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공 한 개도 던져보지 않았는데도 역대 투수 최대 규모의 계약을 안겨줄 만 했다. 2년 전 겨울 다저스와 12년 3억2500만달러의 계약을 맺고 태평양은 건넌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혼자 3승을 거두는 투혼을 발휘하며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다저스는 2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5 MLB 월드시리즈(WS·7전4승제) 7차전에서 연장 11회초 터진 윌 스미스의 결승 솔로포와 9회 1사에 구원 등판해 2.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야마모토의 역투에 힘입어 5-4 승리를 거뒀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마지막 순간 승자가 된 다저스는 1998~2000년 월드시리즈 3연패를 이뤄낸 뉴욕 양키스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연패를 달성한 팀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다저스의 구단 통산 9번째 우승이다. 2020년대에만 2020년, 2024년, 2025년까지 세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명실상부 2020년대를 지배하는 팀으로 우뚝 섰다.
기선을 제압한 건 토론토였다. 이날 다저스는 당초 7차전 선발로 예정됐던 타일러 글래스나우가 전날 6차전 9회에 구원 등판하는 바람에 오타니 쇼헤이를 선발로 내세웠다. 2회까진 무실점으로 순항하던 오타니는 3회에 일격을 당했다. 1사 1,3루에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건 왼쪽 무릎 부상으로 몸이 성치 않은 보 비셋. 그러나 스타는 스타였다. 비셋은 오타니의 시속 88.7마일짜리 초구 슬라이더를 통타해 중앙 담장을 넘어가는 쓰리런포를 때려냈다. 이 홈런 한 방으로 오타니는 마운드를 내려와 타자에만 집중했다. 2.1이닝 5피안타 2볼넷 3실점 부진.
다저스도 토론토 선발 맥스 슈어져를 상대로 4회 1사 만루를 만든 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만회했다. 에르난데스의 타구는 안타성 타구였지만, 토론토 중견수 달튼 바쇼의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에 희생 플라이에 그친 게 아쉬웠다. 다저스는 6회에도 1사 1,3루 기회에서 토미 에드먼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3-2까지 따라 붙었다.
토론토도 가만 있지 않았다. 6회말 선두타자 클레멘트의 좌전 안타에 이은 도루, 안드레스 히메네스의 우전 적시 2루타로 4-2로 달아났다.
패색이 짙어진 다저스를 구해낸 건 홈런포였다. 8회 맥스 먼시가 우월 솔로포를 때려내며 1점차 승부로 만들었다.
9회 다저스 공격. 아웃카운트 3개면 토론토의 32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이 확정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저스의 강팀 DNA는 위기에서 빛을 발했다. 수비력이 돋보이는 미겔 로하스가 9회 1사 상황에서 토론토 마무리 제프 호프먼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솔로포를 터뜨렸다. 4-4.
토론토도 정규이닝에 경기를 끝낼 찬스가 있었다. 8회 무사 2루에 올라와 위기를 끈 다저스 좌완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을 상대로 1사 후 비셋의 안타와 애디슨 바저의 볼넷으로 1,2루 기회를 잡은 것.
그러자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전날 6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96구를 던지며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던 야마모토를 마운드에 올린 것. 하루도 쉬지 못했지만, 이 위기를 넘길 선수는 야마모토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강행군에 피곤했을까. 야마모토는 알레한드로 커크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며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바쇼의 2루 땅볼을 로하스가 잡아 홈으로 던져 아웃을 잡아냈고, 클레멘트의 좌중간을 가를 것으로 보였던 타구를 중견수 앤디 파헤스가 좌익수 키케 에르난데스와 충돌하는 와중에도 잡아내면서 경기는 연장으로 향했다.
4-4로 팽팽하게 흐르던 경기에 균열을 낸건 다저스의 안방마님 윌 스미스였다. 11회 2사 후 셰인 비버를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로 다저스가 5-4로 달아났다.
그리고 맞이한 11회말 토론토 공격. 로버츠 감독은 야마모토를 계속 마운드에 세웠다. 그리고 2루수에 김혜성을 투입했다. 김혜성의 월드시리즈 첫 출전이었다. 야마모토는 토론토 타선 리더인 선두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에게 2루타를 맞고 희생번트 후 볼넷으로 1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야마모토를 바꿔야할 타이밍이었지만, 로버츠 감독은 그대로 야마모토로 밀고 나갔고, 야마모토는 커크를 병살타로 처리하며 다저스의 우승을 직접 매조지했다. 그 순간 야마모토는 크게 환호했다.
월드시리즈 MVP는 당연히 야마모토의 차지였다. 2차전 9이닝 1실점 완투승, 6차전 6이닝 1실점 승리에 이어 7차전 2.2이닝 구원승까지 야마모토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17.2이닝을 던져 2실점, 평균자책점 1.04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169, WHIP은 0.68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2014년 월드시리즈에서 2승 1세이브를 거둔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후 최고의 ‘빅게임 피처’라고 불러도 손색 없는 퍼포먼스였다. 다저스가 2년 전 겨울 야마모토에게 안긴 12년 3억2500만달러의 무모해 보였던 투자는 월드시리즈 2연패가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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