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 등산족’이 다시 늘고 있다.
편안함과 활동성을 이유로 레깅스를 선택하는 등산객이 많아졌지만, “공공장소에서는 부적절하다”는 시선도 여전하다.
등산로마다 ‘패션 자유’와 ‘공공 예절’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3조원 시장 키운 ‘애슬레저’ 트렌드
31일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애슬레저룩 시장은 2009년 5000억원에서 2020년 3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청계산이나 북한산 등 20~30대 여성 등산객이 많은 지역에서는 “여성 등산객의 90%가 레깅스를 착용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패션전문가는 “레깅스는 이미 일상복의 영역을 넘어 아웃도어 패션으로 확장된 대표적인 애슬레저룩”이라며 “등산복의 개념도 점차 ‘기능 중심’에서 ‘편안함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기 불편하다” vs “왜 여성만 문제 삼나”
‘레깅스 등산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엇갈린다.
일부는 “산은 공공장소인데 노출이 과하다”고 지적하는 반면, “남성이 레깅스를 입으면 논란이 안 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 문화평론가는 “이 논란은 단순히 복장 예절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몸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의 문제”라며 “같은 옷차림이라도 성별에 따라 평가 기준이 달라지는 현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장을 문제 삼는 시선은 종종 여성의 몸을 통제하려는 문화적 습관에서 비롯된다”며 “복장 논란보다 ‘시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실제 문제는 ‘안전성’
논란은 미관을 넘어 ‘안전’ 문제로도 번진다.
한 산악안전 전문가는 “레깅스는 가벼운 산책로에는 무리가 없지만, 돌이 많은 산길에서는 피부 보호 기능이 부족하다”며 “긁힘이나 낙상 시 부상 위험이 크고, 방수·보온 기능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등산복은 통기성과 방수 기능이 뛰어난 합성섬유로 제작된다”며 “레깅스는 신축성은 좋지만 땀과 비에 젖으면 마찰이 심해지고 체온 조절이 어렵다. 용도에 맞는 소재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등산 중 땀과 마찰이 반복되면 땀띠나 접촉성 피부염이 생기기 쉽다”며 “통기성이 좋은 기능성 소재를 고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세대별 시선차도 논란의 배경
기성세대는 등산을 단체활동으로, 젊은 세대는 자기취향 중심의 여가로 인식한다. 레깅스 논란은 세대 간 가치관 충돌의 한 단면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SNS에는 “운동복인데 왜 눈치를 봐야 하느냐”는 2030세대의 목소리와 “산은 공공장소다. 예의는 필요하다”는 5060세대의 댓글이 맞서고 있다.
공공장소에서는 타인과의 시각적 거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활동성은 좋더라도 긴 상의나 바람막이로 보완하는 배려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기능성과 예의’ 모두 잡는 절충안 찾기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레깅스 등산족 증가는 여성 소비자의 자기표현이 다양해졌다는 증거”라며 “브랜드들도 기능성과 스타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등산복’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레깅스는 이미 생활복으로 자리 잡았다.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려면 방수·보온 기능을 갖춘 기능성 레깅스와 긴 상의 조합 같은 절충형 스타일이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레깅스 등산복 논란은 결국 패션의 자유와 사회적 배려의 균형을 묻는 문제다.
자신의 몸과 스타일을 자유롭게 표현하되 자연 속 공공장소에서의 예의와 안전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논쟁은 단순한 ‘복장 논란’을 넘어 세대, 젠더, 문화가 교차하는 사회적 거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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