자회담이 열려 당사국 간 현안을 논의하는 장이 되었다는 점에서 한국이 가교 역할을 무난히 수행했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한국이 주도한 가장 큰 외교행사인 이번 에이펙은 녹록지 않은 대외 환경 속에서 다자무역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분석된다.

 

2일 외교가에 따르면 전날 폐막한 경주 에이펙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자신이 표방한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무난히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다자주의, 자유무역 체제가 흔들리고,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경주선언을 조율해냄으로써 대한민국의 외교적 리더십을 입증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미·중·일과 원만한 마무리

 

경주선언은 올해 에이펙의 3대 중점과제인 ‘연결·혁신·번영’을 기본 틀로 무역·투자, 디지털·혁신, 포용적 성장 등 에이펙의 핵심 현안에 대한 주요 논의를 포괄해 담았다. 또 인공지능(AI) 협력 및 인구구조 변화 대응에 대한 회원들의 공동 인식과 협력 의지를 집약했다.

 

선언은 “글로벌 무역체제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인식한다”며 “나아가 AI와 같은 혁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노동시장의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인구구조 변화는 에이펙 회원들에게 중대한 장기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경제 성장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경주선언이 ‘문화창조산업’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성장동력’으로 인정하고 협력 필요성을 명문화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문화창조산업을 명시한 에이펙 첫 정상 문서다. 이와 함께 모두가 AI 전환에 참여하고, 혜택을 공유하는 ‘에이펙 AI 이니셔티브’를 채택했다. ‘에이펙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도 마련해 저출생, 고령화에 대비한 정책 방향, 협력방안을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0월 30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경주선언을 도출해 가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의장국의 역할에 집중하는 동시에 한·미, 한·중, 한·일 정상회담 등 굵직한 양자회담 일정을 이어가는 강행군을 펼쳐 한·미 관세협상 합의, 핵추진잠수함 도입 단초 마련 등 외교적 성과를 냈다. ‘강경 보수’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은 ‘셔틀 외교’를 지속하기로 합의하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무리됐다. 전날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은 정치적 신뢰를 확보하고, 민간 차원에서도 우호적 신뢰 축적을 병행해 나가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월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수 여전… ‘실용외교’ 심화 단계로

 

이번 에이펙을 통해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토대로 하면서 중국과는 안정적인 관리를 해 나간다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틀은 구축됐다고 파악된다. 다만 미·중 갈등과 더불어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의 충돌 우려, 대미 투자 패키지 이행 과정에서의 한·미 이견 발생 가능성 등 대외적으로 관리해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에이펙에서의 상견례를 넘어 미·중·일을 상대로 각종 현안에서 국익을 실현해내기 위해 ‘실용외교 심화 단계’로 발 빠르게 나아가야 하는 숙제가 남은 셈이다.

 

경주 에이펙 기간 미·중 갈등이 일시 휴전에 접어들었지만, 추후 갈등이 다시 격화할 경우 중국이 한국을 향해 ‘어느 편이냐’고 묻는 압박을 노골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역시 다카이치 총리가 자국 내 지지 기반을 의식한 강경 행보를 재개한다면 양국 간 과거사 문제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이 협력의 걸림돌로 재부상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연쇄 정상외교를 계기로 마련한 실용외교의 기본 틀 안에서 돌발 변수들을 면밀히 관리하고, 무게 중심을 찾아 균형을 잡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극적 타결된 관세협상 관련해 양해각서(MOU)와 양국이 발표하는 보도자료 성격의 ‘조인트 팩트시트’ 완성까지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있다.

한복 목도리 착용하고… 정상들 기념 촬영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에 참석한 회원국 정상 및 대표들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목에 두른 옥색 한복 목도리에는 나비를 모티브로 한 에이펙 공식 엠블럼을 새겼다. 경주=남정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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