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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흥망성쇠 결정짓는 핵심 ‘자원·물류’

입력 : 2025-11-01 06:00:00 수정 : 2025-10-31 01:39:34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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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나무·핵 등 다양한 에너지 자원
그 자체만으로도 문명의 발달 좌우
적재적소 이동해야 영향력 더 커져
‘교통·통신·물류’ 핵심 요소로 급부상
자원·물류 싸고 패권 경쟁 치열해져

움직이는 문명, 자원과 물류의 세계사/ 한종수·성흠제·조성준/ 섬앤섬/ 2만5000원

 

석유가 인류의 중요한 에너지 자원으로 부상한 시기는 19세기 후반 자동차가 개발돼 보급되면서였다. 그 이전까지 인류는 등유만 사용하고 휘발유는 길거리에 내다 버렸다. 자동차가 개발돼 석유가 연료로 사용되면서 비로소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물과 동물, 석유, 핵과 신재생에너지 등 주요 ‘자원’과 도로와 철도, 항만, 항공 등의 ‘물류’가 잘 결합돼야 국가와 문명의 장기 번영이 가능하다. 아래 사진은 태양력 발전 설비. 섬앤섬 제공

지금은 각종 산업용 원자재로 사용되고 있지만, 알루미늄 역시 19세기 말 전기 정련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용도가 극히 낮았다. 우라늄의 가치 역시 이들보다도 더 짧아, 지금으로부터 겨우 80년 전에는 아무 쓸모없는 돌덩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붕괴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밝혀지고 나서야 인류의 중요한 에너지 자원으로 부각됐다.

이처럼 자원의 가치는 물질 그 자체만이 아닌 인간의 요구와 기술 발전을 통해 빛을 발휘한다. 따라서 자원이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선 해당 자원에 대한 요구와 그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된 곳으로 이동해야만 한다. 이때 부상한 것이 바로 도로와 물류였다. 자원이 물류를 통해 수요와 기술을 만날 때에 인류 문명을 움직일 수 있고, 수많은 국가와 민족의 흥망성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한종수·성흠제·조성준/섬앤섬/2만5000원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를 결정 지은 핵심 동력이자 미래를 좌우하는 ‘자원’과 ‘물류’라는 프리즘으로 세계 문명사를 조망한 신간이 나왔다. 책은 물을 비롯해 나무, 동물, 곡물, 해양 자원, 지하자원, 석유, 핵과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자원(제1부)에서 이들 자원의 활용을 위한 도로와 교통, 해군, 물류, 통신, 항만, 철도, 항공, 인터넷 네트워크의 발전(2부)까지 자원과 물류의 역사와 관계를 분석해 ‘유동하는 문명’의 원리를 탐색한다.

“태초에 비존재(asat)도 존재(sat)도 없었다. 땅도 그 위의 하늘도 없었다. 무엇을 덮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던가? 어디서? 누구의 보호 아래? 끝없는 심연의 깊음 속에 물이 있었던가?…. 태초에 어둠이 어둠에 덮여 있었다. 어떤 것을 구별할 수 있는 표징도 없고, 오직 공허하고 형태도 없는 물의 혼돈뿐이었다. 그때 대단한 ‘열기(tapas)’에 의해서 ‘일자’가 탄생했다.”

인류 최초의 경전으로 알려진 ‘베다’의 첫 부문으로, 아무것도 없다가 어둠 속 물에서 최초의 존재인 ‘일자’가 태어나는 과정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고 세상은 어떻게 형성됐는가 등 고대인들의 세계관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파나마운하와 선박

인류의 첫 자원은 이처럼 물이었다.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 인간의 몸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신생아의 75%를 차지한다. 생명의 근원인 물은 인류 문명 탄생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원전 5000년쯤, 수메르 민족은 메소포타미아에서 이주해 농경을 위한 수리시설을 대규모로 만들면서 문명의 상징인 도시와 인류 최초의 문명을 일으켰다. 그 뒤로 인류는 나무를 베어 농경지와 목장을 조성했고, 쓸모 있는 광물을 캐내고 어장을 개척했다.

수자원은 현대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식수와 생활용수, 농업과 축산용수는 말할 것도 없고, 공업과 광업, 화력과 원자력 발전에서도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파라과이강의 이타이푸댐

책은 인류 생존에 중요한 자원인 물부터 불을 의지대로 조정하기 위한 나무 자원, 가축을 비롯한 동물 자원, 곡물, 대구와 청어 등 해양자원, 석탄 등 지하자원, 현대의 핵심 자원인 석유, 핵과 신재생에너지까지 이들 자원들이 어떻게 문명을 이루고 역사를 발전시켜 왔는지를 차례차례 살핀다.

자원은 그 자체만으로 문명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자원들이 수요가 있고 기술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야만 문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원과 에너지 등이 사용처로 이동하려 할 때 부상하는 것이 바로 교통과 통신, 물류다.

물류의 시작은 단연 육지의 도로였다. 도로는 야생 동물이 지나가는 오솔길부터 시작했지만, 인간은 이를 넓히고 다지고 네트워크화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로마에서 도로망이 크게 발전했다. 예를 들면, ‘로마 도로의 여왕’으로 불리는 아피아 가도는 무려 43㎞에 걸쳐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다. 로마인들은 이를 위해 평야를 고르게 다듬은 것은 물론이고, 습지에는 수많은 말뚝을 박아 둑을 쌓고 그 위로 도로를 놓았으며, 강이나 골짜기에는 다리를 놓았다.

도로에서 시작한 물류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로 발전했고, 선박 및 항해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항해 시대가 열리고 전 세계가 연결됐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쇠로 만든 길, 곧 철도라는 혁신이 일어났고, 바람과 인력에 의존하던 배는 증기기관을 만나 동력화했다. 전기 중심의 2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자동차와 항공기가 등장했고, 컴퓨터와 반도체가 보급되면서 인터넷 혁명이 전개되고 있다.

책을 읽고 나면 교훈은 분명해 보인다. 그것은 바로 자원과 물류가 매우 중요하고, 이 둘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도 점점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너무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정면충돌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과거 영국과 독일도 경제적으로 아주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다. 그럼에도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파국이 일어나고 말았다.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에게는 어느 강대국도 멀리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관리하는 지혜가 절실한 때이다. 이 과정에서 그 책임은 정부 관계자만 져서는 안 되며 대기업을 비롯한 시민사회 전체가 나서야 하며, 나라의 중심인 서울 시민의 몫 또한 적지 않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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